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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신교회 장로신임 재투표가 열린 11월 30일 투표장 맞은 편 창문에 '불법 시무 투표 철회하라'는 내용의 피켓이 붙어 있었다.
충신교회 장로신임 재투표가 열린 11월 30일 투표장 맞은 편 창문에 '불법 시무 투표 철회하라'는 내용의 피켓이 붙어 있었다. ⓒ 뉴스앤조이 김세진

담임목사와 장로들의 대립이 결국 몸싸움으로 번진 충신교회(안재은 목사) 사태가 시간이 흐를수록 목불인견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교회는 지난 11월 23일 주일에 이어 30일에도 장로 신임투표를 둘러싸고 양측이 심각하게 충돌했다.

이날 목사 측과 장로 측에서 각각 부른 경호 요원 80여 명이 투표장을 둘러싸고 밀거니 당기거니 했다. 상대측이 투표하는 것을 막으려고 몸싸움을 벌였으나 얼굴을 내비치지 않던 안재은 목사는 오후 6시 30분쯤 경찰의 호위를 받아 경찰차를 타고 교회에서 벗어났다.

이날 장로 신임투표가 예정된 시간은 오전 8시 20분. 그러나 그보다 일찍 2층 소예배실 입구에 목사 측 지지자들이 앉아 있었다. 투표장으로 들어가는 복도 바깥쪽엔 목사 지지자들이 겹으로 앉아있었고 복도에는 정장을 입은 경호업체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담임목사 vs 장로, 겹겹이 봉쇄

 충신교회 투표장 입구에 목사 측 지지자들이 앉아 있었다. 투표장으로 들어가는 복도엔 경호업체 사람들이 있었다.
충신교회 투표장 입구에 목사 측 지지자들이 앉아 있었다. 투표장으로 들어가는 복도엔 경호업체 사람들이 있었다. ⓒ 뉴스앤조이 김세진
11월 23일 합의한 대로 양측에서 13명씩을 선거사무원으로 임명했으나 장로 측 선거사무원은 입장하지 못했다. 선거사무행정요원 교육을 하면서 서약서를 작성하고 서명하라고 했으나 이에 불응했기 때문이다. 서약서는 선거를 방해하거나 지연하면 교회법과 민형사상 처벌을 감수한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장로 측 선거사무원은 "선거규정이 일방적으로 작성되어 서약서에 서명할 수 없고 선거관리위원장이 오셔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목사 측 사람들은 "서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장로 측이 또 다시 투표장을 점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믿냐"고 말했다. 

장로 지지자들이 오전 9시 30분 쯤 양쪽 계단을 봉쇄했다. 경호업체 사람들이 장로 측에도 등장했다. 투표하려는 장로 지지자를 목사 지지자가 막자, 투표하려는 목사 지지자를 장로 지지자가 막은 것이다. 

이에 목사 측 사람들이 "왜 나의 권리를 막느냐"고 아우성을 쳤고, 장로 지지자들은 "나도 투표하고 싶다, 선거사무원도 다 안 들여보내는 선거가 무슨 선거냐? 우리도 못 들어가니 너희들도 못 들어가야 한다"며 팽팽하게 대치했다.

목사 지지자가 "정당선거"를 외치자 장로 지지자는 "불법선거 해산하라"를 외쳤다. 목사 지지자가 지나가는 교인에게 "투표해"를 외쳤고 장로 지지자는 "안재은 목사, 나와라"를 외쳤다. 양측이 찬양을 부르자 경호업체 청년이 "시끄러우니까 찬양 좀 그만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교인이 "하나님을 대적하면 벌받는다, 하나님의 종 모세에게 대적해도 벌 받는다, 잘 들어라"고 일장 연설을 하자 경호업체 직원이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다. 

몸싸움은 매 시간 예배가 끝날 때 더 팽팽해졌다. 10시 30분쯤 되어서 장로 측에서 추천한 선거사무원 2명이 들어갔다. 그러나 1명은 서약과 투표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다시 쫓겨나왔다. 투표장으로 연결되는 유리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유리문 앞에 책장을 쌓고 복사기를 밀어놓아 막아 놓았다. 유리창 틈 사이로 안재은 목사가 투표장 안에서 서성이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안재은 목사, 나와서 얘기하자"고 소리 지르자, 안쪽에서 경호업체 직원이 와서 유리창을 안 보이게 막아섰다. 복도에서 밀고 밀리는 과정에서 또 한 사람이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갔다. 교인들이 "비폭력"을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연속 2주 몸싸움이 벌어진 충신교회에 또 응급차가 출동했다.
연속 2주 몸싸움이 벌어진 충신교회에 또 응급차가 출동했다. ⓒ 뉴스앤조이 김세진

다른 교회 당회 결정 무시하고 선거 진행

오후 12시 30분쯤 은평교회의 장로와 집사들이 왔다. 이날 선거관리위원으로 참석한 은평교회 조수목 장로를 데려가려는 목적이었다. 은평교회는 11월 27일 당회를 열어 교회의 유익을 위해 조 장로가 노회 총대를 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조수목 장로가 충신교회의 분규에 한쪽으로 치우친 언행을 보인다는 이유로 충신교회의 교인 30여명이 항의 방문했다.

이에 은평교회의 전도의 문이 닫힌다는 이유에서 결의한 것이다. 교인들 중에는 "조 장로가 금요일 밤 10시 철야와 토요일 새벽 기도에 참석하는 것을 봤고, 집에 전화하니 사모가 어디 갔다고 했다"면서 충신교회에서 며칠을 묵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은평교회 장로와 집사들은 조수목 장로의 총대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데려가려고 했으나 사람들에게 막혀 투표장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조 장로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오후 1시 30분쯤 장로 측이 투표소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한 교인이 잠긴 유리문에 화분을 던져 깨뜨리고 소화기로 문을 부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2시가 넘어 투표 마감 시간이 가까이 오자 양측에 한명씩 줄을 세워 투표하려고 했다. 대치가 치열했던 앞쪽에 70세가 넘은 은퇴 권사들을 세우자 "할머니들을 앞에 세우면 어쩌나, 다치니까 뒤에 서시게 하라"고 장로 측 사람들이 소리를 높였다. 결국 거센 몸싸움에 할머니들은 옆으로 비켜섰고, 줄을 서 들어가려는 시도는 무산됐다.    

투표를 끝내고 투표용지를 2시 30분에 개봉했으나 대치 상황이 오후 6시까지 지속됐다. 안재은 목사는 오전부터 투표장에 있었다. 반면 김동권 선거관리위원장은 선거가 시작될 때와 끝날 때만 투표장에 있고 나머지 시간에는 5층 당회장실에 있었다. 김동권 선거관리위원장은 개봉이 끝난 투표 장소에 와서 "모든 것을 선거위원에게 위임한다"고 말하고 퇴장했다.

투표장소 바깥쪽의 팽팽한 대치는 쉽사리 풀어지지 않았다. 장로 지지자들은 "안재은 목사, 나와라"를 외쳤다. 장로 지지자들은 "교회가 이 지경이 되어서 마음이 아프다, 안재은 목사만 나오면 해결되는데 무엇이 무서워서 못 나오나"라고 말했다. 반면 목사 지지자들은 "이런 기세에 목사가 어떻게 나오나, 15년 전에 다른 목사도 장로들이 쫓아냈다, 목사님 설교가 너무 좋은데 어떻게 이러나, 하나님의 종을 거역하면 큰일난다"고 말했다. 양쪽 모두 상대방을 '거짓말쟁이'라고 매도했다.

안 목사 '감금 이유로 경찰에 호위 부탁'

경찰과 형사가 바쁘게 안팎을 드나들었다. 안재은 목사가 감금되었다며 호위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장로 지지자들은 "감금은 무슨 감금이냐? 안 목사만 나오면 해결된다"고 말했다. 안 목사는 오후 6시쯤 경찰과 경호원에 둘러싸인 채 투표 장소에서 나왔다. 장로 지지자들은 대화를 요구하며 '어디 가느냐'며 잡으려고 했지만 안 목사는 서둘러 1층으로 떠밀려 내려갔다.

계단에서 밀고 잡아당기고 떠밀리는 위험한 장면을 연출했다. 안 목사는 황급히 교회 바깥에 있는 경찰차에 탔다. 그러자 장로 지지자들이 경찰차 위에 앉고 바닥에 누워서 가는 차를 막으려고 했다. 경찰이 "공무 집행을 방해하지 말라"고 말하고 사이렌을 울리며 자리를 떴다. 교인들은 허망하게 차의 뒤꽁무니만을 바라봤다.

장로 측 대표가 "김동권 선거관리위원장이 안재은 목사에게 투표함 봉합을 요구했으나 안 목사가 받아들이지 않자, 서기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하고 퇴장했다"고 하자 장로 지지자들은 "투표 무효"를 외치며 박수를 쳤다.

투표 결과 상관없이 대립 여전 

그러나 이날 오후 10시 31분 충신교회 홈페이지에 '장로 시무투표 결과'라는 글이 올랐다. 시무 투표 대상자 5명 전원이 불신임됐다고 적혀 있었다. 선거인 명부 1172명 중에 238명만 투표했다. 총회헌법 제13장 4조에는 장로 시무 투표는 표결 수의 과반수를 요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는 몇 사람이 투표하든 투표한 사람의 과반수가 지지하면 된다는 말이다.

장로 지지자는 "장로 시무 반대라는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투표가 부당하고, 선거를 치르기 전에 선거인명부와 선거규정에 대한 합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선거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합의와 다르게 선거관리인이 1:1의 비율로 들어가지 않은 점,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고 컴퓨터에 있는 사진으로 얼굴을 확인하는 본인확인절차의 신뢰성, 투표가 끝난 후에 개봉하지 않고 3번에 걸쳐 개봉한 점, 선거를 15분 앞당겨 조기 종결한 점 등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목사 지지자는 "자신 있으면 선거하지 그랬나"라는 말로 응수하고 있다.

한편 이날 설교한 손경덕 목사는 빌립보서 말씀으로 '기쁨'을 주제로 설교하면서 "다윗은 압살롬에게 반역을 당했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기뻐했다"고 말했다. 당초 손경덕 목사는 1부 예배에서 설교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2부와 3부 예배에서 설교하기로 한 안재은 목사가 투표 장소에 있게 되면서 손경덕 목사는 3부까지 이어서 설교했다.

연속 2주째 충신교회 교인이 응급차에 실려 가고 공권력이 개입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호업체까지 불러 한 치의 양보 없는 몸싸움을 벌였다. 하루 종일 얼굴을 비추지 않던 담임 안재은 목사는 저녁에야 경찰과 경호원에게 둘러싸인 채 경찰차에 타고 황급히 교회를 떠났다. 교인들이 "가면을 벗어라, 안재은 목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경찰차를 막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장로 지지자들이 3층에서 예배를 마치고 내려가는 사람들을 막아 투표장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안쪽에서 투표장 입구를 막은 목사 지지자들은 '투표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장로 지지자들이 3층에서 예배를 마치고 내려가는 사람들을 막아 투표장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안쪽에서 투표장 입구를 막은 목사 지지자들은 '투표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 뉴스앤조이 김세진


#충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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