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국정운영 4대 기본방향의 하나로 녹색성장을 강조하면서 "4대강 유역을 친환경 공원으로 조성하고, 전국 곳곳을 자전거 길로 연결해 생태문화가 뿌리내리게 할 것…"임을 제시하였다.
이어 6일에는 '녹색뉴딜사업의 하나로 1조2456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8년까지 3114km 자전거도로를 건설하고, 이와는 별도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에 따라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에 2012년까지 1297km의 자전거 길이 조성된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국가예산의 확보라는 점에서, 자전거도로건설업체는 일거리가 생겼다는 점에서 환영할 내용이다. 그런데 자전거에 몸담고 있는 기자에게는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자전거이용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전거도로정비보다 우선해서 시행되어야 할 사업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자전거도로정책으로 회귀하고 있음이 감지돼서이다.
천문학적인 비용 없이도 자전거도로망의 구축 가능
전국적인 자전거도로망의 구축을 위한 시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자전거단체에 의해 추진되었다. ㈔자전거21에서는 2001년 한강을 시작으로 2002년 낙동강, 2003년 금강, 2004년 섬진강, 2005년 영산강자전거환경탐사로 개발을 끝으로 5대강에 대한 기본조사와 자전거지도 제작을 완료하였다. 이를 기반을 2005년 1월 5대강노선과 서해안·남해안·동해안·중부노선을 연결하는 총 연장 4940km의 'Korea Velo(코리아 벨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Korea Velo' 계획의 추진과정은 단순하다. 지역 간의 문화교류와 함께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계획의 취지이다.
노선개발 등 계획추진에 있어서도 ▲첫째,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자연생태가 유지되도록 한다. ▲둘째, 재정적인 부담 없이 곧바로 시행이 가능하도록 기존시설을 최대한 활용한다. ▲셋째, 지역의 숨결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지역을 경유한다. ▲넷째,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느린 속도의 이동을 원칙으로 한다. ▲다섯째,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과 편의제공을 고려한다.
이런 원칙하에 개발된 노선은 해당 지자체에 제안되고, 지자체가 이들 노선에 대해 공식노선으로 지정하면 된다. 물론 노선이 지정되기 위해서는 노선 이용자를 위한 도로표지와 최소한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시설, 해당 지역을 알리는 부가조치를 취하면 된다.
이를테면 9개 노선 중 다른 도로와의 분기점이 6711개소가 된다(2005년 기준). 평균 750m마다 도로의 분기점이 있으며, 도로분기점은 3 또는 4 방향으로 분기되므로 분기점마다 3개 또는 4개, 전체 2만~2만6천개소의 도로표지 설치만으로도 노선을 지정할 수 있다.
노선은 국도, 특별시·광역시도, 지방도, 시·군·구도, 면·리·농도, 자전거도로 또는 제방을 이용할 수 있으며, 도로의 형태는 포장 또는 비포장도로로 구성된다. 그래야 자전거여행자들도 흥미를 가질 수 있다. 반드시 도로건설이 필요한 노선 이외의 곳에서 이와 같은 방법으로 추진된다면 천문학적인 비용 없이도 자전거도로망의 구축은 가능하다.
또다시 '1조2456억원' 들여 자전거 길 정비가 필요한가?
'녹색성장을 위한 자전거길 정비'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과거 1995년 '자전거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추진되었던 자전거정책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본격적인 자전거정책 추진 이전인 1993년 자전거도로 총연장은 120km에 불과하였지만, 자전거교통수단분담률은 3%였다.
이후 2007년까지 법률제정과 함께 1조2432억원의 예산이 투자되면서 자전거도로정비 9170km(전용도로 905km), 자전거주차시설 1만4천여 개소(40만대분) 설치, 횡단보도 턱 4만1천 개소 등 9만5천여 개소 안정시설 등 기반시설이 정비되었으나 자전거교통수단분담률은 1.2%(2005년)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녹색성장을 위한 자전거정책은 자전거 길 정비나 기반시설이 아님을 반증하는 사례이다.
이명박 대통령 신년연설에서 언급된 '자전거 길'은 녹생성장의 한 축으로 자전거정책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용어라 생각한다. 자전거 길의 상징성을 이해하지 못한 소관부처가 전국자전거도로 네트워크가 주요정책인양 전달하여서는 안 된다.
자전거도로 건설은 장기적으로 볼 때는 지역발전을 위한 필요한 사업이기는 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자전거도로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 이외에는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지역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자전거도로건설업자를 위한 정책'으로 보일 수 있다.
자전거도로가 생겼다고 자전거이용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 지역을 찾지는 않는다. 단기간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지역주민들이 늘어나지도 않는다. 이는 이미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거쳐 진행되었던 자전거정책의 결과에서 얻어진 답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실패한 경험이 있는 정책에 다시 매달리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전국 자전거네트워크, 대안은 무엇인가
전국을 이어주는 자전거네트워크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자전거도로 건설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전거이용활성화를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기반시설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자전거의 필요성을 이해시키고 안전하고 올바른 자전거이용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는 '자전거교육'이 있다. 자전거는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지만 아무나 가르칠 수 없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에서 차로 정의되는 친환경교통수단이면서, 건강을 유지시키는 운동기구다. 자전거교육을 위해서는 교통관련법령을 이해하고, 기본적인 운동이론, 기초적인 기계이론, 프로그램진행기술 등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자전거교육을 실시하기 이전에 지도자의 양성이 필요하다. 자전거 타는 방법만을 배웠다고 곧바로 생활 중에 자전거를 이용하지는 않는다. 자전거입문자를 위한 프로그램과 프로그램진행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자전거지도자는 마을이나 도시에도 필요하다. 지도자의 양성은 연중 이루어져야 한다.
자전거지도자양성을 위한 상시적인 시설로서, 자전거이용자나 자전거입문자를 위한 프로그램 진행공간으로서, 자전거여행자들을 위한 쉼터와 숙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규모의 종합적인 시설을 건립하는 것이 대안이다. 이 시설은 적어도 시·도별 1개소는 건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설이 건설, 운영됨으로써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속가능한 자전거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자전거 길 건설보다도 시·도별 자전거종합시설과 건립과 운영에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되어야 한다. 이 시설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재정자립이 가능하며 지속가능한 자전거정책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정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오수보 기자는 자전거21 사무총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