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 사각" 김치 씹는 소리가 제법 크게 난다. "우협아 안 매워? ""응 안 매워. 난 이거 보다 더 매운 것도 잘 먹을 수 있어"한다.하지만 녀석은 어느새 매워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헉 헉거리면서 물을 찾는다. 큰 소리 뻥뻥치더니 물을 찾는 녀석의 모습이 귀엽다. 그래도 끼니 때마다 김치를 찾는 녀석이 신통하기만 하다.
매 끼니 때마다 "우협이 오늘은 뭐하고 먹을까?" "음 음 할머니가 먼저 말해 봐" "그럼 계란하고, 김,생선하고 먹을까?" 하고 물으면 녀석은 "아니 물말은 밥에 계란하고 김치 (혹은 깍두기)하고 줘"하기가 일쑤이다. 그러다 며칠 지나면 김하고 김치를 달라면서 나름대로 메뉴를 바뀌곤한다. 하지만 김치나 깍두기가 빠지는 법은 한번도 없었다.
난 처음 녀석이 김치를 찾았을 때 김치를 작게 잘라서 물에 헹구고 또 헹구어서 밥하고 주었다. 그런 모습을 본 녀석이 "할머니 한번만 씻어도 우협이는 잘 먹어"한다. 난 그말에 한번도 안씻어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2조각 정도 먹어보더니 맵다고 물을 찾아 다시 씻어주었다. 그러다 2~3일전부터 한번만 물에 씻어서 주니 잘 먹는다.
그러다 오늘(9일)은 김치를 잘게 자르다 씻지 않은 것을 맛을 보라면서 주었더니 맛있다면서 잘 먹는다. 맵지도 않단다. 하여 고추가루가 다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대충 씻어서 주었더니 아주 잘 먹었다. 큰 손자와는 아주 달랐다. 큰 손자는 김치를 잘 먹지 않고 육류종류를 좋아한다. 제 할아버지의 입맛과 비슷해서 순대국, 설렁탕 등을 좋아한다. 하여 가끔 둘이 나가서 설렁탕, 순대국을 먹고 들어오곤한다.
그런데 얼마전 병원에서 검사를 해봤더니 삐적 마른 애가 심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고지혈증 증세가 보인다고 했다. 그 원인이 채소와 과일을 잘 먹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큰 손자도 의사가 그렇게 하는 말을 함께 들었다. 그래서 밥먹을 때 김치나 나물종류를 먹으라고 권하지만 아주 마지 못해 한번정도 먹곤했다.
그런 큰 손자에게 "우진아 우협이좀 봐 저렇게 매운 김치도 잘 먹으니깐 고지혈증도 없잖아"하니 큰 손자도 요즘은 김치를 몇 번 정도는 갖다 먹는다. 그만해도 큰 발전이다. 또 병원에 가보니 고지혈증 증세도 없어졌다고 해서 더이상 다그치지 않는다.
작은 손자는 된장찌개도 잘 먹는다. 입맛이 마치 어른과 비슷하다. 특히 물말은 밥에 김치를 얹어서 먹을 때는 웃음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어쩌다 김치를 빼놓고 밥숟갈이 입에 들어가면"할머니 김치가 없잖아"하면서 나중이라도 김치를 꼭 챙겨먹는다.그래서인가 아직까지 변비로 고생하지는 않았다. 그런반면 큰 손자는 변비로 배가 아프다고 난리를 쳐서 응급실에 2~3번정도 간적도 있었다. 그런 큰 손자도 요즘은 변비증세가 없어졌다고 한다.
어린 손자들이 김치를 많이 먹지는 않지만 딸아이가 김장을 많이 해야 한다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한 가지가 납득이 갔다. 오늘도 작은 손자는 구운김과 김치에 밥을 아무 군소리없이 뚝딱 먹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