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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우려의 시선

 

.. 조선어사전편찬회에 기대를 걸면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  《최경봉-우리말의 탄생》(책과함께,2005) 71쪽

 

 “눈이 가는 길”을 한자로 적으면 ‘시선(視線)’이 되지만, 우리 말로 적으면 ‘눈길’이 됩니다. ‘우려(憂慮)’는 ‘근심’이나 ‘걱정’으로 고쳐 줍니다.

 

 ┌ 우려(憂慮) : 근심하거나 걱정함

 │   - 우려를 낳다 / 우려를 표시했다 / 아이들의 정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

 │

 ├ 우려의 시선을 보낼 수밖에

 │→ 걱정스런 눈길을 보낼 수밖에

 │→ 근심스런 눈길을 보낼 수밖에

 │→ 걱정스레 볼밖에

 │→ 걱정도 할 수밖에

 │→ 걱정이 될 수밖에

 │→ 걱정할 수밖에

 └ …

 

 “우려의 시선”은 우리 말이 아닌 일본말입니다. 일본사람들이 적는 “憂慮の視線”을, 껍데기만 한글로 적었을 뿐입니다. 이를 “걱정의 눈길”로 다듬어도 알맞지 않아요. 사이에 끼어든 ‘-의’를 덜고 “걱정스런 눈길”이나 “걱정하는 마음”이나 “근심스런 눈”이나 “근심하는 몸짓”쯤으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 아이들의 정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

 │→ 아이들이 마음을 다칠까 걱정스럽다

 ├ 우려를 표시했다

 │→ 걱정된다고 말했다

 ├ 우려를 낳다

 │→ 걱정이 된다

 └ …

 

 한자말 ‘우려’를 쓰면 자꾸 ‘-의’가 들러붙습니다만, 토박이말 ‘걱정’이나 ‘근심’이나 ‘끌탕’을 넣으면 어느 자리에도 토씨 ‘-의’는 달라붙지 못합니다.

 

ㄴ. 우려의 원인

 

.. 최근의 어떤 매우 상세한 보고는 깊은 우려의 원인을 제공한다 .. 《폴 인그램/홍성녕 옮김-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알마,2008) 108쪽

 

 ‘최근(最近)의’는 ‘요사이 알려진’이나 ‘요즈음 나온’으로 다듬습니다. ‘상세(詳細)한’은 ‘낱낱이 밝혀 놓은’이나 ‘낱낱이 적어 놓은’으로 손봅니다. “원인(原因)을 제공(提供)한다”는 앞말과 묶어서 아예 털어냅니다.

 

 ┌ 깊은 우려의 원인을 제공한다

 │

 │→ 몹시 걱정스럽게 한다

 │→ 대단히 근심스러울 뿐이다

 │→ 참으로 걱정스럽기만 하다

 │→ 더할 나위 없이 근심스럽다

 └ …

 

 수학을 익히고, 사회과학을 파며, 역사학을 들추는 분들 가운데 ‘우리 말과 글’을 차근차근 익히거나 파거나 들추는 분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교육학을 배우고, 인문학을 살피며, 자연과학에 몸담는 분들 가운데 ‘우리 말과 글’을 알뜰살뜰 배우거나 살피거나 헤아리는 분을 만나기 힘듭니다. 모두들 당신들이 파고드는 학문 한 가지는 잘하는지 모릅니다만, 당신 뒷사람한테 알맞고 쉽고 넉넉하게 물려줄 수 있게끔 ‘자기 학문을 우리 말과 글로 살뜰히 엮어내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지 못합니다.

 

 일그러져 있는 말과 글로 학문을 하여 책을 내거나 옮겨 놓으면, 일그러져 있는 말과 글로 ‘어느 학문을 배우게’ 됩니다. 처음 가르쳐 주는 분이 일그러져 있는 말과 글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면, 아이들은 아무리 훌륭하고 슬기로운 학문을 갈고닦는다고 하여도, 자기 학문을 ‘일그러져 있는 말과 글’로 풀어놓을밖에 없습니다.

 

 학문이라는 ‘목적’은 이루었을지라도, 학문을 함께 나누는 ‘실천’은 하지 못하는 셈입니다. ‘이론’은 누구보다 튼튼히 다져 놓았을 터이나, 이론을 풀어놓으며 세상사람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는 ‘실천’하고는 동떨어져 있는 셈입니다.

 

 들려주는 이야기가 좋거나 반갑다고 하여도, 신문기사나 방송소식이 ‘일그러진 말과 글’로 되어 있다면, 좋은 이야기와 반가운 이야기라 하여도 사람들한테 일그러진 말과 글을 길들게 하고 맙니다. 목사님과 신부님과 스님 말씀이 아무리 거룩하고 훌륭하여도, 당신들 말씀이 일그러져 있다면, 믿음 한길을 걷는 사람들 말과 생각도 일그러질밖에 없습니다.

 

 ┌ 얼마 앞서 나온 매우 낱낱이 밝혀진 이야기를 보니 몹시 근심스럽다

 ├ 요사이 나온 매우 낱낱이 알려진 이야기를 보니 대단히 걱정이 된다

 └ …

 

 어느 학문을 하건, 알맞고 바르고 살갑게 말하고 글을 써서 자기 생각과 뜻과 마음을 펼쳐 보일 수 있도록 함께 이끌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어느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건 말을 바르게, 글을 곧게 여밀 수 있게끔 북돋워야 한다고 봅니다. 초등학교 아이들한테조차 영어를 어김없이 가르치고 있는데, 이에 앞서 우리 말과 글을 얼마나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중고등학생한테도, 또 대학생한테도, 또 여느 회사원과 노동자한테도, 우리 말과 글을 얼마나 제대로 가르치면서 제대로 쓰도록 도와주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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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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