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 자랑을 합니다. 나름 아이들과 놀기 달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말은 '아빠가 안 놀아 준다'입니다.
동생을 때려놓고 사과하지 않는 아들에게 묻습니다.
"너 아빠랑 놀기 싫구나?"
"...미안해. 현서야."
마지못해 사과를 합니다.
"자 이제 오늘은 무엇을 하고 놀까요?"
"만들기 놀이요."
골판지로 만든 토마스에 이어 오늘은 탁상달력을 뜯어내 비행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내 눈엔 그럴 듯했는데 까다로운 우리 아들 성엔 차지 않았는지 이내 구겨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아들이 탐내는 카메라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떨어뜨릴까봐 만지지도 못하게하는 새로 산 디카를 흉내내 만들었습니다. 이 카메라는 아주 튼튼해서 집어 던져도 됩니다. 보기는 그래도 디지탈 일안반사식 카메라(DSLR)입니다. 꼭대기 뷰파인더와 뒷면 화상을 보는 곳은 아들이 만들었습니다.
아들이 목욕하는 동생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들 말로는 부끄러운 사진입니다. 디지탈 카메라답게 바로 사진이 나오는 것은 물론 게다가 인화까지... 그야말로 최첨단 카메라입니다. 이렇게 놀다보면 한두 시간은 그야말로 후딱 가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