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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가 10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찰청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가 10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찰청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KBS만 이명박 대통령을 무서워하는 게 아니었다. 법원도…."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의 한 기자가 한 말이다. 이날 저녁 법원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로 지목된 박모(31)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일부 법조 기자들은 "법원이 미쳤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법조 기자들 사이에서 검찰이 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무모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설사 박모씨가 쓴 글이 전기통신기본법 상의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된다고 해도 구속 수사를 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이 많았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취재진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다. 법조 전문가들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사회정의와 인권보장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마저 권력의 눈치를 살폈다며 큰 실망감을 보였다.

전문가들의 상식을 뒤엎은 미네르바 구속영장 발부

김용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박모씨에 대한 구속 영장 발부 이유에 대해 "범죄사실에 대한 충분한 소명이 있고, 외환시장 및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미친 사안으로서, 그 성격 및 중대성에 비춰 구속 수사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미네르바가 지난해 7월 30일 올린 '외화 예산 환전업무 중단'과 지난달 29일 올린 '정부 달러 매수 금지 명령' 글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한 검찰의 주장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 전문가들 사이에는 미네르바가 올린 글이 허위 사실인지 여부를 떠나 "구속영장 발부 사유가 황당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다시 말해, 법리 논쟁 사안이 아니라 상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택근 변호사는 "미네르바가 글을 안 썼다면, 국가 신인도가 올라갔겠느냐?"며 "법원의 양식을 믿었지만, 법원은 상식에 맞지 않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또 송호창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의 일관성 없는 경제 정책 실패가 외환시장과 국가 신인도에 더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그 책임을 미네르바에게 씌우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대 교수는 "영장 발부 자체가 대한민국의 신인도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사회가 나름대로 민주화하면서 야만의 수준을 벗어났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영장 발부로 대한민국 법 수준과 인권을 소말리아 수준으로 떨어뜨렸다"고 강조했다.

"법관으로서 상식 있는 사람인가"

. 서울중앙지방법원(자료사진).
.서울중앙지방법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법원이 여러 가지 논란에도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사법부가 정권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도 없는 경우, 불구속수사 원칙을 내세웠던 사법부 스스로가 그 원칙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한상희 교수는 "법관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면, 정권의 의지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며 "김용상 판사는 그 부담을 지기 싫었던 것이다, 법적인 판단보다는 정치적이고 자기보신적인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법관으로서 상식이 있는 사람으로서 영장 발부했다는 게 기도 안 찬다"고 덧붙였다.

실제 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김용상 판사는 몇몇 사안에 대해 일관성 없는 영장 발부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 판사는 지난해 8월 21일 조중동 등 보수언론을 상대로 광고 중단운동을 벌인 누리꾼 중 주도자 2명에 대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한계를 벗어난 행동을 했고, 증거 인멸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구석영장을 발부했다.

같은 달 14일 촛불집회를 주도한 박석운 진보연대 상임운영위원장에 대해 김 판사는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에 비춰볼 때 도망갈 염려가 있다"며 역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또한 지난달 24일 주경복 전 서울시 교육감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을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조직국장에 대해 "구속 필요성이 있다"며 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미네르바 구속은 통신·언론·표현 자유 뒤흔드는 일"

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전기통신기본법의 허위사실 유포 처벌 조항(47조1항)에는 애매모호한 규정 등 위헌적인 요소가 많다는 점이다. 법원 역시 이 사실을 인지해 법 조항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이미 서울중앙법원은 지난해 9월 19일, 같은 해 5월 17일 촛불시위 때 전국의 학교가 휴교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된 장모(19)군에게 "공익을 해할 목적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허위사실 유포 처벌 조항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9일 "형사처벌 조항임에도 그 내용이 극히 모호하고 수사기관과 법원의 주관적 판단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조항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항"이라고 밝혔다.

민변은 미네르바를 옭아맨 이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리가 진행 중인데, 위헌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조항과 유사한 형식을 갖췄던 옛 전기통신사업법 53조가 이미 지난 2002년 위헌판결을 받아 사라졌기 때문이다.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 불명확하다는 이유였다.

한상희 교수는 "허위사실 유포 처벌 조항은 1983년 만들어진 이후, 거의 사용되지 않았고, 법조 전문가들도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왔다"며 "황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화할 때 거짓말하거나, 홈페이지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올려도 잡혀갈 수 있다"며 "미네르바에게 적용된 법 조항이 통신의 자유뿐만 아니라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밑바닥에서부터 흔들 수 있는 악성 독소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가운데)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가운데)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미네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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