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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한 지방대학 졸업예정자인 이진영(26·가명)씨는 즐거운 연말연시에도 표정이 어둡다. 졸업시즌이 다가왔는데 원하는 직장의 문턱에서 여러차례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차선책으로 한 방송사의 인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지만 그곳이 자신의 보금자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진영씨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

 

꿈을 향한 노력, 그리고 절망

 

사실 진영씨 가정은 여유 있는 중산층이었다. 하지만 97년 IMF를 맞게 되고 그 여파로 아버지 사업이 기울면서 집안이 급격히 무너졌다. 급식비조차 제대로 낼 수 없어 우유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남은 우유를 도시락 삼아 가지고 다녔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휴학과 아르바이트를 번갈아 하는 상황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멋진 자연다큐멘터리를 만드는 PD가 되는 것이 꿈이었기에 흔히 '스펙'이라는 부분부터 관련 공부까지 빼놓지 않고 파고들었다. 그 결과 토익과 학교성적 등 남부럽지 않을 만큼의 결과를 얻게 되었다. 비록 다른 경쟁자들보다 어학연수나 관련 경력사항은 많이 부족하지만 하루 3시간 이상 잠을 자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1차 서류전형에서도 탈락하는 일이 부지기수고 통과한다 해도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살아남기란 정말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확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진영씨는 점점 자신의 기준이 낮아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주변에서는 다른 직업을 찾아보라는 조언까지 듣고 있다고 했다.

 

"어려운 학창시절이었지만 참고 견디면 언젠간 장밋빛 인생이 찾아올 줄 알았어요. 근데 막상 졸업의 문을 열어보니 훨씬 더 크고 단단한 철문이 제 앞을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랄까? 솔직히 요즘은 미래에 대해서 조금 현실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젊은 나이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사회 초년병에게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직업이란, 미래를 위한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이 가져야 하는 의무 조건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직업에 대한 열정보다는 회사가 바라는 성적만이 젊은이들의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청년들은 하나의 인재로서 가치를 존중받지 못하고, 얼마짜리 인간인지에 대한 압박에 시달린다. 무슨 일을 하건 어떤 역할이건 간에 연봉 천만원을 받는다면 그 사람은 천만원짜리 인생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이 더욱 젊은 구직자들을 압박에 몰아넣고 있고, 때문에 안정적이고 높은 임금을 보장하는 직업들이 소위 '신의 직장'으로 분류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청년은 놀지 않는다

 

채용포털 '잡코리아'의 10월 29일자 통계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이 59.1%로 2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러한 실업률 상승은 선호하는 직업이 집중화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해석이 불가능 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발등의 불이 되버린 청년 실업 문제에 긴급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일자리 확충과 예산집행을 앞당기는 등 해결 방안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구직을 원하는 청년들에게는 뜬구름 잡는 소리로 다가올 뿐이며, 기업의 구조조정, 공공기관의 통폐합과 비정규직 문제 등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어떤 희망도 찾기 힘들다.

 

더군다나 얼마 전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에서 청년들이 상황만 탓하고, 편안한 직장만을 기다린다는 발언과 함께 자신을 낮추라는 내용은 가뜩이나 힘든 청년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사건(?)이었다. 현 정부는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하며, 잘못된 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되짚어 고쳐나가야 한다. 겉만 번지르르 한 보여주기 정책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국가 운영으로 청년들의 꿈에 시멘트가루를 날리는 일은 없게 해야 한다.

 

청년들은 결코 놀고 있지 않다. 과거와 달리 요즘 청년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그에 따른 노력 또한 소홀하지 않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가 힘든가. 이 시대의 한 축인 청년들의 돌파구는 과연 어디인지에 대한 질문은 현재진행형이다.

덧붙이는 글 | 제3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태그:#청년실업, #취업,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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