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주 일요일 오후 둘째 아이의 가방을 챙겨주면서 나누는 아내와 둘째아들과의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엄마 나도 영재반 시험 볼거야!"
"응 진짜야. 알았어 그럼 엄마가 신청서 작성한다"
아빠가 보기에는 아무리 봐도 평범한 아이큐(IQ)를 갖고 있는 걸로 보이는 우리집 둘째.
그런 둘째가 영재 운운하고 있으니 아이와 아내가 나누는 대화가 생뚱맞아 귀를 기울여 들었답니다.
그날 아들이 영재반 시험을 본다고 자진해서 말하니 신청서에 이름과 반을 적어 넣으면서도 아내는 나름대로 흐뭇했던 모양입니다.
영재반 시험은 아내의 설명에 의하면 둘째 아들이 자원한 시험은 바로 '지역영재반 시험'이라고 합니다.
안산시 단원구 몇개 초등학교 3학년 재학 학생들중 희망자 중에서 몇 차례의 시험을 거쳐 영재를 선발하고 4~5학년 2년 동안 과학과 수학 두 과목에 대해 특별수업을 시키는 과정입니다.
영재로 선발되는 과정은 그리 만만치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3학년 희망자 중에서 이번 시험을 포함해 앞으로도 면접등 몇 차례의 시험을 거친 후에야 선발이 된다고 하니 말입니다.
영재로 선발된 학생들은 앞으로 4학년과 5학년 동안 과학과 수학 과목을 집중해서 방과후에 특별수업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 영재반에 자신도 한번 들어가 보겠다고 우리집 둘째가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것입니다.
# 영재선발 시험을 봤다는데 무슨 과목 시험 본거야?
매주 토요일 휴무이다 보니 한껏 늘어지는 아침입니다. 느긋하게 아침밥을 챙겨먹은 후 이제는 컴퓨터 좀 그만하고 공부 하라는 아내의 잔소리가 두 아이들을 향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때 우리 둘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엄마 나 어제 영재반 선발시험 봤다"
"그래? 어떻게 봤는데"
"......"
영재선발 시험을 봤다고 하니 아내의 목소리가 궁금한 듯 한껏 높아집니다. 아내의 목소리는 높지만 둘째 아이의 목소리는 그리 높지 못합니다. 주눅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별로 못 본것 같애"
"시험 과목이 몇 과목이나 되었는데? 시험이 어렵든?"
"응 국어시험이 무지하게 어려웠어!"
그때입니다. 일어나자 마자 컴퓨터만 가지고 놀고 있던 첫째 아이가 한마디 거듭니다.
"무슨 소리야. 영재반 시험에는 국어과목은 없어!"
그렇습니다. 첫째 아이도 3년전 같은 시험을 치르고 2년 동안 그 과정을 밟았으니 어떤 과목을 시험을 보는 건지를 너무도 잘알고 있기에 둘째아이가 말하는 허점을 곧 바로 짚어 낸 것 입니다. 둘째를 바라보며 말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이내 높아 집니다.
"아들아 형이 영재선발 시험과목에 국어과목은 없다는데?"
"응?? 아냐, 문제가 '교실에 있는 칠판의 좋은점과 나쁜점을 쓰시오'라는 문제였는데"
"그래서 답을 뭐라고 적었는데?"
"좋은 점은 칠판이 커서 좋다, 가까이 있어서 좋다. 빨리 지울수 있어서 좋다......."
뭐 나름대로 생소한 시험문제를 접하고 최선을 다한듯 해 보입니다. 그러나 둘째아이의 답변이 끝나자 첫째아이의 질책이 곧 바로 터져 나옵니다.
"야 그러니까 그게 과학문제야. 자기 생각을 적으라는 것이고 상상력이 어떤것인지를 테스트 하는 거야. 너는 어떻게 국어시험인지 과학시험인지도 모르는 거냐"
아내의 목소리가 곧 바로 이어집니다. 제가 보기에도 저 문제가 국어문제인지 과학문제인지 헷갈렸으니 말입니다.
"첫째야 그게 그럼 과학시험 문제냐?"
"응 과학시험 문제야"
그렇습니다. 영재선발 시험에 나간 우리집 둘째는 자신이 치른 시험의 과목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럼 우리집 둘째 추정연이 영재선발시험에 나간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 잿밥에 관심 많았던 '영재반'....'여름방학마다 특강이 좋아요'
3년전 첫째 정민이가 3학년에서 4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학교에서 선발하는 영재반에 들어간 적 이 있었습니다. 2년 동안 제 형이 영재반 수업을 받는 것을 쳐다만 봤던 둘째 아이 나름대로 부러웠던 모양입니다.
둘째 아이의 부러움을 한껏 받았던 것은 바로 영재반에서 방학때 마다 치뤘던 특별활동 때문이었습니다. 지지난해인가는 소백산 천문대를 가면서 2박 3일동안 집을 비운적이 있었습니다.
형이 집을 떠난 그 기간 내내 형이 자기도 안데려 갔다면서 툴툴거리고 있는 한껏 신경질(?)를 부렸던 둘째 아이 였답니다. 지극히 평범한 아이큐를 갖고 있음에 틀림없는 우리 둘째 아들이 영재선발시험 이라는 터무니(?) 없는 시험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전혀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다름아닌 영재반에 들어가 공부를 하는 것 보다는 방학이면 놀러 간다는 욕심에 영재반 선발시험에 과감히 도전장을 냈던 것 입니다. 아내가 진지하게 둘째 아이에게 묻습니다.
"근데 몇점이나 맞은거 같냐"
"음..... 50점은 넘을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나름대로 용기를 내어 영재 선발시험에 도전했지만 아무리 봐도 합격할것 같지는 않습니다. 시험문제도 과학은 다섯문제 수학은 열문제가 나왔다고 하는데 문제 자체도 기억해 내지를 못하는데 어떻게 합격까지 바란다는 말입니까!
서른 몇명 시험을 봐서 그중 열명 정도를 합격시키는 것 같습니다. 합격자 열명 명단에 둘째 아이의 이름이 들어가기를 바라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어 보입니다.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침 한때 집안을 흐뭇한 웃음바다로 빠진것만 해도 만족합니다. 둘째 아이는 아빠가 보더라도 도저히 영재반에 선발 되지는 못할것 같지만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게 귀여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쨓든 아들아 아들아 우리집 '공부 잘하는 둘째야', 그저 평범하더라도 건강하고 밝게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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