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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평화적인 수단을 사용해서

 

.. 물론 전쟁은 좋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모든 평화적인 수단을 사용해서 전쟁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오다 마코토/이규태,양현혜 옮김-전쟁인가 평화인가》(녹색평론사,2004) 32쪽

 

 “좋은 것이 아니다”는 “좋지 않다”나 “좋다고 할 수 없다”로 다듬고, ‘사용(使用)해서’는 ‘써서’로 다듬습니다.

 

 ┌ 평화적(平和的) :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 없이 평온한

 │   - 평화적 정권 이양 / 평화적 집회 /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다

 ├ 평화(平和)

 │  (1) 평온하고 화목함

 │   - 가정의 평화를 깨뜨리다

 │  (2)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함

 │   - 인류의 평화를 갈망하다 / 평화를 지키다

 │

 ├ 모든 평화적인 수단을 사용해서

 │→ 모든 평화로운 수단을 써서

 │→ 모든 평화로운 길로

 │→ 모든 무기를 내려놓으면서

 │→ 그 어떤 무기도 내려놓으면서

 │→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고서

 └ …

 

 ‘평온(平穩)’하다고 하는 ‘평화’입니다. 국어사전에서 ‘평온’을 찾아보면 “조용하고 평안(平安)함”이라고 풀이합니다. 다시 ‘평안’을 찾아보면 “걱정이나 탈이 없음”이라고 풀이합니다. 곧, 아무 걱정이 없는 때가 ‘평화로운’ 때로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아무 말썽이 없고 어떤 탈도 없을 때가 바로 ‘평화’가 깃드는 때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 평화적 정권 이양 → 평화로이 정권을 넘겨줌

 ├ 평화적 집회 → 평화로운 집회 / 조용한 집회

 └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다 → 다툼을 피흘리지 않고 풀다

 

 다툼이 없어도 걱정이 없습니다. 조용할 때에도 걱정이 없곤 합니다. 어수선하지 않을 때에도, 복닥거리지 않을 때에도, 툭탁툭탁거리지 않을 때에도 근심이 없습니다.

 

 서로 오순도순 어울릴 때,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할 때, 누구나 스스럼없이 손을 잡고 살가이 모일 때, 우리들 마음에는 아름다움과 싱그러움과 해맑음이 살며시 찾아옵니다.

 

ㄴ. 평화적인 모임

 

.. 우리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평화적인 모임을 갖거나 단체를 만들 수 있어요 ..  《국제앰네스티/김태희 옮김-우리는 모두 소중해요》(사파리,2008) 42쪽

 

 “지키기 위(爲)해”는 “지키고자”로 다듬습니다. “모임을 갖고자”는 “모임을 하고자”로 고치고, ‘단체(團體)’는 ‘동아리’나 ‘모임’으로 고쳐 봅니다. 바로 앞에 ‘모임’이라는 낱말이 나오니, 두 가지를 아울러서 “모임을 하거나 꾸릴 수 있어요”로 고쳐써도 됩니다.

 

 ┌ 평화적인 모임을 갖거나

 │

 │→ 평화 모임을 하거나

 │→ 평화로이 모임을 하거나

 │→ 평화를 사랑하는 모임을 하거나

 │→ 서로 도우려고 모이거나

 │→ 옹기종기 모이거나

 └ …

 

 “평화적인 모임”이라 한다면, 모임을 하는데 ‘평화를 지킨다’는 이야기일까 궁금합니다. 아니면, ‘평화를 사랑하는 뜻’으로 모임을 한다는 이야기일까 궁금합니다.

 

 보기글이 실린 그림책을 보면, “평화적인 모임을 갖거나”라 하면서, 살빛이 다른 네 아이가 한손씩 내밀며 모이는 모습을 그려 놓습니다. 이 그림으로 보건대, “평화적인 모임을 갖는다”는 이야기는, 어려울 때 저마다 힘을 모아서 권리를 지키려고 똘똘 뭉친다는 뜻이 아니랴 싶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모임”이라기보다 “모임을 하면서 평화로운 방법을 쓴다”는 뜻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는가 싶어요.

 

 인터넷으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게시판에 들어가 봅니다. 그곳에는 “모든 사람은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갖는다”고 적혀 있습니다. 어린이책에 풀어놓는 말은 “평화적인 모임을 갖거나”이고, 어른들이 보는 자리에 풀어놓는 말은 “평화적인 집회”로군요. 어린이책에는 “단체를 만들 수 있어요”이고 어른들이 보는 자리에는 “결사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갖는다”입니다.

 

 ┌ 평화적인 모임 / 평화적인 집회

 └ 단체를 만들 수 있어요 / 결사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갖는다

 

 세계인권선언과 같은 글이라 할 때에는, 어린이부터 어른 누구나 함께 보고 함께 알고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추스르거나 맞추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이거나 고르게 누려야 하는 권리를 밝히는 글인 만큼, 배움이 적은 사람도 알아보기 수월하도록 맞추고,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사람도 어렵잖이 헤아리도록 다독여야지 싶습니다.

 

― 우리는 권리를 지키려고 서로 어깨동무를 하거나 모임을 열 수 있지만, 주먹힘이나 전쟁무기를 써서는 안 돼요

 

 그런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주먹힘을 안 쓰고 전쟁무기 또한 들지 않고서 모임을 하고 우리 권리를 외치는 사람들을 ‘평화 시위’가 아닌 ‘불법 폭력 시위’라는 거짓 딱지를 붙이면서 짓밟고 있습니다. 참을 거짓으로 비틀고, 거짓이 참인 양 뒤집어씌우고 있어요. 앞과 뒤가 바뀌고 겉과 속이 어긋납니다. 비뚤어지고 뒤틀린 세상이라 할 만합니다. 이러다 보니, 사회 흐름뿐 아니라 우리 삶도, 또 우리 말도 똑같이 비뚤어지고 뒤틀리면서 어수선해지거나 엉망이 되어 버리고 말아 몹시 걱정스럽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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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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