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안 만화잡지가 제법 있습니다. 한국사람이 만화를 좋아하는 흐름을 헤아린다면 가짓수는 너무 적은데, 가짓수도 적은데다가 갈래도 너무 적습니다. 여러 갈래를 두루 살피는 만화라든지, 저마다 달리 좋아하는 갈래에 걸맞는 만화잡지라든지, 한국땅에서는 좀처럼 발붙이기 어렵습니다. '한국' 만화라고 할 만한 작품, '한국만화'를 '한국 독자'한테 보여주고 싶다고 할 만한 잡지가 뜻밖에도 참으로 드뭅니다.
이런 가운데 '새만화책' 출판사에서 지난 2006년 1월에 펴낸 잡지 <새만화책>은 '갈래만화'로도 얼마든지 만화잡지를 엮을 수 있으며, 알차고 튼튼하게 꾸릴 수 있고,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새만화책> 2호는 2006년 5월에 나왔습니다. 3호는 2006년 9월에 나왔습니다. 4호는 2007년 1월에 나왔습니다.. 4호가 나올 무렵, <새만화책>을 엮는 두 사람 가운데 하나인 김대중 님은 일본 만화잡지 <악스>하고 만나보기를 합니다. 이때 주고받은 이야기 가운데 두 대목을 옮겨 봅니다.
[물음-악스] 3년 전에 당신은 본지에 한국 대안 만화의 역사에 관한 멋진 글을 기고했었습니다. 그 글에서 당시에 작가들이 이야기에 비해 그래픽적인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언급했었지요. 그래서 작품들의 경향이 다소 자폐적이라고 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요?[대답-김대중] 새만화책의 경우만 생각한다면,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새만화책》을 통해 작가들은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하였고, 그런 과정에서 만화가 이야기라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만화가 이미지로 보여주는 이야기인 것도 알고 있지요. 우리는 이미지가 더 많은 것을 말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화려하고 난해한 이미지가 아니라 깊이를 담아내는 이미지를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결국은 이야기인 것입니다.[물음-악스] 새만화책은 그들(만화작가)에게 있어서 무엇이며, 당신은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습니까?[대답-김대중] 나는 작가들에게 새만화책은 출판사가 아니라고 말하곤 합니다. 새만화책은 만화에 대한 이해와 사랑, 그 미래에 대한 지향점과 확신이 있습니다. 성공을 거두는 것보다는 의미 있는 작품을 사람들과 공유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면에서 새만화책도 한 명의 작가입니다. 작가로서 새만화책의 모습은 만화가들이 의지할 수 있는 기둥이고, 머물 수 있는 울타리입니다. 출판사를 시작하고 현재까지 언제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동시에 함께 하는 작가들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의지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만화책의 문은 항상 작가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나의 파트너는 작가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우리는 함께 밤새워 술을 마시고, 사무실에서 잠을 자기도 합니다. 작가들은 이곳에서 작품에 대해 토론하고, 새로운 작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며, 만화 세계의 상황을 보고 배우기도 합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새만화책은 작가를 만들고, 작가는 새만화책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의 만화 문화, 더 나아가 인류의 만화 문화,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의 삶에 의미 있는 것으로 남기를 기대하고 그러한 꿈을 이야기합니다. 우린 같은 길을 가는 동료이며, 가족이고, 친구이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새만화책>은 이때 4호를 내고서는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성기기는 해도 넉 달에 한 호씩 내던 흐름이 뚝 끊기고, 2007년 1월부터 뒷호 소식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새만화책> 독자들 애간장을 태웠는데, 그렇다고 '새만화책' 출판사 흐름이 끊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사이 나온 낱권 만화책을 살피면,
<내 마음의 작은 별>(이기량) 2007.2. <열아홉》(앙꼬) 2007.3. <먼 곳으로 가고파 1ㆍ2>(도리 미키) 2007.4. <시간이 좀 걸리는 두 번째 비법>(소복이) 2007.11. <내 마음 깊은 곳의 너>(백종민) 2008.1. <우리, 선화>(심흥아) 2008.1. <밤의 문이 열린다>(박윤선) 2008.3. <홍이 이야기>(박건웅) 2008.4. <페르세폴리스 2>(마르잔 사트라피) 2008.4. <여행>(에드몽 보두앵) 2008.5. <앙꼬의 그림일기 2>(앙꼬) 2008.6. <소년의 밤>(김한조) 2008.8. <놀라운 아버지 1937∼1974>(조동환,조해준) 2008.9. <뜻밖의 개인사>(조동환,조일환,조해준,조희연) 2008.9. <플레이보이>(체스터 브라운) 2008.9.
이렇게 열여섯 권이나 됩니다. 오래도록 뒤엣권이 옮겨지지 못하고 있던 <페르세폴리스> 2권도 나왔고(이에 맞추어 영화도 선보였습니다) 박건웅 님 새 작품도 나왔습니다. 예전에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두 권 나온 적이 있으나 오래지 않아 판이 끊어진 체스터 브라운 님 새 만화도 옮겨지고요.
어쩌면 낱권 만화책을 펴내느라 만화잡지에는 마음을 못 기울였다고 할는지 모르나, 그동안 <새만화책>을 네 호를 내는 동안에도 낱권 만화책은 부지런히 펴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힘든 일이 있었을 테고, 작품이 뜻한 만큼 모이지 못하기도 했을 테며, 우리 나라 책마을 흐름에서 '새로운' 만화잡지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애써서 5호를 펴낸 만큼, 다음 6호는 2009년 3월쯤에는 만나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3월이 아닌 4월이 되든 또는 5월이 되든 아니면 6월이 되든, 호수를 꾸준히 이어서 50호쯤까지는 엮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만화잡지 <새만화책> 5호 : 400쪽 / 15000원 / 200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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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은 작품
짧은 만화 - 기억하기를 멈추지 말라 / 피터 쿠퍼 - 천사들의 별장 / 에드몽 보두앵 - 데소토 파크의 밤 / 서재원 - 스쳐가는 바람 / 앙꼬 - 원숭이 팔공산 / 백종민 - 변화의 해 / 치호이 - 별들 / 마이클 조 - 멕시코 치클 / 김한조 - 누더기 도사 제1화, 제2화 / 백종민 - 칠판 / 사카키바라 스미토 - 무뢰한 밤 그림자 / 아베 신이치
연재 만화 - 내 어머니 이야기 제9∼11화 / 김은성 - 푸른 끝에 서다 제12∼17화 / 고영일 - 뤼돌로지 제6∼8화 / 뤼도빅 드뵈름 - 앨런의 전쟁 제1∼3화 / 이마뉘엘 기베르 - 형무소 안에서 제6화 / 하나와 가즈이치
실은 글 - 만화 대 만화 / 에드몽 보두앵 - I-Comics, 그 가능성과 위기 : 아베 신이치, 진실된 자기 표현을 위해 몸을 던지다 / 아사카와 미쓰히로 - 아베 신이치 인터뷰 / 베아트리스 마레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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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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