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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일체의 굴레를 벗은 것처럼

 

.. 그것은 녀석이 무슨 큰 뜻이라도 품고 일체의 굴레를 벗은 것처럼 흐트러짐 없이 들판을 가로지른다 ..  《알도 레오폴드/송명규 옮김-모래 군의 열두 달》(따님,2000) 23쪽

 

 ‘그것’은 ‘발자국’을 가리킵니다. 미국말에서는 ‘he’나 ‘it’으로 적었을 텐데, 우리 말에서는 있는 그대로 ‘발자국’으로 적어 줄 때가 한결 알맞다고 느낍니다.

 

 ┌ 일체(一切)

 │  (1) 모든 것

 │   - 도난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지다 / 그는 재산 일체를 학교에 기부하였다

 │      음료 종류의 일체를 갖추고 있다 / 거기에 따른 일체 비용은

 │  (2) (‘일체로’ 꼴로 쓰여) ‘전부’ 또는 ‘완전히’의 뜻을 나타내는 말

 │   - 일체로 술을 끊다 / 장군한테 병정 단속하는 권한을 일체로 맡길 테니

 │

 ├ 일체의 굴레를 벗은 것처럼

 │→ 모든 굴레를 벗은 것처럼

 │→ 온갖 굴레를 벗은 것처럼

 │→ 아무 굴레도 쓰지 않은 것처럼

 │→ 어떠한 굴레도 안 썼듯이

 └ …

 

 ‘일체’는 ‘모든-모두’를 한자로 씌운 말입니다. 말 그대로 ‘모든-모두’라는 우리 말이 있습니다. 곳에 따라서는 ‘온갖’이나 ‘온’을 넣어도 돼요. 괜히 한자로 씌운 말까지 써야 하지 않아요.

 

 ┌ 도난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지다

 │→ 잃어버린 모든 책임을 지다

 │→ 도둑맞은 모든 책임을 지다

 ├ 재산 일체를 학교에 기부하였다

 │→ 재산 모두를 학교에 내놓았다

 │→ 모든 돈을 학교에 바쳤다

 ├ 일체로 술을 끊다

 │→ 모든 술을 끊다

 │→ 술을 아예 끊다

 │→ 술을 싹 끊다

 ├ 거기에 따른 일체 비용은

 │→ 거기에 따른 모든 돈은

 │→ 거기에 들어가는 모든 돈은

 │→ 거기에 드는 돈은 모조리

 └ …

 

 ‘전부(全部)’도 그렇고요. 있는 그대로, 누구나 손쉽게 알 수 있는 말로 적으면 넉넉합니다. “일체로 술을 끊다”라면 “아주 술을 끊다”나 “모든 술을 끊다”로, “음료 종류의 일체를 갖추고”는 “온갖 마실거리를 갖추고”로 풀어 줍니다.

 

ㄴ. 일체의 보수를 바라지 않는

 

.. 상대를 위하여 주고, 또 주는 사랑! 그리고 일체의 보수를 바라지 않는 사랑! ..  《고다니 준이치/홍순명 옮김-농부의 길》(그물코,2006) 44쪽

 

 “상대(相對)를 위(爲)하여”는 “상대를 생각하여”나 “이웃을 생각하며”로 풀어냅니다. ‘보수(報酬)’보다는 ‘보답(報答)’이 낫고, ‘대가(代價)’를 적어도 됩니다. 같은 한자말이라 해도 알아듣기 알맞는 말이 따로 있습니다.

 

 ┌ 일체의 보수를 바라지 않는

 │

 │(1)→ 그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는

 │(1)→ 조금도 보답을 바라지 않는

 │(1)→ 터럭만한 보답도 바라지 않는

 │(1)→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2)→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2)→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

 │(2)→ 터럭만큼도 바라지 않는

 │(2)→ 조금도 따로 바라지 않는

 └ …

 

 ‘보수’를 ‘대가’나 ‘보답’으로 고치면서 풀어내는 말이 (1)입니다. ‘대가’나 ‘보답’이란 말도 쓰지 않고 풀어내는 말이 (2)입니다. 어느 쪽으로 써도 좋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좀더 알맞으면서 살갑고 깨끗한 말이면서, 자기 뜻과 느낌을 잘 살린다고 보이는 말을 찾으면 넉넉합니다.

 

ㄷ. 일체의 항변

 

.. “종교가 없어! …… 빨갱이가 틀림없구먼!” 그후부터는 일체의 항변이 소용없다 ..  《리영희-스핑크스의 코》(까치,1998) 11쪽

 

 ‘무종교(無-)’라 하지 않고 “종교가 없어”라고 적은 대목이 반갑습니다. ‘그후(-後)’는 ‘그 뒤’로 다듬고, ‘항변(抗辯)’은 ‘말’이나 ‘핑계’로 다듬으며, ‘소용(所用)없다’는 ‘쓸모없다’나 ‘쓸데없다’로 다듬어 줍니다.

 

 ┌ 일체의 항변이

 │

 │→ 어떠한 말도

 │→ 아무런 말도

 │→ 그 어떤 말도

 │→ 모든 말이

 │→ 온갖 말이

 │→ 이 말도 저 말도

 └ …

 

 어릴 때부터 학교며 방송에서며, 또 신문에서며 ‘바른 말 고운 말’이라고 하면서 우리한테 가르쳐 주려고 했던 말씨 가운데 “안주 일절-안주 일체”가 있습니다. 둘 가운데 어느 쪽이 올바르게 쓰는 말씨인가를 놓고서 한참 시끌버끌했어요. 우리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듣는 자리에서도 헷갈리고 듣고 난 다음에도 헷갈렸습니다. 국민학생이던 어린 나이에 ‘우리 말 바르게 쓰기는 이렇게 해야 한다, 또는 저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따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안주 일절”이든 “안주 일체”이든, 둘 모두 알맞지 않은 말씨라고 여겼어요. “모든 안주”라 하거나 “안주는 무엇이나”처럼 적어 주어야 손쉽게 알아들을 수 있고, 이렇게 쓸 때 한결 올바르며 살갑게 쓰는 일이 아니랴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안주 있음”이라든지 “어떤 안주이든 있음”이라든지 “술안주 다 됨”이라고 적어 놓든지.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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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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