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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미국인 교환학생 오스틴의 일상과 그의 이야기를 토대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모든 대화는 영어로 진행됐으며 한국말로 의역해 기사화했습니다. - 기자 주]

최근 몇 년 사이 대학가에는 외국인 교환학생의 수가 부쩍 증가했다. 대학마다 외국인 교환학생수를 확대함으로써 대학의 국제화지수 상승 및 역량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스틴(21·중앙대 외국인 교환학생)도 국내 대학의 국제화 활동에 의해 한국으로 오게 된 학생 중 한 명이다. 샌디에이고주립대 3학년으로 경제를 전공하고 있는 그가 교환학생으로 온 지는 4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한 학기 코스로 한국땅을 밟았지만 한국생활에 만족해 학기 연장을 신청했다.

한국에서 보낸 성공적인 한 학기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오스틴과 교환학생 도우미 이학평(23·중앙대)씨가 나들이에 나섰다. 그는 취재 내내 솔직한 모습을 보이며 4개월 동안 겪은 한국의 장점과 단점을 거침없이 말했다. 한국을 사랑하는 청년 오스틴의 하루를 따라가 보았다.

"한국 음식 너무 맛있어요!"

인사동에서 불고기를 맛있게 먹는 오스틴
 인사동에서 불고기를 맛있게 먹는 오스틴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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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과 함께 찾아간 곳은 인사동의 전통식당. 학교에서만 지내다 보니 외식할 기회가 없었다는 그는 취재 내내 웃음을 지으며 즐거워했다. 불고기 정식을 시킨 오스틴은 음식이 늦다며 재촉하는 등 한국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음식이 나오자 묵, 콩나물, 시금치 등의 이름을 물어보며 연신 '딜리셔스!'를 외쳐댔다. 10분 만에 게 눈 감추듯 식사를 해결한 그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고마움을 전했다.

전통찻집에서 전통차를 즐기는 오스틴과 그의 도우미 이학평씨
 전통찻집에서 전통차를 즐기는 오스틴과 그의 도우미 이학평씨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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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그들은 전통찻집을 찾아갔다. 전통찻집에 처음 와본다는 오스틴은 한국에서 와본 장소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국인들 눈에는 그냥 허름한 전통찻집으로 생각되겠지만 외국인 눈에는 아름다운 곳으로 보이는 듯했다.

오스틴은 찻집에서 흘러나오는 전통악기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며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콧노래를 불렀다. 그가 주문한 약과와 전통차가 나오자 맛을 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교환학생 도우미 이씨와 필자가 주문한 차까지 맛을 보며 '굿!'을 반복해 외쳤다. 한국음식을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음식 때문에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다.

"아닙니다. 특히 불고기와 삼겹살은 정말 맛있는 음식입니다. 내년에 미국에 돌아가면 한국 음식들이 그리울 겁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집에서 끓여 먹는 한국 라면입니다. 미국에 갈 때 가장 좋아하는 'OO라면' 몇 개 가지고 갈 생각입니다."

오스틴에게 한국 음식 적응은 오래 전에 끝난 일 같았다.

"한국 대학생들 공부 정말 많이 해요!"

얼마 전 오스틴은 영어 회화 동아리에 가입했다. 교환학생 도우미 이씨의 추천으로 함께 하게 된 오스틴은 모임 장소로 출발하기 전부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학기 중에는 대학 내 영어전용실에서 한국 학생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고 친구를 사귑니다. 방학 때에는 다른 학교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서 동아리에 가입했습니다. 영어 말하기 동아리는 영어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합니다."

동아리 모임이 있는 '서울 청소년 수련관'에 도착하자 동아리 학생들이 오스틴을 반갑게 맞이했다. 오스틴은 10여명의 한국인 사이에서 열띤 영어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1시간여의 말하기 시간이 끝나고 오스틴은 지친 듯한 기색을 보이며 "한국 대학생들 영어공부 정말 많이 합니다. 이렇게 하면 미국인처럼 말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스틴의 말 속에는 뼈가 있어 보였다. 실제로 한국 대학생들 중 대부분이 많은 시간을 영어 공부에 투자하지만 외국인 앞에만 서면 말문이 막혀버리고 만다. 내친김에 그에게 한국 대학생들의 영어 실력 평가를 부탁했다.

"한국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의사소통 문제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할 줄 알면서도 제가 말을 걸면 말끝을 흐리면서 자리를 피했습니다. 도서관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영어공부를 많이 하는데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도서관에 앉아서 하는 이론공부보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며 한국학생들을 위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영어 말하기 동아리에서 토론을 하고 있는 오스틴과 한국 대학생들
 영어 말하기 동아리에서 토론을 하고 있는 오스틴과 한국 대학생들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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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코리아, 하지만...

그는 현재 내년 6월까지 학기 연장신청을 한 상태이다. 무엇이 그를 계획보다 6개월 더 머무르게 했을까?

"한국인들은 정말 친절합니다. 악수를 하거나 인사를 할 때 격식을 갖춘 모습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술 문화에서도 예의가 있다는 점은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좀 더 있고 싶어 6개월 연장을 했습니다."

그를 움직인건 바로 한국인의 예의바른 모습이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외국인 친구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한국 예절을 말하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악수를 할 때는 한손으로 반대쪽 손을 받친 후 악수를 하는 것, 술잔을 받을 때는 두 손으로 받고 뒤돌아서 마시는 것 등의 기본적인 행동으로 인해 외국인이 감동을 받았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But..."

하지만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말을 꺼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이해가 안가는 행동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쓰레기를 길바닥에 절대 버리지 않습니다. 버리면 300달러(약 한화 40만원)의 벌금이 있고 쓰레기를 버리는 행동은 범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쓰레기통을 이용합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학교 내 길바닥에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을 보고 학교 학생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쓰레기를 거침없이 버립니다. 이는 미국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린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이를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점이 한국인의 이미지로 인식된다면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이는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번성해야 할 점이다. 그는 한국인의 예의 바른 모습과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은 너무 상반된 모습이라며 한번만 더 생각해보고 행동하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했다.

그는 21살의 장난기 많은 어린 청년이다. 하지만 그의 진솔한 한마디에 많은 것을 반성하고 느낄 수 있었다. 2009년에는 한국을 사랑하는 푸른눈의 청년 오스틴에게 예의바르고 정직한 대한민국만이 보여지길 바란다.

▲ 저는 한국을 사랑하는 오스틴 입니다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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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3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태그:#오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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