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의 변천과정을 총망라한 안양시사(安養市史)가 집필 3년 8개월만에 완성돼 지난 25일 안양시청 별관 2층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시민들 앞에 공개됐다. 하지만 시민들이 그 내용을 검증, 수정하는 방안이 지속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필운 안양시장은 출판기념회에서 "그간 자료를 제공해 시사편찬에 도움준 모든 분들께 고맙게 생각한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고 김창현 상임위원 등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안양시가 이번에 발간한 안양시사는 종전 백과사전 형식으로 발간되던 것과 달리 분야별로 집대성하여 총 8권으로 나누어 편집하던 것을 특징으로 총 1,500질(8권 셋트)을 발간했다. 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비롯 관내 도서관과 학교 등에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안양시사는 선사시대부터 오늘의 안양(2006년 12월 31일)이 있기까지 역사와 자연환경, 문화유산, 의생활과 식생활, 민간신앙, 지명유래, 산과 하천, 행정현황, 산업경제 등 생활전반에 걸친 사료를 사진과 도표를 곁들여 행정구역을 위주로 편찬됐다.
지난 2004년 '안양시시사편찬원회 설치 및 운영조례' 제정과 당시 총 8억3천여만원의 예산을 세워 착수한 안양시사에 들어간 내용은 200자 원고지 2만여 장에 달하는 기록으로 여기에 참여한 필자만도 연인원 170여명에 원고료만도 2억원을 웃돌았다.
안양시사 제1권은 역사와 전통의 안양, 2권 이야기와 인물로 보는 안양, 3권 성장발전하는 안양, 4권 살기 좋은 환경도시 안양, 5권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안양, 6권 시민과 함께하는 안양, 7권 자료로 보는 안양, 8권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안양 등 테마별로 구성됐다.
특히 제8권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안양'은 지난 1950~90년대 과거 풍물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룬 현재의 모습을 사진으로 실어 변천과정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어 한권의 기록물이며 빛바랜 50-60년대 흑백사진들은 기성세대의 향수와 추억을 불러 모은다.
또 당초 집필과정에서 빠졌던 70-80년대 민주화운동과 안양지역 노동운동사 등 현대사의 주요 기록이 시민단체의 요청으로 올해 열렸던 '6월 민주화항쟁 20주년 안양·군포·의왕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자료집을 통해 추후 보완됐다는 점도 적지않은 성과다.
이전까지 안양의 역사를 담아 기록한 사료집은 1950년 금천지(衿川誌), 1988년 시흥군지(詩興郡誌), 1992년 안양시지(安養市誌) 등이 있으며, 이번에 발간한 안양시사(安養市史)는 지난 1992년 안양시지 이후 16년만에 새로 편집된 그 네 번째 사료집이 된다.
이밖에 경기도 시흥군 출신으로 평생을 향토자료 수집과 연구에 몸바쳐 지방사 최초의 아키비스트로 불리우던 故 이한기 선생이 펴낸 안양시 지명유래집(새안양회, 1996), 안양의 유래(안양문화4, 안양문화원, 1985) 등도 안양의 기록들이 담겨진 중요 자료다.
한편 안양시사는 2005년 3월 시사편찬위원회 제1차 회의를 시작으로 2005년 6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기초자료 조사, 2007년 12월까지 원고 집필 완료, 초고 공람(08. 6.16~30)과 2차 공람(08. 7. 14~18)을 거쳤으며 2008년 8월부터 10월까지 일부 수정, 보완작업을 하였다.
그러나 100명이 넘는 집필진이 4년여 동안 안양의 역사 기록에 대한 고증과 관련자료 수집 등 정리하고 집필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과 적지않은 논란들이 발생했다.
특히 집필위원 선정에 타당, 합리성 상실과 집필 내용 또한 사실과 연관된 행정적 자료와 실제적 자료가 차이를 보이며 집필과 검수과정의 논란이 불거지는 등 문제점들이 노출돼 시민단체의 강력한 항의를 받아 수정과정을 거치는 등 우려곡절을 겪었다.
이는 시사편찬위원회가 당초 '시민과 함께 쓰는 안양역사'를 쓰겠다고 밝혔음에도 역사적, 사실적 진실이 왜곡되거나 짜깁기를 하고 빠진 경우가 다수 발견되고 집필위원이 자위적으로 기록을 정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허울 좋은 명분이라는 질타가 일었다.
특히 영역과 필자가 큰 관련이 없거나 집중 배정되고 일부 필자들의 경우 공적(公的) 역사쓰기를 자신의 치적 홍보물로 착각했는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영역의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결과마저 드러내 마치 시사가 역사 에세이로 둔갑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와 함께 이번 안양시사 편찬 과정을 통해 역사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일깨웠다. 이는 각종 시정 자료들이 보유기간이 지나면서 파기돼 사라지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사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록은 커녕 언제 발생했는지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편찬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경기도 문서까지 샅샅이 살펴보았음에도 과거 시흥군 안양읍 행정체제 당시 재직했던 읍장 이름을 확인할 길이 없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실토해 기록물과 자료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이와관련 안양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시정과 관련하여 일어났던 모든 상황을 기록으로 체계화해 안양 관내 발자취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역사정보팀'을 신설하고 역사기록물 관리방안을 마련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 역사를 정리하는 중요한 일을 착수하고 추진해 오는 과정에서 중간 중간 공개토론회 또는 세미나, 공청회 등을 통해 집필위원들이 작성한 내용에 대해 보다 철저한 검증과 수정을 해야함에도 소홀히 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양시가 일정을 이유로 안양시사를 발간했지만 역사의 기록은 진행형이고, 기록의 오류는 수정 보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안양시사' 기록물이 인터넷 웹상에서 구현돼 관련자들과 시민들이 이를 검증, 수정, 보완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 시흥시의 경우 인터넷 홈페이지에 별도의 웹사이트를 구축, 책으로 출간된 내용과 동일한 기록을 전자책(E-book)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하고 PDF 파일을 통해 직접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안양시가 참고하고 도입해야 할 점이다.
이에 안양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우리시도 시사 편찬을 계획하면서 시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편리하게 안양시사를 검색해 보고 다운을 받을 수 있도록 전자책 구축을 추진중으로 타 시 사례 장단점을 비교해 좋은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