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걸 모르겠다
아무래도 모르겠다
싸늘한 가락시장의 새벽바람을 가르고 대통령이 나타났다
하루 매상 2만 원 할머니를 끌어안고 울었다
그 따스함에
그 온유함에
모두가 왈칵 눈물을 쏟아야 한다
모두가 가슴이 뭉클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도 울지 않았다
하긴 <중앙>이 울었다
'노점 할머니도 울고 대통령도 울었다'고 썼다
<조선>도 울었다
'국민은 울고 있다'고 부둥켜안은 사진을 내밀었다
서민을 위한 정부는 TV에서도 서로 껴안고 울었다
그러나 왜 나는 울지 않는가
근데 왜 너는 울지 않는가
대통령의 눈물이 고아원에서 라면 박스가 된다
대통령의 눈물이 복지시설에서 한 장의 사진이 된다
잠시 후 <조선>이나 <중앙>에 오를 것이다
거리에서 자선냄비가 서민들의 동전으로 덜그렁거릴 때
대통령은 눈물만 복지기금으로 접수한다
가장 귀한 눈물을 접수했으니
1% 부자가 아니라 99% 서민을 위한 게 맞다고
정말 맞다고 '악다구니' 한다
난 그걸 모르겠다
아무래도 모르겠다
대통령의 눈물이 그리 비싼 것인지
아, 지금이 연말이구나
덧붙이는 글 | 신문의 만평 중 가장 이슈가 되는 만평을 골라 평을 시 형식으로 적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