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반듯하게 줄지어 쭉-쭉- 뻗어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다. 원시림보다도 더 원시림 같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장성 축령산 숲의 풍광이다. 한번의 심호흡으로 일상의 찌든 때가 날아가는 것만 같다. 복잡한 세상사도 저만치 달아난다. 숲길로 한 발짝 들어갈수록 신선이 사는 세계에 들어서는 기분이다.
숲길이 잠깐 이어지다 마는 것도 아니다. 그 길이가 몇 ㎞에 이른다. 나무를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놓은 길이기에 자동차도 다닐 수 있다. 하지만 걷는 맛이 으뜸이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발품을 팔다보면 온 몸의 긴장이 풀린다.
숲의 편안한 향기가 나에게서 묻어나는 것만 같다. 살균력이 뛰어난 방향성 물질인 피톤치드로 온몸에서 활력이 솟는 것 같다. 마음결까지도 금세 보드라워진다.
피톤치드(Phytoncide)는 나무의 분비물에 다름 아니다. 주위 해충이나 미생물, 다른 식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공기중에 발산하는 천연 항균물질을 일컫는다. 그러나 이 물질이 사람에게 더없이 이롭다. 특히 아토피 같은 각종 피부질환을 억제하는 효과가 강해 대체의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또 숲 속에 넘쳐 흐르는 음이온은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심장과 신경, 근육도 튼튼하게 해준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삼림욕을 할 때 인간의 면역세포인 NK세포(Natural Killer Cell)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NK세포는 암세포 증가를 억제하는 기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가운 날씨에 한없이 움츠러드는 계절이다.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건강도 위축돼 간다. 우리의 면역력도 약해지는 게 당연한 일. 아토피성 피부염 같은 환경성 질환이 이 계절에 더 기승을 부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결책은 '자연'이다. 전문가들은 아토피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등 환경성 질병을 치유하는데 자연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대한 자연과 가까이 생활하는 것이 정신적·육체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전남도내에는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호흡기질환, 갱년기 장애, 스트레스 장애 등에 큰 효과를 발휘하는 숲이 많다. 광양 백운산과 해남 두륜산, 장성 축령산, 화순 백아산, 장흥 천관산, 고흥 팔영산 등등.
이들 산에는 피톤치드 성분이 171∼715pptv(부피단위·1조분의 1)로 다량 함유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라남도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1년 동안 백운산 등 전남도내 6개 유명 산의 자연 휴양림을 대상으로 성분연구를 한 결과다.
피톤치드를 다량 방출하는 속성수의 하나인 편백나무가 많은 광양 백운산의 경우 피톤치드 함량이 678pptv, 해남 두륜산은 516pptv, 장성 축령산은 259pptv로 나타났다. 이들 숲과 친해지면 아토피성 피부염, 갱년기 장애, 호흡기 질환,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소나무가 많은 화순 백아산은 715pptv, 장흥 천관산은 433pptv로 호흡기 질환, 아토피성 피부염, 혈액순환장애, 심신피로 극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나무가 많은 고흥 팔영산은 171pptv로 류머티스 신경통, 스트레스 완화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루 중 피톤치드 농도가 가장 짙은 시간은 오후 2∼4시 사이. 계절은 봄철에 높아 삼림욕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수인 전남보건환경연구원 대기보전과장은 "인체에 유익한 피톤치드가 도내 숲에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피톤치드는 아토피성 피부염 치유나 스트레스 해소 등에 효능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