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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대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재벌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퍼주기"라고 비판했다.
지난 9일,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대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재벌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퍼주기"라고 비판했다. ⓒ 이중현

이명박 정부가 토목건설 사업 등 SOC(사회간접자본) 분야에 재정 지출을 집중하는 대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지난 6일 발표한 '녹색뉴딜' 사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는 "전 국토를 공사판으로 만드는 삽질뉴딜"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결국 "재벌 건설업체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퍼주기"라는 게 선대인(37)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의 분석이다.

그는 "부동산 붐일 때 폭리를 취했던 재벌 건설업체들이 무리한 경영 판단으로 현재 자금난을 겪고 있다면 시장원리에 따라야지, '건설업체는 망하게 하면 안 된다'는 논리가 통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 전체에는 아직도 '대마불사' 논리가 통한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CEO 이명박'과 '서울시장 이명박', 그리고...

지난 9일 <오마이뉴스>는 선대인 부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사원들을 상대로 "대마불사 신화는 이제 없다"며 예측 불가능한 경제위기에 생존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한 다음날이었다.

그러나 선 부소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된 지 이틀 뒤인 11일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은 건설업체 구조조정에 대해 "괜찮은 기업이 회복불능 상태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 유동성 위기는 막아줘야 한다는 게 정부의 의지"라고 '대마불사'에 힘을 실어줬다.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에 대한 재정 지원은 안하면서 건설업체들에 몰아주는 것은 한 마디로 특혜이고 정말 불공정한 경제"라는 선대인 부소장의 지적이 정부 정책에서는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준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명박 정부는 무리수를 둬가면서 재벌 건설업체들을 살리기 위해 올인하고 있는 것일까? 이 대목에서 선대인 부소장은 '현대건설 CEO 이명박'과 '서울시장 이명박'을 상기시켰다.

특히 선 부소장은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건설업체들에 공사를 발주하면서 일괄입찰 방식(턴키)을 주로 이용했다"며 "이 방식은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벌들로 하여금 경쟁 대신 담합을 야기하는 단점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서울 지하철 7·9호선, 청계천 복개공사, 각종 아파트 건설 등을 추진하면서 임기 내에 공사를 마치기 위해 (건설업체들에게 공사를 턴키로 발주해) 공사비를 적정가보다 30% 이상 낭비했다"며 "(대통령이 된 뒤) 이런 일을 전국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이번 녹색뉴딜도 민자사업으로 7조여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는데, 상위 10대 건설 재벌을 살찌우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가 건설업체 간의 담합을 묵인·방조하고, 심지어 부추기면서 조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선대인 부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엉뚱한 SOC 지출, 건설업체만 배 불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 이중현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녹색뉴딜' 사업을 발표하면서 "같은 돈을 써도 SOC 관련 사업은 일반적 복지 지출보다 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한 나라의 경제 수장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한국 경제 전체 상황에 대해서 편협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개발연대 때 무리하게 토건사업을 키웠고, 부동산 거품이 일면서 공공이든 민간이든 건설업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제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데도, 건설업체를 먹여살린다고 그 비중을 계속 늘려야 하나?

사회복지비용 등 한국의 사회지출 총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1/3 수준이고, 교육비 지출은 세계경제포럼(WEF) 조사 대상국 134개국 가운데 71위다. 반면 건설업 비중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토건형 국가다. 무조건 복지에 돈을 집어넣자는 게 아니라 재정배분을 전략적으로 하자는 거다."

- 전략적인 재정배분을 얘기했는데, 토목건설 사업에서의 예산 낭비도 심각하지 않나?
"실례를 들어보겠다. 제가 살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에 5만㎡ 규모의 킨텍스가 있다. 총 사업비 2315억원을 들여 건립한 제1전시관의 연중 가동률은 53% 정도다. 실제로는 전시회 시설 설치 및 해체 기간까지 모두 포함한 것으로 실제 가동률은 이보다 훨씬 낮다. 또한 대부분의 전시는 세미나나 워크숍, 대학이나 기업의 내부행사 등 굳이 컨벤션센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전시였다.

그렇게 공간을 텅텅 놀리면서 결국 킨텍스는 몇 년째 여름에는 간이 물놀이 수영장, 겨울에는 인공 눈썰매장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지금 제2전시관을 또 만든다고 한다. 거기에 (올해 고양시 전체 예산의 31%에 해당하는) 3591억원이 다시 투입된다. 이게 얼마나 엄청난 예산낭비인가.

고양시 1년 전체 복지예산이 약 2200억원 정도다. 지자체가 사회복지 체계를 아예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돈을 엉뚱하게 쓰면서 시민들의 삶의 질은 전혀 높아지지 않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누가 배를 불리느냐? 건설업체들만 배를 불린다. 너무 가슴아픈 일이지 않나?"

- 정부는 건설업 지원을 통한 경기부양에 올인하는 것 같은데.
"건설업이 오히려 효과가 가장 늦지 않나? '당장 효과가 나는 게 건설업뿐'이라는 말은 자기 합리화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서 (예산을) 조기 집행하겠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그게 될 것 같나? 정부가 조기 집행하겠다는 건 정부가 빨리 건설 대기업한테 돈을 주겠다는 것이지, 그게 현장으로 내려간다는 게 아니다.

정부로부터 돈을 받은 건설 대기업은 공사를 진행한 만큼만 하청업체에 돈을 주고, 나머지는 자기들이 전부 가지고 있다. 건설업은 기본적으로 돈을 쓰는 데 시간이 걸린다. 설계나 발주 등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오히려 돈이 더 빨리 안 풀린다."

- 경기부양 효과는 없고 결국 건설업체에만 돈이 몰린다는 말인가?
"사실 (정부의 재정 지출은) 재벌 건설업체들에 주는 위로금의 의미다. 말이 경기부양이지, 실제 유동성 위기로 자금난에 빠진 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것밖에 안 된다. 그걸 서민경제니 경제부양이니, 호도하고 있는 거다.

복지에 돈 쓰는 게 결코 비생산적인 게 아니다. 아무런 사회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컨테이너 박스에서 사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의 한계소비성향은 100%가 넘는다. 돈이 없어서 못 쓰는 거지, 주는 족족 다 쓴다. 그 돈을 쓰면 어디로 가겠나? 모두 서민시장으로 간다. 소비승수 효과라는 게 결국 서민들이 구매하는 그 시장에서 계속 퍼지게 되어 있다. 반면 재벌 건설사 등 상위 1분위에 드는 부유층의 한계소비성향은 약 50~60%정도 밖에 안 된다. 그만큼 소비승수 효과도 줄어든다."

"토목건축 사업은 한국 기득권 구조의 핵심"

 "정말 좀 살아날 기업들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일정한 원칙과 기준을 정해서 지원을 해준다면 모를까.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에 대한 재정지원은 안 하면서 건설업체들에 몰아주는 것은 한 마디로 특혜이고, 정말 불공정한 경제다."
"정말 좀 살아날 기업들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일정한 원칙과 기준을 정해서 지원을 해준다면 모를까.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에 대한 재정지원은 안 하면서 건설업체들에 몰아주는 것은 한 마디로 특혜이고, 정말 불공정한 경제다." ⓒ 이중현

- 일각에서는 파산 위기에 처한 건설업체를 살려야 실업자 양산을 막을 수 있고, 또 건설업체에게 구조조정을 할 시간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데.
"토목건설 산업은 비중도 클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기득권 구조의 핵심이다. 거기에서 우리 사회의 음성적인 불법·부패 자금들이 거의 대부분 생산됐다. 부정·부패 사건의 절반이상이 건설업을 매개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끊임없이 토건 사업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려는 온갖 논리들이 횡행하고 난무한다.

생각해 보자. 지금 건설업체만 파산하나? 중소기업· IT업체들은 파산 안 하나? 자영업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 비중이 굉장히 높아졌는데, 사실 그들이 숨겨진 실업자다. 그런 사람들은 왜 지원 안 하나? 저소득층이나 사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왜 지원 안 하나? 경기 부양은 그 사람들의 경제적 고통을 줄이기 위한 것 아닌가? 바로 직접 지원하면 되는데, 왜 늘 건설업체만 먹여살리는 구조로 가는 것인가? 이래서는 과거에 매몰될 뿐이지, 미래를 열 수 없다."

-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해도 그 규모와 내용이 문제인데?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붐이 불면서 건설업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건 뭐 그렇다고 치자. 이제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건설업체들 수가 그만큼 줄어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구조조정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건설업체들이 부도난다고 하지만 제대로 큰 업체 중에 쓰러진 업체가 있었나?

업계 전체로 보면 '대마불사' 논리다. '큰 비중을 차지하니까 얘들은 먹여 살려야 해.' 이게 말이 되나? 일정하게 구조조정이 일어나게 하고, 옥석이 가려지고, 시장에서 퇴출될 기업들은 퇴출시켜야 한다. 그 다음에, 정말 좀 살아날 기업들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일정한 원칙과 기준을 정해서 지원을 해준다면 모를까.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에 대한 재정지원은 안 하면서 건설업체들에 몰아주는 것은 한 마디로 특혜이고, 정말 불공정한 경제다."

- 어떤 경기부양이냐가 중요한 것 같다. 정부는 미국과 일본 등의 예를 들고 있는데, 우리와 어떤 차이가 있나?
"일본은 이름부터가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생활대책'이다. 토건사업이 거의 없다. 중소기업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돌리거나 정규직을 해고하지 못하도록 지원하고, 서민들의 공공요금 인상을 안 하기 위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거다.

일본은 90년대 초중반 버블 붕괴 과정의 고통을 겪고 나서 깨달은 게 있다. 당시 한해 전체 예산의 총액과 맞먹는 액수(72조엔)를 3년 동안 경기부양책으로 토건사업에 쏟아 부었지만, 경제 성장률은 0%대였다. 결국 버블 붕괴를 막지도 못했을 뿐더러,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그래서 이번엔 토건사업을 경기부양책으로 편성하지 않은 것이다."

- 미국은 낡은 도로, 교량 유지·보수 등 SOC 분야에 대한 예산을 지출하기로 했는데.
"미국의 버락 오바마는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낡은 도로·교량 등 시설물을 유지·보수하고, 건강보험과 관련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강력한 인터넷망을 만들고, 21세기형 도서관·교실·실험실 등을 짓는다는 거다.

(오바마의)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우리처럼 '4대강 정비'라는 토목사업을 녹색뉴딜이라고 포장한 것과 다르다. 당장의 경기부양도 노린 거지만 한편으로는 미래에 나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에 어차피 투입할 돈을 앞당겨서 쓰는 것뿐이다.

유지보수 사업은 토목사업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필요하니까 하는 거다. 필요 없는 4대강 정비나 전국 일주 자전거도로, 왜 필요한지 사회적으로 합의조차 되지 않은 중소 댐 건설과는 다르다. 미국 사회기반시설은 오래 됐다. 그런 것들을 제때 유지·보수 해주지 않으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상태가 나빠진다. 실험실이나 도서관·교실 등을 짓는 것도 지식정보화 시대에 아이들의 창의적인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에 투자하는 거다."

"이명박 서울시장 행정은 굉장히 부풀려져 있다"

- 결국 건설회사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의 성향과 연관이 있다고 보나.
"그렇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행정은 사실 굉장히 부풀려져 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건설업체들에게 공사를 발주하면서 일괄입찰 방식(turnkey system·턴키)을 주로 이용했다. 이 방식은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는 재벌들로 하여금 경쟁 대신 담합을 야기하는 단점이 더 크다. 서울 지하철 7·9호선, 청계천 복개공사, 각종 아파트 건설 등을 추진하면서 임기 내에 공사를 마치기 위해 공사비를 적정가보다 30% 이상 낭비했다.

청계천 복개공사의 경우는 3000억원에 할 수 있는 공사를 4000억에 수주했다. 동남권 유통센터도 7000억원에 가능할 것을 1조원씩이나 들였다. 은평뉴타운처럼 주택을 턴키로 발주 한 것은 이명박 서울시장이 거의 처음이다. 임기 내에 공사를 마치려고 세금을 낭비한 것이다. 이런 일을 전국 차원에서 확대·재생산하려는 것이다."

- 지자체는 보통 공사비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는데,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건설업체에 적정가보다 30% 더 비싸게 공사비를 지출했다는 것인가? 그로 인해 얻는 이익은.
"내가 볼 때는 없다. 당시 재벌건설 그룹에게만 퍼주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이번 '녹색뉴딜'도 민자사업으로 7조여 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는데, 상위 10대 건설재벌을 살찌우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건설업체 간의 담합을 묵인·방조하고, 심지어 부추기면서 조장하고 있다.

상위 10개 건설재벌들은 담합을 하다보니 형식적인 가격 경쟁도 안한다. 한 해 SOC를 위한 70조원 예산의 20%를 건설업계에 불필요하게 퍼주고 있다. 이런 식의 거대한 기득권 구조를 누구도 모르고 있다."

- 그럼 이 대통령이 건설재벌 그룹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말인가?
"로비라기보다는…. 이 대통령이 건설업계의 이러한 구조를 모를 리 없다. (이러한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비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이는 말도 안 된다. 전체 예산을 놓고 볼 때 지난 부동산 버블 때 희희낙락했던 토건업체를 돕는 부분이 너무 많다. 그래서 부정부패도 양산되고 예산도 낭비된다. 복지냐 성장이냐를 택일하는 문제가 아닌데, 안타깝다."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재벌 건설업체#녹색 뉴딜#선대인 부소장#이명박 대통령#경기부양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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