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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가 위기라고 한다. 매체 이용자는 줄고 덩달아 매출은 떨어진다.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다. 그렇다면 잡지는 퇴물? 그렇지 않다.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잡지에 웃고 울고 감동 '먹는다'. 너무나 빠르고 얄팍한 시대. 잡지는 오히려 빛난다. 대한민국 잡지여 영원하라! <편집자말>
 < KTX 매거진> 편집부의 모습
< KTX 매거진> 편집부의 모습 ⓒ 김준희

 

KTX를 타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좌석마다 한 부씩 꽂혀있는 <KTX 매거진(이하 <매거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행이건 출장이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기차 안에서 여행잡지만큼 좋은 읽을거리가 또 있을까.

 

KTX를 이용하는 승객의 수는 월 평균 400만명, 그러니까 그 승객들이 모두 <매거진>의 잠재적 독자다. 이 정도면 거의 국내 최대의 여행잡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에 걸맞게 <매거진>의 한 달 발행부수는 6만5000부. 발행부수로 따지자면 국내 월간지 중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다. 시중 서점에서는 이 <매거진>을 구입할 수 없다. KTX 전 구간에 독점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매거진>을 보려면 KTX를 타거나 정기구독 신청을 해야 한다.

 

이 <매거진>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여행기자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여행잡지를 즐겨읽는 독자는 이런 호기심도 품어보았을 법하다.

 

10일 오후 <매거진> 편집부가 있는 서울 부암동 사무실을 방문하자 문은영(45) 편집장이 맞아주었다. 문 편집장은 1986년부터 잡지기자 일을 시작한 베테랑이다. 그동안 일반 종합잡지사에 근무하다가 2004년 4월 KTX 개통과 동시에 발간된 <매거진> 팀에 합류했다.

 

"이 <매거진>은 기본적으로 KTX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여행과 문화에 관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기존에 다른 철도잡지가 있었는데 그것과는 좀 차별성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KTX라는 브랜드 마케팅까지 담당하고 있다. 여행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와 직장인들을 위한 자기계발, 철도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철도공사의 재정 지원 없이 광고 수익만으로 발행한다."

 

사무실 한쪽에 있는 <매거진>을 몇 권 들추어보았다. 두툼한 <매거진>은 다양한 기사들로 채워져있다. 여행과 문화, 맛집소개, 여러 계층의 사람들 인터뷰까지. 매달 164면 이상으로 구성하되, 광고의 비율은 전체 지면의 30% 이하로 제한한다.

 

페이지 수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많을 때는 300페이지에도 육박하고, 평소에는 200~240페이지 정도를 유지한다. 다른 여행잡지나 항공사 기내지와 비교할 때 국내 여행에 많은 비중을 둔다는 것이 큰 차별점이다.

 

<KTX 매거진>은 어떤 점이 다를까?

 

 문은영 편집장이 KTX매거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은영 편집장이 KTX매거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준희

 

"이 잡지를 통해서 우리나라 국토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싶다. 우리가 보면서도 몰랐던 여행지의 매력과 역사적인 사실, 몰라서 못갔던 맛집들이 그런 대상이다.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고 가치를 매기는 작업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 12월호에는 '촬영지로 떠나는 기차여행'이라는 특집기사가 실려 있다. 기차로 떠나는 영화촬영지가 테마다. 영월에서 제작했던 영화 <라디오스타>, <가을로>에 등장하는 장면과 무대를 찾아다녔다.

 

동강의 수려한 풍경과 영월읍내 시장의 정취, 어떻게 그곳에 도착해서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은지도 꼼꼼하게 싣고 있다. 매달 이런 식으로 각기 다른 테마를 정해서 기자들이 움직인다. 기사들이 자칫 식상해지기 쉬워서 3개월에 한 번씩 철도공사에서 자문회의를 열고, 6개월에 한번씩 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한다.

 

편집부는 편집장을 포함해서 기자가 7명, 디자이너 2명, 마케팅 담당 1명으로 총 10명이다. 이 인원이 매달 200페이지가 넘는 매거진을 만들려면 꽤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매거진>의 편집방향 때문에 외부원고는 최대한 받지 않는다는 원칙도 함께 가지고 있다. 바쁠 때는 며칠 동안 야근과 밤샘을 계속해야만 한단다.

 

"예전에 기자 모집을 할 때, '편하게 여행하고 맛있는 음식 먹으러 다닌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은 아예 원서를 넣지 말아달라'고 공고한 적도 있다. 그런 환상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다.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 기자생활 못하기 때문에 초기에 많이 걸러진다."

 

월간지이기 때문에 편집부 기자들은 한 달 단위로 움직인다. 사무실 벽 한쪽에 붙어있는 커다란 화이트보드 달력에는 일정이 가득 적혀있다. 매달 1일에 KTX 전 좌석에 매거진이 꽂혀야 한다. 그러려면 그 전달 11일에 촬영 마감, 19일까지 모든 원고를 마감한다.

 

20일에 디자인 확정해서 교정을 보고, 25일경에 인쇄에 들어가면 2일간은 전 직원이 마감휴가를 받는다고 한다. 마감을 위해서는 일요일에도 쉬지 못할 경우가 많아서 그에 대한 보상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여행잡지사에 근무할 때도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각각 있다.

 

"좋은 여행지를 독자들한테 소개해준다는 보람이 있다. 그리고 매달 결과물이 손에 잡힌다는 것도 장점이고. 단점은 매거진이 마음에 안 들게 나오면 한 달 동안 우울하기도 하고, 한 달 단위로 돌아가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지 않다. 마감 때 되면 다들 누렇게 떠서…(웃음)."

 

"여행기자가 되려거든 사진을 공부하라"

 

 KTX매거진  2008년 11월호, 12월호
KTX매거진 2008년 11월호, 12월호 ⓒ 김준희

 

여행기자들의 이런 생활은 과연 어떨까. 편집부에서 근무하는 경력 5년차 전수희(28)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무래도 여행지에서 간접체험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즐기지는 못하지만 짬짬이 바다를 보면서 생각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조금씩 여행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여행기자라면 공짜로 여행 다니면서 글을 쓰고 그걸로 밥벌이까지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일이라고도 생각된다. 기본적으로 여행과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직업을 택하겠지만, 아무리 적성에 맞더라도 그것이 직업이 되면 항상 고충이 따르기 마련이다.

 

"출장을 가면 빛이 있는 동안에는 계속 촬영하면서 일한다. 특별한 모델이 없기 때문에 기자들 스스로 촬영지에서 모델 역할도 해야 한다. 출장 갈 때는 시간이 되는 친구들을 섭외해서 같이 가기도 한다. 모델로 쓰기 위해서. 그런데 한 번 같이 갔다오고나면 부럽다는 소리 전혀 안 한다(웃음). 사진 한 장 찍으려고 같은 장소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 아무리 여행을 가더라도 일은 일인 것 같다."

 

<매거진>에는 여행 이외에도 다른 많은 기사들이 있다. 기자들이 매월 여행 관련 기사를 한 꼭지 정도 쓰고 다른 분야의 기사를 맡아서 쓴다. 전수희 기자는 여행기사를 쓰면서 동시에 자기계발 관련 칼럼도 담당하고 있다.

 

이 분야의 글은 한 꼭지를 쓰기 위해서 대략 세 권의 관련 서적을 읽어야 한다. 연관된 인물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더라도 사전지식을 충분히 쌓아야 할 테고. 이런 점도 어쩌면 쉽지 않은 일이다.

 

여행지를 선정해서 떠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막상 가서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사전조사를 충분히 하고 목적지로 떠난다. 최대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서 자고 하는 일정을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하더라도 현지에서는 어떤 돌발사태가 생길지도 알 수 없다.

 

"한 번은 KTX 이미지를 촬영하는데 기관실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평소에 좌석에서 보는 풍경하고 기관실에서 보는 풍경하고 너무 다르더라. 언제 기관실에 들어가보겠나. 사진기자도 욕심이 났던지 기관실 옆면에 작은 창문이 있는데 그걸 열고 머리를 내밀고 촬영을 했다. 그런데 바람이 갑자기 불어와서 안경이 날아가버렸다(웃음). 그 기자가 눈이 안 좋은데 결국 안경 없이 그 일정 동안 촬영했다. 그런 식으로 남들이 경험하기 힘든 일들을 종종 겪는다."

 

여행잡지라는 분야가 분화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여행을 많이 가고 여러 종의 여행잡지가 창간되고 있기 때문에 여행기자를 꿈꾸는 취업준비생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지 마지막으로 물어보았다.

 

"여행기자가 되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사진을 볼 줄 알아야 하고, 사진을 찍을 줄 알아야 한다. 출장시에 전문 사진기자가 동행하지만 여행기자도 사진에 대해서 알아야 여러 가지 주문을 할 수 있다. 우선 사진을 좀 많이 공부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밖에는 책 많이 읽고 자기 시야를 여러 방향으로 넓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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