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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특정 시기만 되면, '재방송'처럼 나오는 기사들이 있다. 여름 바캉스 시즌이 되면 '바가지 요금'에 관한 기사가 나오고, 장마철에는 기상청의 엉뚱한 예보가 도마 위에 오른다.

어디 그 뿐인가. '스승의 날'이 되면 무너진 교권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농업인의 날(11월 11일)'이 되면 긴 과자를 주고 받는 '국적 불명'의 풍습을 챙기기보다는 땀 흘려 일하는 농민을 생각하자는 기사가 올라온다.

매년 이렇게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빠짐없이 올라 오는 이유는 세월이 흘러도 그런 잘못된부분들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으로 비유하면 일종의 '고질병'이다.

한 해가 마무리 될 시점이 되면 각 방송국에서 경쟁적으로 유치하는 '연말 시상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연말 시상식의 '고질병'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아니, 아예 치료 받을 의지조차 없는 듯하다.

2008년에도 방송 3사의 '연말 시상식'은 어김없이 3가지 '고질병'을 반복하고 말았다. 부디 새해에는 이와 비슷한 기사가 또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고질병 ①] 참가상? 개근상? 도를 넘어선 '공동 수상'

 김명민(왼쪽)과 송승헌은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공동수상'했다.
김명민(왼쪽)과 송승헌은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공동수상'했다. ⓒ iMBC

방송국의 연말 시상식은 그 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프로그램을 돌아보고, 연기자와 제작진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그러나 요즘의 연말 시상식은 마치 연예인들에게 '내년에도 잘 부탁합니다'라고 아부를 하는 자리 같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후보가 맞붙었을 땐 별 고민 없이 '공동 수상'을 남발했고, 베스트 팀워크상, 프로듀서 MC상(이상 SBS 연예대상), 베스트 엔터테이너, 베스트 스타, 우정상(이상 MBC 방송연예대상), 황금 연기상, 가족상(이상 MBC 연기대상) 등 기준과 성격이 모호한 상들을 남발했다.

공동수상의 '막장'을 보여준 시상식은 역시 MBC 연기대상이었다. <에덴의 동쪽> 송승헌과 <베토벤 바이러스> 김명민의 2파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대상'은 최초로 공동 수상이 됐고, 그것도 모자라 최우수상과 우수상, 신인상을 모두 2명씩 배출했다.

시청률 30%를 돌파한 MBC 드라마의 '일등공신' <에덴의 동쪽>의 주인공 송승헌을 외면할 수도 없고, '강마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김명민을 포기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MBC는 2007년에도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공동(<무한도전>, 이순재)으로 수상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개선은커녕 오히려 '공동 수상'의 강도를 더욱 높혔다.

2008년 마지막 날에 열렸던 KBS 연기대상에서도 '베스트 커플상'을 무려 세 쌍(김용건-장미희, 송일국-최정원, 강지환-성유리)이나 선정했다. '베스트'가 '가장 좋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걸 모를 리도 없는데 말이다.

같은 날 방송된 SBS 연기대상 역시 '연속극 부문 여자 연기상'(김혜선, 오현경)과 '여자 최우수상'(김하늘, 송윤아) 부문 등에서 '공동 수상'을 했고, '뉴스타상'과 '10대 스타상' 부문에서는 각각 11명과 10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또한 SBS 연예대상은 프로듀서 MC상(김구라, 신봉선), 프로듀서 TV스타상(김수로, 장윤정), 베스트 엔터테이너상(박상면, 솔비), 베스트 팀워크상(<골드미스가 간다>), 네티즌 최고 인기상(이천희, 박예진) 등 2007년에는 없었던 상을 대거 신설하며 '어렵게 자리를 빛낸 고마운 스타'들을 빈 손으로 돌아가게 하지 않았다.

그런 공동 수상의 남발 속에서 단 한 개의 공동 수상도 없었던 KBS 연예대상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공동 수상'이 없었던 탓에 '난…뿐이고'라는 2008년 최고의 유행어를 남긴 안상태와 '왕비호' 윤형빈, '준교수' 송준근 등이 아쉽게 '무관'이 됐지만, 덕분에 상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었다.

부쩍 위상이 높아진 스타 연예인들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방송국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보다 더 높은 곳에는 바로 '시청자'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고질병 ②] 방송국에서 정한 '신인'의 기준은?

 2007년부터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했던 박성광은 '재수' 끝에 신인상을 받았다.
2007년부터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했던 박성광은 '재수' 끝에 신인상을 받았다. ⓒ KBS 화면 캡쳐

흔히 신인상을 '생애 단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더욱 가치 있고소중한 상이다. 그러나 2008년 MBC 연기대상에서 남자 신인상을 받은 박해진은 수상 소감을 통해 '세 번째 신인상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박해진은 2006년 KBS 연기대상에서 <소문난 칠공주>의 '연하남'으로 이미 신인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백상예술대상에서도 같은 작품으로 신인상을 받았다. MBC는 데뷔 3년 차 연기자에게 'MBC 드라마는 처음'이라는 이유로 또 다시 신인상을 수여한 셈이다.

사실 박해진은 좀 나은 편이다. 여자 신인상을 받은 이소연은 2003년에 개봉했던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으며 얼굴을 알린 중견(?) 연기자다.

심지어 이소연은 지난 2005년에 MBC 드라마 <신입사원>에도 출연한 바 있는데, 대체 어떤 근거로 MBC에서 이소연에게 '신인'이라는 칭호를 붙였는지 의문이다.

호평을 받았던 KBS 연예대상도 '모호한 신인상 기준'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코미디 부문 남자 신인상을 받은 박성광은 2007년에도 신인상 후보였다. '재수' 끝에 신인상을 수상한 셈이다. 내년엔 박성광의 '단짝' 박영진이 '3수' 끝에 신인상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쇼/오락 MC 부문' 남자 신인상을 수상한 이수근 역시 마찬가지다. 주로 <개그콘서트> 무대에서 활약하던 이수근은 <1박2일>을 통해 버라이어티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해피투게더-프렌즈>에서 '반장'이라는 캐릭터로 이미 '버라이어티 데뷔전'을 치른 상황이었다.

따로 신인상을 수여하지 않은 SBS 연기대상에서는 '뉴스타상'이라는 이름으로 11명의 신예들에게 상을 줬는데, 이 중에는 데뷔 5년 차의 윤소이도 포함돼 있다.

이런 기준이라면, 아직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없는 송강호나 설경구도 2009년에 드라마를 찍는다면 충분히 연말 '신인상'을 노려 볼 수도 있겠다.

[고질병 ③] '공개 코미디 개그맨'들은 들러리?

 박지선은 공연 의상을 입고 코미디 부문 여자 우수상을 받았다.
박지선은 공연 의상을 입고 코미디 부문 여자 우수상을 받았다. ⓒ KBS 화면 캡쳐

KBS 연예대상에서 코미디 부문 여자 우수상을 받은 박지선은 화려한 드레스 대신 귀여운 핑크색 남방과 발랄한 반바지를 입고 소상 소감을 발표했다. 역시 개그맨이라 뻔한 의상 대신 통통 튀는 의상을 선택한 것일까?

실상은 이렇다. 시상식 초반만 해도 박지선은 시상식에 어울리는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2부 중간에 시작된 '축하 공연'에서 이효리의 <U-GO-GIRL>을 패러디하기 위해 의상을 갈아 입었고, 곧바로 우수상 시상이 이어지면서 의상을 갈아 입을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개그맨들을 조금만 배려했다면, 이런 진행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비단 박지선뿐 만이 아니었다.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시상식 중간중간마다 각종 공연과 코너를 준비하느라 계속 분주했다.

그럼에도 대상을 비롯한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모두 '버라이어티 연예인'들이 독차지했다. 개그 프로그램 중 시청률이 가장 높은 <개그 콘서트>를 보유하고 있는 KBS가 이 정도였으니, 다른 방송국의 상황은 불 보듯 뻔하다.

SBS 연예대상에서는 2부 시작과 더불어 코미디 부문 우수상(한현민)과 최우수상(웅이 아버지)을 서둘러 시상했고, 그 후 1시간이 넘도록 시상식이 계속됐지만 <웃찾사> 개그맨들이 등장한 것은 <믿거나 말거나>팀의 특별 공연 때 뿐이었다.

2008년 한 해 동안 <개그야>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MBC는 더 심했다. <개그야> 식구들 대부분은 무대 앞자리에 마련된 테이블석이 아닌 뒤의 객석에 앉았고, 방송연예대상 1부 마지막에 '코미디/시트콤 부문' 여자 우수상을 탄 류경진을 마지막으로 <개그야> 식구들은 MBC 연예대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앞자리에 앉아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시상식을 즐기는 '버라이어티 연예인'들과 조용히 구석자리를 채우거나 자신들의 잔치에서 바삐 움직여야 했던 '공개 코미디 개그맨'들. 다소 비약일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의 극심한 '양극화'를 보는 거 같아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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