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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비교적 많은데

 

.. 간단한 과학상식을 재미있는 이야기에 담아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과학에 흥미를 가지도록 하는데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비교적 많은데, 그것은 아이들이 특히 동물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것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  《정태선,박희준 엮음-유채꽃은 친구가 참 많아요》(장백,1993) 머리말

 

 ‘간단(簡單)한’은 ‘손쉬운’으로 다듬고, “흥미(興味)를 가지도록”은 “재미있게”나 “재미있도록”으로 다듬습니다. “그 중(中)에서도”는 “그 가운데에서도”로 손보고, “동물에 대(對)한 이야기가”는 “동물 이야기가”나 “짐승을 다룬 이야기가”로 손봅니다. ‘특(特)히’는 ‘남달리’로 손질하고, “동물에 대(對)한 호기심(好奇心)이 많은 것을”은 “동물 이야기를 많이 알고 싶어함을”이나 “짐승 삶을 많이 궁금해함을”로 손질하며, ‘고려(考慮)했기’는 ‘헤아렸기’나 ‘살폈기’로 손질해 줍니다.

 

 ┌ 비교적(比較的)

 │  (부) 일정한 수준이나 보통 정도보다 꽤

 │   - 비교적 쉬운 문제 /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비교적 교통이 편리하다

 │  (관,명) 다른 것과 견주어서 판단하는

 │   - 비교적 고찰 / 비교적 연구 / 비교적인 관점

 ├ 비교(比較) : 둘 이상의 사물을 견주어 서로 간의 유사점, 차이점,

 │   일반 법칙 따위를 고찰하는 일

 │   - 비교 대상 / 비교 분석 / 애송이들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

 ├ 꽤

 │  (1) 보통보다 조금 더하거나 많게

 │  (2) 제법 괜찮을 만큼

 └ 퍽 : 보통보다 훨씬 넘거나 많이. 조금 지나칠 만큼

 

 우리 말에 ‘꽤’가 있고 ‘퍽’이 있습니다. ‘제법’이 있으며 ‘매우’가 있습니다. 느낌에 따라서 “꽤 < 퍽 < 아주 < 무척 < 몹시 < 대단히 < 엄청나게”를 달리 쓸 수 있으며, 다른 무엇과 견준다는 느낌을 담자면 ‘여러모로’나 ‘생각보다’나 ‘그보다’나 ‘이럭저럭’을 써 볼 수 있습니다.

 

 ┌ 비교적 많은데

 │

 │→ 꽤 많은데

 │→ 퍽 많은데

 │→ 생각보다 많은데

 │→ 적잖이 있는데

 └ …

 

 우리한테 알맞는 어찌씨가 없다면야 ‘비교 + 적’ 꼴로 새말을 빚을 수 있습니다. 없으니까 새로 빚어서 써야지요.

 

 우리한테 알맞는 어찌씨가 무척 많으나, 일부러 ‘비교 + 적’ 꼴로 새말을 지어낼 수 있습니다. 알맞는 어찌씨가 많을 때에도 일부러 짓는다고 한다면, 꼭 그 자리에 넣어야 할 까닭이 있기 때문인데, 그러면 ‘비교적’은 얼마나 쓰임새가 있거나 남다르기에 쓰게 되는지를 헤아려 봅니다.

 

 ┌ 비교적 쉬운 문제 → 퍽 쉬운 문제

 ├ 비교적 교통이 편리하다 → 교통이 제법 괜찮다 / 차편이 꽤 많다

 ├ 비교적 고찰 → 견주어 살피기

 └ 비교적인 관점 → 견주어 보는 눈 / 맞대어 살피는 눈

 

 한편, ‘비교적’에 앞서 ‘비교’라는 낱말부터 얼마나 써야 했는지 궁금합니다. ‘견주다-대다-맞대다-빗대다-비기다’ 같은 낱말로는 우리 뜻과 생각을 나타낼 수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ㄴ. 비교적 피해가 적다

 

.. 9월에 접어들어 어느 만큼 서늘해지면 귀뚜라미 활동력도 쇠퇴하는지 비교적 피해가 적다 ..  《후루노 다카오/홍순명 옮김-백성 백작》(그물코,2006) 48쪽

 

 “귀뚜라미 활동력(活動力)도 쇠퇴(衰退)하는지”는 “귀뚜라미도 덜 움직이는지”나 “귀뚜라미도 좀 수그러드는지”쯤으로 다듬어 줍니다.

 

 ┌ 비교적 피해가 적다

 │→ 그나마(그래도) 피해가 적다

 │→ 뜻밖에도(생각 밖으로) 피해가 적다

 │→ 그럭저럭(이제부터는) 피해가 적다

 └ …

 

 이 자리에서는 “다른 때보다 피해가 적다”나 “다른 철보다 피해가 적다”로 손보아도 괜찮습니다. 9월에 접어들어 달라진다고 하니까, ‘다른 달’ 또는 ‘다른 때’ 또는 ‘다른 철’이라는 말을 넣으면 됩니다. 때를 가리키는 말에 눈길을 맞춘다면 “이제부터는 피해가 적다”로 손봐도 됩니다. 피해받는 크기가 어떠하느냐에 눈길을 맞춘다면 “그나마 피해가 적다”라든지 “그럭저럭 피해가 적다”로 손보면 됩니다.

 

 ‘비교적’이라는 ‘-적’붙이 말투는 뜻이나 느낌을 두루뭉술하게 합니다. 어느 만큼을 나타내는지 가리고, 얼마만큼 되는지를 숨깁니다.

 

 그러나, 우리가 ‘-적’붙이 말에서 홀가분할 수 있다면, 저마다 나타내고자 하는 뜻과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어요. “그나마 피해가 적다”라 할 때와 “그래도 피해가 적다”라 할 때는 확 다릅니다. “생각 밖으로 피해가 적다”라 할 때와 “뜻밖에도 피해가 적다”라 할 때에도 느낌이 사뭇 달라요.

 

 나라나 겨레마다 자기들 생각과 느낌을 담아내는 말과 글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우리 문화와 삶에 맞추어 우리 말과 글을 쓸 때가 가장 좋고 가장 잘 어울립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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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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