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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15개 대학 총장 간담회가 열리는 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등록금 대책 마련을 위한 전국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과 정부가 나서서 등록금 동결을 넘어 인하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15개 대학 총장 간담회가 열리는 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등록금 대책 마련을 위한 전국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과 정부가 나서서 등록금 동결을 넘어 인하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2009년도 등록금 동결 발표.

상지대, 성신여대, 고려대 등에 이어 연세대까지 2009년도 등록금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떻게 보면 대학들이 '대단한' 결심을 한 것 같다.

과연 그럴까?  등록금 대책을 위한 전국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인 등록금넷은 18일 오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 위기 상황에 맞게 대학은 합리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특단의 등록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등록금넷은 한국대학교육연구소와 함께 2007년 대학 예·결산 분석을 진행한 결과, 수입은 축소하고 지출은 부풀리는 방식으로 1조 7174억원의 차액을 대학들이 남겼고, 이것은 2006년에 비해 3.6% 증가한 사실을 발표했다.

등록금넷은 지난 9월에도 2006년도 전국 사립대학 예결산을 분석하여 발표하였는데, 대학이 수입은 축소하고 지출은 뻥튀기하는 비합리적인 예산 편성이 그대로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2007년도 뻥튀기, 축소 편성에 의한 예결산 차액인 1조 7174억원은 2007년 전체 예산(사립대학)인 등록금 수입 8조 5295억원의 20.1%에 이른다. 이것은 곧 대학에서 합리적인 예산 편성이 이루어졌다면, 2006년 등록금 수입의 20%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12월 초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52.8%의 대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휴학을 고려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등록금이 동결이 되었는데도 휴학을 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45.5%의 학생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내년의 경제 상황이 더 극심할 것으로 보이는 것을 감안한다면 휴학생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생 52.6%, 등록금 때문에 휴학 고려

이미 치솟을대로 치솟은 대학 등록금 때문에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학의 이런 주먹구구식 예산편성에 이어 대학은 현재 과도하게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다. 2007년도 누적 적립금은 7조 2천억원에 달한다. 한 해 등록금 수입이 장학금을 빼면 약 10조인데 대학의 적립금만 7조가 넘으니 대학들이 배를 불려도 너무 많이 불린 것이다.

대학은 이유가 있어서 적립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학생들을 위한 연구기금, 장학기금보다 건축적립금, 사용출처를 알 수 없는 기타 적립금이 전체 적립금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1997년 IMF 시기 이듬해인 1998년에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한 바 있는데, 이 시기 또한 대학들이 적립금을 누적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제 위기 상황을 감안한다면 더 이상 적립금을 과도하게 축적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또한 2007년 12월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개정으로 사립대학이 적립금 50%한도에서 증권거래법에 따른 증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되었는데 최근 금융 위기로 인해 해외 대학들이 일부 손실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가 되고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투자 내역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보공개를 요청해도 대학은 '영업상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를 할 수 없다고 한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이 되는 것인데 비밀이란다. 이것은 교과부가 2008년 1월 각 대학에 통보한 '사립대학 적립기금 투자관리 지침서(안)'을 위반하고 있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얼마 전 연세대 일부 직원들이 학교 예산을 횡령, 비자금을 조성한 사건을 보면 얼마나 대학의 회계가 비합리적이고, 비밀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그래서 등록금넷은 "현재 심각한 경제 상황에 맞게 예산이 책정되어야 하며, 현재 등록금 동결로 대학은 생색을 낼 것이 아니라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을 대폭 확대하고, 정부는 등록금에 대한 획기적 재정지원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록금넷은 경제 위기 상황에 맞는 등록금 해법으로 다음과 같이 5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 등록금 동결을 넘어 등록금 인하와 대대적인 장학금 지급 추진
△ 7조원이 넘는 적립금을 사용하고, 정부·국회는 적립금 규제책 마련
△ 정부는 획기적 재정지원 확대하여, 이명박 대통령 공약사항 ‘반값 등록금’ 구현
△ 정부와 국회는 등록금 폭등과 뻥튀기 예·결산 방조 말고, 등록금 상한제를 도입
△ 정부와 국회는 국가장학재단법을 넘어, 등록금 후불제, 등록금 차등책정제 도입

최근 정부여당이 날치기 통과시킨 2009년 예산안을 보면 강부자와 재벌을 위해 무려 16조이 넘는 돈을 감세하고, 국채를 20조 가까이 발행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미 투자과잉상태이며, 일자리 창출 등 경제파급효과가 가장 낮고, 재벌과 토건족·투기꾼 등 1%에게만 이익이 독점되어 '삽질 예산'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사회간접자본예산을 전년보다 5조 1천억이나 올린 24조 7천억 원으로 책정했다.

또한 대다수 국민이 하지 말라는 '대운하 의혹 예산'에 1조 7천억원을, '형님 예산'이라고 비판받는 포항지역 건설예산을 전년보다 95%나 높은 4370여억원으로 배정했으며, '공안예산'으로 지목받은 경찰청 진압장비 확충에 519억, 법무부 공안수사비 확대에 39억 등 국민을 감시, 탄압하는 예산도 파격적으로 증액했다. 부실한 건설회사에도 10조원 가까운 세금과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강부자와 재벌 위한 감세만 16조... 대학 등록금 문제는 외면

그러나 차상위계층 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 지급 등 등록금 지원을 위해 민주당이 주장한 9천억원 예산 증액도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다. 세금을 더 낸다 해도 사는 데 하등의 문제가 될 것이 없는 부유층들의 감세분 일부만 확보해도, 토건족·재벌들을 지원하는 수십조의 예산 일부만 확보해도, 등록금 문제가 바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반값등록금을 수십 번 약속했던 정부여당은 이번 예산안 강행 처리를 해 더욱 의지가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18일 오후 1시에는 2009년도 총학생회장 당선자들이 모여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1박 2일 농성에 들어가려 했지만 이것마저 경찰들은 가만히 두질 않았다. 현재는 결국 자리를 옮겨 조계사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정부 여당이 공약한 대로 '반값 등록금'에 근접하게 된다면 1천만 명이 넘는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고통이 상당부분 해결되고, 헌법이 보장하는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도 실현된다. 나아가 서민들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면서 내수가 진작돼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텐데 여당과 이명박 대통령은 '반값등록금 공약을 내건적이 없다'라고만 얘기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는 등록금 문제의 근본적 해법을 위해 관련 법안들이 제출되었다. 등록금 상한제(등록금 책정 시 법으로 정한 가계의 일정 소득 범위 이상으로는 등록금을 받지 못하는 제도), 등록금 후불제, 차등책정제(등록금을 세금이나 국민연금처럼 소득에 맞게 책정하는 제도) 등을 담은 법안을 민주당 교육위 간사인 안민석 의원과 민주노동당 교육위 권영길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권영길 의원은 적립금에 대한 합리적 규제 내용을 담은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함께 냈다.

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경제도 혹독하게 힘들어 지고 있는데, 내년도 등록금 마련 걱정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대학생, 학부모들은 동결을 그리 기뻐하지 않는다. 지금 학생, 학부모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등록금 인하 및 장학금 확대 지급이다. 지금의 대학 살림과 적립금, 예결산안에서도 얼마든지 등록금 인하 및 장학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리고 등록금 문제가 이처럼 심각해지는 이 때 등록금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의 획기적 재정지원과 등록금 상한제, 후불제, 차등책정제를 즉시 시행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등록금넷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진선입니다.

등록금넷의 활동에 더 알고 싶으시면 등록금넷 카페 cafe.daum.net/downstop으로 오시면 됩니다.



#등록금#등록금넷#사립대학#적립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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