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 제로 조직>, 이 책을 언제쯤 읽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왜? 나 또한 ‘또라이’였기 때문이다. 책을 펼쳐보니 작년 5월에 출간되었다. 그만큼 삶에 바빴던 탓이었을까. 아니면 잡다한 일에, 소득도 없이 천착했던 변명쯤으로 여겨야 할까. 그런데 오늘(8일) 지난 5일자 뉴스경남을 읽으며 장정일 소설가가 해설마당에 쓴 이 책 서평을 읽고 다시 꺼내들었다. 역시 또라이다.
근데, 이 책에서 ‘또라이’는 무엇을 말하고 있나? 한 마디로 권력의 지위에 들게 되면 자신들이 또라이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감아 버린다는 것이다. 뜬금없이 부하의 의견을 묵살하고 모욕하거나 호통을 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부하 직원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고, 아무렇지도 않게 인신공격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쉬 드러나지 않는 감시와 횡포는 물론이고, 폭력마저 불사한다. 하나 더 부하 여직원만 보면 성적 농담을 하거나 껴안으려고 한다. 참 뜨악한 얘기다.
오만불손한 또라이, 단지 직장 내 암적 존재인가
‘또라이’의 원래 의미는 어느 것이나 머리가 돈 아이라는 뜻이다. 즉 비슷한 말로 돌은 놈. 돌은 새끼, 돈 놈, 돈 새끼, 미친 놈 등이 있고, 좀 더 점잖은 말로 정신병자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안 좋은 의미인데, 좀 좋은 의미로는 생각이 기발하고 엉뚱한 짓을 하는 사람 정도가 되겠다.
근데 이 책에서 말하는 또라이는 '또라이 직원'으로 이와 다른 의미다. 즉, 직장 내에서 횡포와 무례, 비열한 짓을 일삼는 직원, 그리고 병적으로 남의 일에 참견하고, 남의 말에 빈정대고, 심각한 농담과 괴롭히는 직원을 의미하고 있다. 이쯤이면 직장 내 또라이를 판별하는 준거로 충분하다.
책을 꼼꼼하게 읽고 있노라면 저자는 이런 '또라이' 직원들이 회사와 주변인들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사무실 내 성가신 존재를 뛰어넘어 기업의 성공을 가로막기까지 하는 위협인물이란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이들을 알아채는 방법에서부터 그들을 관리하는 비법에 이르기까지 조목조목 알려주며, 또라이 없는 생산적인 일터를 만들도록 도와준다. 그 논리가 치밀하다.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같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그대로 까발리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무슨 얘기냐? 권력의 핵심부에 들려면 모두가 또라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 아닌가?
또라이를 관리하는 비책이 담긴 책, <또라이 제로 조직>저자는 구글, 제트블루 항공, 사우스웨스트 항공 등 광범위한 사례 연구와 분석을 통해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하였다. 직원관리에 고민하는 인사실무자들, 또는 지금 당신을 정도 이상으로 괴롭히는 동료나, 상사, 부하직원이 있는 비즈니스맨들은 이 책을 통해 그들을 변화시키고 골칫덩이 요소의 발현을 억제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이 책을 읽는 독서 포인트이기도 하다!
사실 어느 회사든 행동과 사고방식이 이상한 직원은 있기 마련이다. 특별히 눈에 보이는 손해를 끼치지 않아 쉽게 해고당하지도 않는 그들은, 잘난 척하고, 멋대로 횡포를 일삼으며, 결국에 당신의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 이런 또라이 직원들을 그대로 뒀다간 결국 회사와 조직을 와해시킨다. 그렇다면 이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정답은 당신도 함께 또라이가 되는 것이다. 억울한가?
거창한 제목만 훑어봐도 또라이들의 생태는 훤히 꿰뚫어볼 수 있다. “또라이들은 직장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하는가, 왜 그렇게 많은가” “또라이가 끼치는 해악, 왜 '또라이 금지 규칙'이 필요한가” “'또라이 금지 규칙'을 어떻게 구현하고 실행할 것인가” “내 안의 꼴통을 막아라” “또라이가 많은 조직에서 살아남는 법” “또라이도 나름 좋은 점은 있다” “'또라이 금지 규칙'이 인생의 모토가 되어야 한다” 그야말로 직장 내 허튼 또라이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묘책이 다 들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또라이들은 정말이지 치를 떨게 하는 다양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저 욕을 해대는 최악의 상황부터 주접스럽게 과자를 뺏어먹는 유치한 경우까지도 다 포함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죽어라 당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주는 해법이라곤 먼저 꼬리를 사리는 일이다. 욱하는 심정으로 짖어댈 게 아니라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고, 애써 못 본척하며 현장부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란다. 심지어 희생자들끼리 연대하라고 침을 튀기기까지 한다. 더럽다고 침을 퉤퉤 뱉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왜? 당신은 이미 또라이니까.
또라이들은 정말이지 치를 떨게 하는 다양한 면모를 과시해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또라이를 방치하는 직장은 먼저 조직 내의 구성원을 병들게 만든다고 한다. 이렇듯 또라이들의 특징은 우선 직장 내의 활력과 창의력을 송두리째 빼앗아가고,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조직의 일체감을 따위를 함몰시킨다. 더구나 비열한 인간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기업 이미지나 투자자들의 믿음과 신뢰마저 흔들리게 한다. 그러니 그런 조직이 성할 리 없다.
물론 일부 ‘능력 있는 또라이’들은 경쟁이 미덕이라는 미명하에 용인되기도 하지만, 자기보다 약한 자를 무시하고 못살게 구는 또라이들은 결국 모든 것을 망치고 만다. 지금 우리 사회 일각에는 이러한 또라이들이 판을 치고 있다. 하나의 기업을 말할 것도 없고 국가 전체로 봤을 때 정말 심각한 지경이다. 그런데도 문제는 이런 또라이들이 비열하게도 권력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말부터 많아지고 자기보다 힘없는 사람들이 자기 행동을 보고 어떻게 반응할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로 보아 심히 걱정되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 책은 명쾌하고도 솔직하다. 그래서 화딱지가 누룽지처럼 앉지만 읽는 동안 내내 웃음이 난다. 대리만족의 심정이 이와 같을까. 그저 즐겁다. 그 속에는 내가 아는 또라이들이 수없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미 그 사람들을 이 책의 처방대로 이겨내지 못한 소심함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그래도 한번쯤 읽어보면 속은 시원해질 책이다. 또라이의 해악을 비용으로 정산해 놓았으니 관리자들이 읽어보면 ‘바로 이것이다!’ 소리 칠만큼 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