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라크네 - 욕망은 인간에게나 위대한 신에게나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아라크네라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리디아의 여인으로 직조와 자수의 재능이 뛰어났다. 그녀가 짠 융단은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주변 숲의 님프들은 물론 멀리 올림포스 산의 아름다운 여신들마저 그녀의 융단을 구경하러 올 정도였다.

아라크네는 이런 명성에 힘입어 직조의 여신인 아테나의 제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런 말을 들을 정도가 되자 그녀는 그만 커다란 자만심에 빠지고 말았다. 자만심은 오만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이런 말로 여신을 능멸하기까지 했다.

“나의 능력은 오로지 나의 것이지 누구로 인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이 설령 여신일지라도 말이다.”

이런 말로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평가했으며 이에 아테나 여신은 크게 노하고 말았다. 아테나 여신의 노여움을 전해들은 그녀는 더욱 발광하며 여신에게 도전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리 여신이라 할지라도 나의 직조능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나의 능력은 저 숲속의 님프들은 물론 올림포스의 신들조차도 인정한 것이다. 때문에 이 아라크네보다 더 뛰어난 직조능력을 가진 자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있다면 나의 앞에서 당당히 겨뤄 판정을 받도록 하자.” 

이는 분명한 여신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에 아테나 여신은 노여움을 감추고 노파로 변신해 그녀의 앞에 섰다.

“여인이여, 진정 여신을 능욕하는 말은 삼갈 지어다. 여신께서 노여워하시면 그대는 어쩌려고 그러는가?”

“노파여, 당신은 당신의 앞날이나 걱정하세요. 언제 하데스께서 당신을 어둠의 나라로 모셔갈지 모르니까요. 나는 나의 능력을 모든 님프들과 신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답니다. 나의 말이 그리 무모한 말은 아닐 테니 두고 보세요.”

“아라크네여, 다시 한 번 부탁하지만 여신에 대한 모멸과 능멸은 그대를 파멸과 재앙의 길로 이끌 뿐이라오. 좀 더 겸손해지도록 하오.”

“당신의 말은 능력이 모자란 자에게나 필요한 말인 것 같군요. 저같이 능력 있는 자에게는 들을 가치도 없는 말이로군요.”

그녀의 오만함에 노한 여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 순식간에 찬란한 광휘가 좁은 직조실을 뒤덮고 빛나는 여신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검은 머리에 청록색 눈을 가진 여신은 위엄 있었으며 그런 여신의 모습에 아라크네는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만한 입은 다물어졌고 가슴 속에는 두려움으로 장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누구이던가? 감히 여신에게 도전장을 던질 정도로 담대한 여인이 아니었던가? 그녀는 곧 냉정을 되찾았고 여신의 앞에서 고개마저 꼿꼿이 쳐들었다. 그리고는 감히 도전의 말을 던졌다.

“여신이시여, 당신이 뛰어나다하나 이미 모든 님프들과 신들께서 인정한 제 능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옵니다. 괜찮으시다면 이번 기회에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소서.”

여신의 현신에도 오만함을 버리지 못하자 아테나 여신은 그만 그녀의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너의 오만함이 너에게 스스로 파멸과 재앙을 한꺼번에 불러들이는구나. 그래 너의 오만함의 끝이 어떠한지를 보자.”

아라크네와 아테나 여신은 직조기 앞에 앉아 융단을 짜기 시작했다. 여신과 여인은 자신들의 최고 기술을 발휘해 가장 아름다운 융단을 짜냈다.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올림포스의 열두 신을 위엄에 찬 모습으로 융단에 짜 넣었다. 신들의 아버지이자 인간들의 아버지인 제우스를 가운데에 두고 푸른 수염의 주인이신 포세이돈과 어둠 속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하데스, 그리고 나머지 위대한 아홉 신들을 준엄한 모습으로 짜 넣었던 것이다.

그러고는 융단의 네 귀퉁이에 감히 신에게 도전했던 어리석은 인간들의 비참한 모습들을 짜 넣었다. 그렇게 함으로서 자신에게 도전한 아라크네로 하여금 어리석음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다.

한편 아라크네는 번개를 던지는 위대하신 제우스께서 에우로페, 다나에, 이오 등과 벌인 불명예스런 애정행각은 물론 아프로디테와 아레스 사이에 있었던 치욕적인 장면까지 적나라하게 융단에 짜 넣었다. 이로써 신들의 부도덕함을 비웃고자 함이었다.

이에 화가 난 아테나는 그녀의 융단을 찢어버렸고 이에 두려움을 느낀 아라크네는 그만 목을 매어 자결하고 말았다. 하지만 여신의 분노는 그녀의 죽음마저 그냥 두고 보지 못했다. 신을 모욕한 그녀를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신은 그녀의 죽음을 허락하지 않았고 그녀는 거미로 변해야 했다. 평생 실을 자아가며 살아가게 했던 것이다.

신을 능가하고자 했던 한 인간의 욕망이 파멸로 치달은 경우의 한 예이다. 인간의 오만함이 신을 능가하려 했으나 결국 불러들인 것은 재앙뿐이었다.

신 또한 뛰어난 인간이 자신을 넘어설 수 없게 함으로써 신 자신이 욕망에 사로잡혀 있음을 스스로 드러내었다. 인간 위에 있는 신이 어리석은 인간의 도전에 분노하고 이에 대응함으로서 자신의 위신을 스스로 훼손했던 것이다. 신 또한 욕망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욕망은 인간에게나 위대한 신에게나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표윤명#욕망#소설#신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