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굴의 문
.. 굴의 문은 소나무 수풀 가장자리 은밀한 곳에 나 있었지만 .. 《어니스트 톰슨 시튼/장석봉 옮김-회색곰 왑의 삶》(지호,2002) 173쪽
학교로 들어가는 문은 ‘학교 문’이나 ‘교문’이라고 합니다. 교실로 들어가는 문은 ‘교실 문’입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문이라면 ‘집문’이라 할 만하지만 그냥 ‘문’이라 하거나 ‘대문’이라 합니다. 일본 한자말 ‘玄關’을 쓰기는 해도, “현관의 문”처럼 쓰는 사람은 없고, ‘현관문’이라고만 합니다.
┌ 굴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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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문
│→ 굴로 들어가는 문
└ …
굴에 난 문이라면 말 그대로 ‘굴문(굴 문)’입니다. 달리 쓸 말이 없어요. 움집에 낸 문은 ‘움집 문’입니다. 동굴에 냈으면 ‘동굴 문’이고 비닐집에 냈으면 ‘비닐집 문’이에요. 보이는 그대로 “굴로 들어가는 문”처럼 풀어서 쓰면 됩니다.
ㄴ. 2솔도 가치의 동전
.. 금박지 한 장으로 2솔도 가치의 동전을 만들 수 있다 .. 《조반니 모스카/김효정 옮김-추억의 학교》(우리교육,2004) 162쪽
‘가치(價値)’는 ‘값어치’나 ‘값’으로 고쳐 줍니다.
┌ 2솔도 가치의 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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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솔도 값어치가 있는 동전
│→ 2솔도 값이 나가는 동전
│→ 2솔도짜리 동전
└ …
우리 나라 종이돈은 1만 원, 5천 원, 1천 원,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쇠돈은 500원, 100원, 50원, 10원, 이렇게 네 가지이고요. 1원이나 5원은 안 쓰입니다.
종이돈이나 쇠돈을 가리킬 때는 “1만 원짜리 종이돈”이라 하거나 “500원 값이 나가는 쇠돈”이라 말합니다. 옛날 돈을 가리킬 때도 그렇습니다. “이 옛날 돈은 요즘으로 따지면 백만 원 값어치가 나가겠는걸”처럼 말합니다.
ㄷ. 운동의 으뜸 목적
.. 자연에 대한 사람들의 존경심 회복을 운동의 으뜸 목적으로 정한 풀꽃세상에서 볼 때 .. 《풀꽃세상을위한모임-간이역》(그물코,2005) 6쪽
자연을 가꾸고 지키는 일 못지않게 우리 말도 가꾸고 지켜야 아름답습니다. 말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환경이 올바르기란 어렵고, 환경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말이 올바르기란 어렵다고 느낍니다. “자연에 대(對)한 사람들의 존경심(尊敬心) 회복(回復)”은 “사람들이 자연을 섬기던 마음 되찾기”쯤으로 다듬어 봅니다. ‘정(定)한’은 ‘세운’이나 ‘잡은’으로 다듬고요.
┌ 운동의 으뜸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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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하는 으뜸 목적
│→ 운동을 하는 으뜸 목적
└ …
“최고(最高)의 목적”이나 “최고 목적”이라 안 쓰고 “으뜸 목적”이라 쓴 대목이 반갑습니다. 그런데 그 앞에 쓴 ‘운동의’라는 말은 아쉬워요. ‘으뜸’이라는 낱말을 살려쓰듯, 다른 낱말과 말투도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서 적어 주면 한결 나을 텐데요.
“운동하는 목적”입니다. “운동의 목적”이 아닙니다. “교육하는 목적”이나 “가르치는 목적”이지 “교육의 목적”이나 “가르침의 목적”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까닭”이지 “사랑의 이유”가 아닙니다. “책읽는 까닭”이지 “독서의 목적”도 아닙니다. 우리 말투와 우리 문화를 차근차근 헤아리면서 말도 일도 운동도 모두 아름답게 어우르고 보듬으며 나아갈 수 있으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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