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있을 때 만났던 장애인들이 모여사는 작은 집이 있습니다. 이곳에 사는 분들은 대부분은 정신지체장애를 가졌습니다. 자신도 장애를 가진 예순되신 여자 전도사님과 나이 서른에 좋은 직장(공기업)을 그만 두고 이들과 12년을 함께 산 마흔 둘 된 젊은 총각과 이들과 15년 이상을 동거동락한 마흔을 앞둔 젊은 아가씨가 15명 남짓되는 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2년 만인 지난 5일 아이들과 함께 갔습니다. 1시간 10분만하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늦어 미안한 마음이 가득 했습니다. 지난 이른 봄 집도 새로 지었습니다. 생활공간이 정말 아늑하고, 따뜻했습니다. 간혹 열악한 장애인 시설을 보면서 안타까웠는데 이곳은 우리 집보다 더 환경이 좋았습니다. 모든 장애인 시설이 이곳만큼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종이접기 자원봉사자가 와서 가족들 모두가 종이접기를 했습니다. 정신장애를 가진 분들이므로 종이접기는 좋은 교육 방법이었습니다. 물론 어려운 것도 있겠지만 조금씩 배워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가르쳐주어야 했습니다. 작은 손길 하나 하나가 필요하지만 그 손길로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섬기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만들어졌습니다. 종이접기 자원봉사자는 사랑과 정성, 자기 시간을 내면서 이들과 함께 하는 모습은 작은 천국이었습니다.
한다고 했지만 작품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도 종이접기에는 우리 집 막둥이보다 실력이 없어 자원봉사자 손을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리저리 접었지만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무안만 당하고 그만 두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한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종이접기에 빠졌습니다.
자기가 접은 작은 작품을 보이면서 기뻐하는 한 사람을 담았습니다. 10년 전부터 알고 지낸 분이라 만날 때마다 인사 잘하고, 좋아합니다. 참 부지런합니다. 밥그릇 챙기랴, 수저 놓으랴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이 분을 볼 때마다 우리 집 가족 마음은 따뜻했습니다.
작품을 만들고 딸 아이가 '찰칵'했습니다. 벽걸이와 향기 주머니입니다. 한 사람씩 만든 종이접기가 이렇게 예쁜 작품이 되다니 대단했습니다. 향기 주머니 안에는 커피를 넣었지만 모두가 함께 만든 사랑을 듬쁙 담았습니다. 함께 밥먹고, 기차 놀이하면서 즐겁게 지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종이접기를 하고 있는 동안 다른 방과 거실, 화장실은 자원봉사들 청소와 빨래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어렵고 춥다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은 많았습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사랑과 섬김, 나눔으로 살아가는 아름답고 예쁜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분들 때문에 아직도 대한민국은 살만한 나라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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