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는 강의 내내 이명박 정권의 언론정책에 대해 답답해 했다. 24일 오후 3시 30분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창립 20주년 기념 사전행사로 마련된 '이명박 정권의 미디어 정책과 미국의 언론환경' 특강을 맡은 최 교수는 "처제 결혼 때문에 귀국했는데 우연히 이런 기회를 얻게 됐다"고 입을 뗐으나 강의 초반부터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정부가 글로벌한 미디어를 만들겠다는 논리 자체에 수긍이 안 간다. 미국 사회에서는 신문 방송 겸영이라든지 언론의 대기업화 비판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런데도 무턱대고 따라하려 하는 것을 내가 미국에서 지켜보며 크게 충격받았다."
우선 오바마 당선자는 신문 방송 겸영 허용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주장.
"지난해 12월에 미 연방통신위는 대도시에서 신방 겸업 규제 제도를 완화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결국 미 상원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올해 5월 결국 무효화됐다. 오바마는 존 케리 전 민주당 대선후보 등과 함께 이런 상원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최 교수는 "오바마는 소수 민족 방송국을 육성해야 한다는 등 여론의 다양성 확보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반면 신문 방송 겸영 허용 등 미디어 소유 집중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이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이같은 내용으로 지난 2006년 7월 20일과 2007년 10월 25일 두 차례나 케빈 마틴 미 연방통신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흑인들과 히스패닉 이민자 등이 운영하고 있는 신문사와 방송국들이 미국내 소수 민족이 겪어온 어려움을 전국적 이슈로 부각시키는 등 미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 담당하고 있다. 소수민족 방송을 말살시킬 수 있는 거대 언론사들의 소유집중을 막아야 한다. 언론 규제 풀어서 대기업 언론사들이 언론시장 장악하게 돕는다면 지역 방송사 등 언론 공영성을 저해할 수 있다. 미국내 소수 민족들과 소규모 사업 운영자 그리고 여성 운영 언론사 등 소외 계층들이 자기 목소리 낼 수 있는 제도를 먼저 만들라."
신문 방송 겸영을 허용하려고 하는 이 정부의 계획과 오바마의 생각은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최 교수는 "단순히 기업을 키우겠다고만 생각한다면 언론 공영성은 사라질 수밖에 없고 이건 매우 단순한 논리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유집중의 문제는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면서 "이는 개인적인 소신이자 언론학자로서의 양심을 걸고 하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계속해서 오바마가 그간 보여온 미디어에 대한 시각을 청중에게 전했다.
"오바마는 또 '미 연방통신위원회가 신문 방송 겸영 허용 위한 규제를 철폐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나 언론 단체의 의견 수렴없이 밀실에서 워싱턴 로비스트들과 거대 언론사들의 의견만을 청취해 기존 대형 언론사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시행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도 강조했으며 방송국은 지역 뉴스와 공익 성격의 콘텐츠 개발에 힘쓰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미국의 미디어 환경을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고 모델로 삼아 따라가겠다고 한다. 어불성설이고, 큰 무리가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인터넷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자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우리 정부와 여당은 "인터넷을 탄압하고 통제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반면 오바마는 인터넷을 가리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도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인터넷을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도구'라고 했다.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한 네트워크라고도 정의했다. 특정 집단이나 네트워크 소유로부터의 통제나 영향을 받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는 것도 강조해 왔다.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인터넷의 보편적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자와의 '공통분모'를 강조하며 "닮은꼴"이라고 했지만 이날 최 교수의 말에 따르자면 최소한 미디어 정책에 대해서는 '다른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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