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했던 2008년 한해의 마지막날인 오늘도 어김없이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어제는 도서관 휴관일(매주 화요일)이라서 집에서 쉬었습니다.
느직이 일어나 어제 저녁에 먹다 남은 떡만두국으로 점심을 챙겨먹고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갔더니,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자료실이 닫혀 있었습니다. 좌석예약 단말기 모니터에는 '신정연휴 때문에 쉽니다'라고 표시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3층으로 올라갔더니 노트북을 이용하려는 열람인들이 로비의 디지털기기 전용좌석(무선랜과 전원 사용)에 몰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전용좌석이 6개 밖에 없어, 다들 쉼터나 로비의 소파에서 무릎 위에 노트북을 놓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도서관에서 노트북을 이용하는 열람인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덕분에 예전처럼 노트북 코너를 느긋하게 이용할 수가 없어졌습니다. 노트북 자리가 쉴 틈없이 줄줄이 예약되기 때문입니다. 간혹 일반 컴퓨터나 노트북 예약시간을 지키지 않아 열람인들이 도서관 직원들과 얼굴을 붉히는 일까지 종종 벌어지기도 합니다.
도서관 도난사고, 감시 카메라로는 막을 수 없다!
도서관의 노트북 이용자와 소소한 민원이 늘어남과 동시에, 고가의 노트북과 디지털기기를 노리는 이들 또한 늘어난 듯 싶습니다. 지난 월요일(29일) 오후 3시쯤 디지털자료실은 한 중년 남성의 절규에 열람인들과 직원 모두가 놀라고 말았습니다.
예약해 둔 노트북 자리에 자신의 노트북을 놓아두고 잠시 밖에 나갔다 온 사이, 그 찰나에 누군가 그의 작은 노트북을 소리소문 없이 훔쳐갔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에 도난사고가 빈발해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작동중이고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너무 놀라 말도 제대로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던 중년 남성과 남의 일이 아닌 웃지 못할 이 황당한 사건을 지켜보던 열람인들 그리고 도서관 직원들이 자초지종을 확인한 뒤 디지털자료실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확인해 보니.
노트북 코너 옆의 일반 컴퓨터 이용자들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도둑은 잽싸게 작은 노트북을 옷에 숨겨서 유유히 디지털 자료실을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결국 경찰까지 출동해 노트북 도난사고를 조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노트북 도난사고가 벌어진 동안 제 앞자리에는 예약시간을 훌쩍 넘긴 이의 노트북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고, 자기 차례가 되어 그 자리를 이용해야 하는 대학생은 오만상을 찌푸리고 주변을 한참 서성이다 도서관 직원을 불러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도서관 직원은 노트북 도난사고로 많이 놀랐는지, "아휴, 이렇게 노트북 놓고 다니면 위험하다고! 다들 조심해야 한다니까!"라는 말을 되뇌며 예약시간을 넘긴 이의 노트북을 치웠습니다.
세상이 하도 수상하고 살기 어렵다며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도서관도 이런 범죄와 도난사고로부터 전혀 안전하지 않는 듯 합니다. CCTV가 작동 중이지만 맘만 먹으면 노트북이든 뭐든 훔쳐갑니다. 그러니 도서관을 이용하는 열람인 모두가 조심 또 조심하는 길밖에 없을 듯 합니다.
2009년 새해에는 제발 공공도서관에서 도난사고가 사라지길 바랍니다. 감시카메라 없이도 누구나 안심하고 공부하고 노트북도 이용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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