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등학교 때 결핵에 걸린 적이 있다. 사려깊은 담임선생님은 내가 입원했을 때, 반 친구들한테 급성폐렴에 걸려 입원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혹여나 결핵에 걸린 사실이 알려져 친구들이 피할 것을 걱정한 것이다.
한 때 결핵은 무서운 전염병으로 알려져 있었다. 결핵 걸린 사람이 있으면 기피하곤 하였다. 그러나 결핵균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 돌아다니고 있다. 결핵은 감기처럼 몸의 저항력이 약해졌을 때 잘 걸린다. 그래서 영양상태가 좋은 사람들은 안 걸린다. 결핵환자들 중에 뚱뚱한 사람이 없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그 이후로 나는 개소주도 먹고, 보약도 먹고 살을 많이 찌웠다. 40줄에 들어선 지금 건강검진에 비만으로 나와서 이제는 살을 좀 빼라고 한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한다. 고혈압, 당뇨 등 각종 성인병을 유발한다. 비만은 우선 모든 감각을 둔하게 한다. 감각이 둔해지면 점치 신체의 이상을 감지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센병(문둥병)은 바로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병이다. 감각이 둔해지면 결국 자신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너무 못먹어도 병 너무 많이 먹어도 병이다. 우리사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가난한 사람이 있는 것도 우리 사회의 아픔이요, 너무 많이 가져서 무감각한 사람들도 우리사회의 아픔이다.
일찍이 요즘처럼 부자열풍이 분 것을 본 적이 없다. 또한 자신의 건강에 심혈을 기울이는 웰빙바람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선진국 문 앞에서 여전히 노숙자들은 비일비재하다.
정부는 최근 많이 가진사람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적게 가진사람들의 지원책도 깎아내리고 있다.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우리 사회가 점점 더 깊은 병에 빠져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많이 가지려는 노력은 점차 미덕이 되어가고 있는데 많이 나누려는 노력은 점차 밀려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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