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경 1, 명물, 흔들바위김해 무척산에 명물 흔들바위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 주말엔 꼭 가야지 하면서, 주말이 되면 다른 일이 생겨 자꾸 미루게 되었다. 그런데 '산벗' 회원이자, 친 형님이 주말 새벽에 전화가 걸려왔다.
"아우야 ! 너 아직 김해 무척산 흔들바위 구경 못했지? 내가 널 위해 무척산을 미리 사전 답사하고 왔다. 참 너무 좋더라. 그런데 내 내공으로는 무척산 흔들바위 끄떡도 하지 않더라. 소문엔 손가락만 갖다대도 흔들리다던데, 우리 형제, 오늘은 김해 무척산 흔들바위 한번 흔들어보자."
우리는 형님의 안내로 무척산을 올랐다. 김해 생림면 생철리 무척산 '흔들바위'는, 우리나라의 흔들바위로서는 설악산과 팔봉산 흔들바위에 이어 3번째이고, 남부지방에서는 첫 흔들바위. 이 '흔들바위'는, 무척산 주차장에서 석굴암 방향으로 걸어서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흔들바위 높이는 3. 4m, 둘레 9. 2m, 바위를 지탱하는 밑둘레 2.4m 크기다.
멀리서 보면 작은 다이아몬드가 산에 박혀 있는 형상을 띤다고 한다.
흔들바위는 아쉽게도 소문처럼 손가락을 갖다대기만 하면 흔들리는 흔들바위는 아니었다. 두 장정이 힘을 합해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흔들바위였다. 흔들바위 뒷면은 마치 여인의 얼굴을 닮아 있었다. 모두들 고개를 가웃거렸다. 분명히 인터넷 정보로는 흔들바위를 발견한 사람이, 손가락으로 살짝 밀어도 1-2cm 정도의 진폭을 느낄 수 있는 흔들바위라고 했는데, 아무리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약간은 기묘한 기분이었다. 어쩜 묵직한 바위의 영혼이 깃든 바위는 누구에게나 가볍게 흔들리는 바위이길 거부하는 듯 말이다.
#2 풍경-부부소나무(연리지)
흔들바위를 구경한 일행은 모은암을 거쳐 무척산 정상에 올랐다. 무척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냥 너무 멋졌다. 눈 아래 낙동강이 굽이 굽이 흘러가는 게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산 허리 부분에는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이 많았다. 갖가지 바위 모양마다 설화가 깃들어 있었다.
바위와 암봉이 많아서 산세가 험한편이었다. 그러나 산을 타는 사람들에게는 험한 만큼 즐거움을 주는 무척산. 오르다보니 부부소나무(일명 형제 소나무, 사랑소나무)를 만났다. 줄기가 다른 두 그루의 나무가 몸통이 합쳐져 있었다.
이 소나무는 문헌상 삼국사기의 신라 내물왕 7년 시조묘의 나무와 고구려 양원왕 2년 서울의 배나무가 연리지가 된 기록 등 상서로운 나무로 알려지고 있다. 형님과 산벗 일행은 안내판에 적힌 말처럼 손에 손을 잡고 연리지나무 앞에서 기도를 했다.
# 풍경 3-2000년 된 고찰, 모은암대부분 무척산 등반은 마현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석굴암과 모은암을 거쳐 정상에 오른다. 마현고개에서 동쪽으로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오고, 여기에서 오른쪽 길을 택해 가다보면 석굴암. 석굴암은 작은 암자이나, 여기서의 전망은 무척산의 백미.
샘터에서 북쪽으로 나가면 바위 사이로 길이 나 있다. 이 길을 따라가면 모은암이다. 석굴암과 모은암을 잇는 표고 약 350M의 환상선 주변은 기암괴석 지대. 그 지대를 감상하고 가는 코스가 제일 좋은 등산코스다.
이 모은암은 김수로왕이 죽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지은 절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2000년이 넘은 고찰이다. 이 모은암 뒤쪽 고개를 넘어 오르면 커다란 분지에 천지못이 나온다. 그리고 기도원을 지나 정상에 닿게 된다.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낙동강과 강 건너 만여산과 토곡산이 손짓한다.
하산할 때는 정상에서 남쪽 능선을 내려가다 철전주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하사촌 마을에 닿고, 동쪽길에서 내려가면 백운암을 지나 용당 나루터를 만난다.
김해는 대가야국의 불교문화 중흥의 흔적이 곳곳에 존재하는 고장이다. 유서깊은 모은암 등 설화가 깃든 천년바위들과 가야 문화와 융화된 자연 경관이 뛰어나다. 하산 길에 만난 돌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붉은 까치밥이 고향에 온듯 훈훈한 정겨움을 주었다. 무척산은 하루만에 다 품을 수 있는 산은 아니다. 오랜 역사처럼 품이 깊고 넓은 무척산, 우리의 얼이 깃든 산이다.
닫힌 사립에/ 꽃잎이 떨리노니/구름에 싸인 집이/ 물소리도 스미노라/ 단비 맞고 난초잎은/새삼 치운데/ 볕 바른 미닫이를 /꿀벌이 스쳐간다./바위는 제자리에/옴쩍 않노니/ 푸른 이끼 입음이/ 자랑스러라./ 아스럼 흔들리는/ 소소리 바람./ 고사리 새순이/ 도르르 말린다. -'조지훈'의 <산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