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효율성과 재정보충 등을 명분으로 추진해 온 민자유치사업이 오히려 재정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4일 펴낸 <수익형 민자사업의 재정부담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현재 개통되어 운영중인 민자유치사업에서 최소운영수입 보장을 위해 매년 2000억 이상의 재정부담을 유발시키고 있다"며 "수익성이 있는 사업에만 민자를 유치해야 재정부담이 적고 민자유치의 본래 취지도 살아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민자유치사업이 재정부담을 유발시키는 이유는 교통수요를 과다하게 추정하고, 건설단가를 2배 이상으로 높게 부풀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가 분석대상으로 삼은 곳은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인천공항철도,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 등이다.
22만여명 이용 예상? 실제는 1만6500여 명뿐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에 민간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에 제정한 민자유치촉진법을 2004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개정했다. 이후 민간투자 규모는 크게 늘었다.
98년 SOC관련 민간투자액은 5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02·2003년(1조2000억원) 1조원대를 넘어선 이후 2004년 1조7000억원, 2005년 2조7000억원, 2006년 4조4000억원, 2007년 6조9000억원, 2008년 7조5000억원 등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렇게 늘어난 민간투자 규모에 비례해 정부의 재정부담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보고서는 교통관련 민자사업의 재정부담이 늘어난 첫 번째 원인으로 '교통수요 과다 추정'을 꼽았다.
인천공항고속도로는 약정 교통량을 지나치게 높게 추정해 정부로부터 과도한 최소운영수입을 지원받아왔다. 예를 들면 2007년 추정 교통량은 13만1965대였지만 실제 교통량은 6만8711대에 그쳤다. 정부는 이런 차이만큼 최소운영수입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이렇게 2001년부터 2007년까지 7년간 지원해준 규모는 5369억원에 이른다. 해마다 767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해준 셈이다.
보고서는 "향후 인천대교가 개통되면 인천공항고속도로의 통행량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2020년까지 적어도 1조 5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천공항철도도 마찬가지다. 2007년 3월부터 12월까지 예측 이용자수는 20만7421명이었던 반면 실제 이용자수는 1만3212명(6.4%)에 불과했다. 2008년 1월부터 8월까지도 22만여명이 이용할 것으로 추정했지만, 1만6500여명(7.3%)만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인천공항철도 최소운영수입 보조금 예산으로 1040억원을 책정해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서울 주요 간선 노선에 공항 리무진버스가 널리 퍼져 있어, 접근성이 좋고 시간도 빠른 대체수단의 이용 가능성을 무시한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인천공항철도 개통은 인천공항고속도로보다 더 많은 수천억원 이상의 국고 부담을 유발할 것"이라며 "수익성이 없는 사업에 민자를 유치해 재정부담을 유발한 또다른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한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의 경우에도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실제 교통량은 추정 교통량에 비해 평균 53.9%에 불과했다. 교통수요를 과다하게 추정한 것이다. 그로 인해 5년간 1974억원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국가재정으로 추진되는 사업의 경우 민자유치사업보다 추정교통수요 대비 실적이 양호하다는 점이다. 이는 정확한 검토 없이 무리하게 민자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재정부담만 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정투자사업보다 민자유치사업 건설단가가 km당 63억원 더 높아
보고서는 민자유치사업이 재정부담을 일으키는 두 번째 원인으로 '과도한 건설단가'를 꼽았다.
인천공항고속도로에 들어간 총 투자비는 1조 5282억(2003년 기준가격)이다. 총 노선 길이가 77km라는 점을 헤아리면, km당 198억 5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 셈이다. 또 km당 건설단가는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184억 1000만원, 대구∼부산간 고속도로 271억 2000만원, 서울외곽순환도로 227억원(4차로 기준)이다.
반면 재정투자를 통해 만들어진 고속도로의 건설단가는 민자사업보다 낮다.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는 km당 149억원, 당진∼목포간 서해안고속도로는 125억원, 청원∼상주간 고속도로는 162억 4000만원, 익산∼장수간 고속도로는 198억 2000만원, 김천∼현풍간 고속도로는 151억원의 건설단가를 보였다.
앞서 언급한 민자유치사업으로 개통된 4개 고속도로의 건설단가는 평균 220억 1000만원이고, 재정이 투자된 5개 고속도로의 건설단가는 평균 157억 1000만원이다. 63억원의 건설단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국 재정을 투자하지 않고 민자유치사업으로 추진함으로써 1조 7375억원(63억원×275.8km)의 재정부담이 추가로 발생한 셈이다.
이렇게 건설단가가 지나치게 부풀려지는 원인과 관련, 보고서는 "민간은 위험부담을 피하기 위해 단일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컨소시엄 참가자들의 지분율에 따라 공사금액을 할당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최소운영수입이 보장되고 있어 민자참여 기업은 공사비를 부풀릴수록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민자유치사업의 건설단가가 재정사업에서 추진하는 건설단가보다 높은 것은 민간자본을 유치해 부족한 정부재원을 보충하려는 민자유치제도의 제도적 의미를 퇴색하게 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건설단가가 재정투자사업보다 낮은 경우에만 민자를 유치해야"보고서는 먼저 교통수요 과다 추정과 관련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최소운영수입보장율을 하향조정해 낮게 유지하고, 제3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관이 해당 추정교통수요를 검증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과도한 건설단가와 관련해서는 "단독으로 응찰하는 경우 유찰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높은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도 낮추어야 한다"며 "민자유치사업과 재정투자사업을 비교검토한 뒤 km당 건설단가가 재정사업보다 낮은 경우에 한해 민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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