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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내는 완벽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철저히 합니다. 집안 청소를 해도 먼지 하나 보이면 다시 청소를 해야 합니다. 몸이 아무리 아파도 집안 청소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픈 몸으로 왜 청소를 하느냐고 따지면 눈에 보이는 것을 보고 어떻게 가만히 있느냐고 반문합니다.

한 번씩 집안 청소와 설거지를 도와줍니다. 그때마다 구석진 곳이나, TV와 장롱 위에 있는 먼지를 딱지 않았다고 불평합니다. 설거지를 한 그릇을 반듯하게 정리하지 않았다고 불평입니다.

이랬던 아내가 요즘 한 번씩 빨래를 태워먹고, 반찬거리를 태워 먹습니다. 어젯밤(23일) 일어난 일입니다. 서재에 있는데 음식 타는 냄새가 났습니다. 처음에는 아랫집과 주위에 식당이 워낙 많아 식당에서 타는 냄새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타는 냄새는 심해지고, 연기가 서재 안으로 스며들어왔습니다.

"여보! 당신 무엇하고 있어요?"
"…"
"여보! 지금 음식 타는 냄새 나고 있다니까."
"…"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결국 부엌으로 뛰어갔습니다. 무청 시래기국을 끓이고 있었습니다. 무청 시래기는 많이 타 '왜 나를 이렇게 내버려 두었는지 원망'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아내는 방 안에서 아이들과 어떤 일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드라마'였습니다. 방문을 열었습니다.

 무청 시래기국이 타버렸다. 타버린 무청은 다 버리고, 조금 남은 무청만 주인을 원망하고 있다.
무청 시래기국이 타버렸다. 타버린 무청은 다 버리고, 조금 남은 무청만 주인을 원망하고 있다. ⓒ 김동수

"지금 무엇하고 있어요? 음식 타는 냄새 안났어요?"
"아 참 내가 무청 시래기국 끓이고 있었지. 깜빡했다. 이를 어떻게 해."
"아니 드라마도 좋지만 음식을 올려 놓았으면 타기 전에 불을 끄야지. 그리고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 한데 냄새가 안났어요. 연기 좀 보세요. 연기."

"한 번쯤은 실수할 수 있잖아요."
"한 번쯤이라는 일주일 전에는 빨래 태워잖아요. 빨래!"

TV와 누나들 말을 들으면 빨래와 음식을 태워 먹는 모습을 보고, 들었지만 아내가 태워 먹으니 아내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실수도 한 번씩 하는 것도 완벽함보다는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엄마 무청 시래기국 태워 먹은 것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줄까? <오마이뉴스>에 글도 쓰고."
"아빠 안 돼요!"
"왜?"
"엄마가 실수한 것을 다른 사람이 알면 싫어요. 엄마도 무청 시래기 태운 것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어요. 아빠는 엄마가 실수한 것을 자랑하고 싶어요. 엄마를 슬프게 하지 마세요."
"엄마 생각해주는 사람은 딸 밖에 없다. 무슨 자랑이라고 <오마이뉴스>에 글을 써요."
"자랑이나 당신을 흉보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내 아내도 이런 실수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그렇지."

딸 서헌이는 아빠가 원망스럽다는 눈치입니다. 아내 말처럼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은 남편보다 딸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헌는 어떻게 생각해?"
"엄마가 태워 먹은 거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한다고 엄마를 슬프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고모부들도 고모가 빨래와 음식 태운 이야기 하면 재미 있었어요."
"막둥이는?"
"엄마가 텔레비전 보다가 태워 먹은 거 재미 있어요."
"김체헌. 엄마가 드라마 보기 전에 한 번 저었다 말이다. 드라마 보다가 그만 정신을 한 순간 놓았지만. 인헌이 너 엄마가 얼마나 배 아파 낳았는지 몰라. 무려 12시간을 몸을 틀어 낳았다 알겠어. 엄마 젖꼭지가 찢어져도 젖을 먹였다. 엄마 사랑도 모르고."
"엄마가 저를 12시간 몸을 틀어 낳은 것과 젖꼭지 찢어지면서 젖먹인 것 하고 음식 태운 것이 무슨 관계가 있어요?"

"관계가 있지. 엄마 사랑 너를 엄청나게 사랑한 것을 안 다면 아빠가 다른 사람에게 엄마가 무청 시래기 태운 것 알리는 것 반대해야지 안 그래."
"알았어요. 아빠 쓰지 마세요."

무청 시래기 태워 먹은 것 때문에 큰 녀석 출산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아내는 큰 녀석 출산 이야기만 하면 눈물이 납니다. 하늘이 노랗다 못해, 하얗게 변했다고 합니다. 젖꼭지가 찢어지면서 젖을 먹였는데 큰 녀석이 엄마가 음식 태워 먹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있다는 말에 아내가 섭섭할 수밖에요.

무청 시래기는 우리 집 겨울 먹을거리 중 가장 중요한 재료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어머니가 김장을 담그기 전에 무청을 손수 만들어 주셨는데 이렇게 태워 먹었으니. 어떻게 할까요? 무청 시래기 국 한 두끼는 연기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또 하나 냄비도 생명을 고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쯤 실수하는 아내가 더 보기 좋습니다. 제가 도와 줄 틈이 하나 더 생겼기 때문입니다.


#아내#무청 시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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