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운길산에 있는 사찰 수종사, 세조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금강산 다녀오다가, 이수두(二水頭:兩水里)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어 깊은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난데없는 종소리가 들려 잠을 깬 왕이 부근을 조사하게 하자, 뜻밖에도 바위굴이 있고, 그 굴속에는 18나한(羅漢)이 있었는데, 굴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나왔으므로, 이곳에 절을 짓고 수종사라고 하였다는 유래가 전해지고 있는 사찰.
운길산 정상을 향해 가다보면 3분의 2쯤 되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멀리서 바라보면 아찔하게 자리 잡은 사찰로 보인다.
높은 사찰에서 수행을 하는 수도승들은 절까지 가는 길이 고행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던 터였다. 양수대교를 지나칠 때마다 전망이 좋은 사찰을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은 생각을 갖곤 했었다.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일출을 작품으로 담고 싶어 오늘(13일) 어둑어둑한 이른 새벽 동이 트기 전 수종사로 향한다. 생각했던 거와는 달리 다행히 어느 정도는 차를 타고 이동 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놓아 가파르지만 주차장까지 차로 이동하고 깜깜한 어둠을 뚫고 도보로 10여분을 걸어 수종사 경내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인지라 첫 번째로 도착한줄 알았던 나는 깜짝 놀랐다. 어둠이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데 어디선가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다른 사진가들이 10여대의 삼각대를 펼쳐놓고 일출을 담기 위해 동 트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 운해가 장관이다. 스님이 사진가들에게 다가와 말을 한다.
"최근 들어 오늘 운해가 가장 아름답네요. 요 며칠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가 없었거든요. 여러분들은 복 받은 겁니다. 멋진 작품 담아 가세요."장관인 운해를 담느라 연방 카메라의 찰칵 거리는 울림과 함께 산사의 정적을 깬다. 잠시 뒤 또 다른 스님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저 모습이 아름답나요?”"그럼요 장관이잖아요!”"이렇게 이른 새벽에 저걸 찍기 위해 여기까지 오는 거예요?""네 운해와 함께 떠오르는 해를 보면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거든요. 뒤에 보이는 산의 능선이 붉게 물들어 갈 때쯤이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두근거리는걸요."스님이 대뜸 하는 말이 걸작이다.
"미쳤어!"아니 요즈음 유행하는 모 가수의 유행가 가사도 아니고 도를 수행중인 스님이 걸쭉한 목소리로 미쳤어 라니?
"집에서 이렇게 이른 새벽 나가라고 남편이 허락을 합디까?"주위에는 대부분 남자들인데 혼자인 나를 보고 하는 말이다.
(나는 웃으며)"저 사람이 남편인데요.""둘 다 미쳤군.""뭐든 미쳐야 제대로 하는 거예요" "하기야 그렇겠지."
덧붙이는 말이 사찰 앞에 있는 나무들을 2m 앞까지 모두 잘라 낼 것이라고 한다. 혹시나 불이 나면 불씨가 튀어 사찰이 불에 타게 되면 문화재의 손실이 크기 때문에 예방차원에서 나무를 잘라내기로 했단다. 나는 시야가 훤하니 더 멋진 작품을 담을 수 있겠군요 했더니 그렇겠죠 한다.
점점 동이 트기 시작하자 하늘이 붉은색으로 변한다. 해가 짙게 깔린 운해에 가려 보일락 말락 기다리는 사진가들의 애를 태운다. 누군가 그랬다.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시간이 흐르자 운해와 먼저 입맞춤을 한 해가 수줍어하며 부끄러운 속살을 살며시 드러낸다.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아름다운 운해를 만날 수 있으니 흐뭇한 마음이 앞선다. 수종사에서 일출을 담고 싶다면 500년 된 보호수인 은행나무가 있는 곳이 일출을 담기 좋은 장소이다.
날이 밝아 오자 주위에 언제 왔는지 20여명의 사진가들이 보인다. 어두워서 제대로 보지 못한 수종사를 돌아본다. 여느 사찰과는 달리 가파른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수종사는 경내가 아담하다. 모든 산야가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가슴이 뻥 뚫린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불우 이웃돕기 바자회를 한다는 안내 문구가 연말연시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