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거장이 공원이었구나.’
마을버스를 타려고 정거장을 찾다보니 공원 안에 버스표지판이 서 있었다. 버스를 타려고 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5분마다 한대씩 지나가는 마을버스가 오려면 꽤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공원 밖 길가에선 푸성귀나 과일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비닐을 둘러치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에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한데에서 그나마 비닐이 바람막이었다.
바람소리에 섞여 어디선가 은은한 명상음악이 들릴 듯 말 듯하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공원 바로 옆 건물이 원불교 유성교구당이다.
가지를 드러낸 공원의 겨울나무는 글 한줄 씩을 목걸이처럼 걸고 서 있다. 그러고 보니 이 길목은 방송대 대전 학습관으로 가는 길이어서 예전에 자주 걸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5, 6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그대로 있는 올망졸망한 분식집들. 학우들과 스터디로 모여 때마다 밥을 먹고 아마도 몇 번 쯤은 이 공원에서 자판기커피로 분위기를 잡았을 것이다. 그때 같이 있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때는 별 관심 없이 지나쳤던 한줄 글들이 오늘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한 해가 더하고 나이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도 다르기 때문이리라. 마을버스가 올 즈음에 사람들이 한 둘씩 공원으로 모여들었다. 잠깐이었지만 소란스러웠던 마음 한 자락이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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