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활동으로 징계 받은 공무원이 대법원에서 '징계처분 취소' 판결을 받아 복직한 가운데, 행정안전부와 자치단체들이 재징계를 추진해 논란을 빚고 있다.
12일 오후 경남도는 공무원노조 활동과 관련된 최아무개(진주시청)씨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공무원에 대한 경징계는 해당 시·군에서 인사위원회를 열지만, 중징계는 광역자치단체에서 연다.
최씨는 공무원노조 활동과 관련해 지방공무원법 위반(단체행동 주도 등)으로 2006년 12월 '파면' 처분을 받았다. 이어 최씨는 2007년 4월 소청심사를 통해 '해임' 처분을 받았고, 이후 행정소송을 냈다.
최씨는 2008년 8월 항소심에서 '징계처분 취소' 판결을 받았고, 같은해 10월 23일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받고, 복직했다. 그런데 최씨가 재징계를 받게 된 것은 행정안전부의 지침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 각 광역자치단체에 보낸 '공무원단체 불법 관행 해소 추진 관련 협조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통해, "해직 후 복직자에 대한 재징계 이행 철저(반드시 3개월 이내 조치)"를 요구했다. 노조 활동과 관련한 공무원은 파면이나 해임은 해당되지 않지만 정직 등의 징계는 내려야 한다고 보았던 것.
이에 따라 진주시는 최씨 재징계를 요구했으며, 정직 3개월은 중징계에 해당하기에 이날 경남도가 인사위원회를 열었던 것. 이날 열린 인사위원회의 최종 결정은 2주 후에 나올 예정이다.
민주공무원노조 본부 "지방자치권의 포기다"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본부장 박이제)는 이날 오후 경남도청 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에 대한 재징계는 '지방자치권의 포기'라고 지적했다.
노조 본부는 "2006년 파면·해임이라는 중징계는 정든 직장을 떠나라는 참혹한 결정이었고, 이러한 징계가 부당하였기에 지난 2년여 동안 기나긴 법정공방을 벌였으며, 그 결과 2008년 하반기부터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통해 속속 직장으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노조 본부는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기는커녕 중징계로 재징계하라는, 사실상 형량까지 정하여 또다시 탄압에 나서고 경남도가 그 꼭두각시 노릇을 자처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방자치법과 지방공무원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소속 공무원에 대한 임면권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음에도, 정부는 부당하게 자치권을 간섭하고 심지어 징계의 형량까지 정하고 있으니 자치권은 존재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중징계 결정이 내려진다면 우리는 이번의 결정이 누구를 위한 징계인지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 투쟁은 경남도정이 정부의 부당한 간섭과 통제로부터 자유로울 때까지 중단없이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노조 본부가 기자회견을 할 즈음 김태호 경남지사가 현관을 지나면서 청원경찰과 잠시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청원경찰들은 김 지사가 현관 앞에 도착하자 기자회견장 앞에 대열을 형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