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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단계적으로 폐쇄

 

..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  《정혜진-태양도시》(그물코,2004) 39쪽

 

 ‘폐쇄(閉鎖)하기로’는 ‘없애기로’나 ‘닫아걸기로’나 ‘문을 닫기로’나 ‘돌리지 않기로’로 손보고, ‘결정(決定)했다’는 ‘했다’나 ‘다짐했다’로 손봅니다.

 

 ┌ 단계적(段階的) : 일의 차례를 따라 나아가는

 │   - 단계적 순서 / 일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다

 ├ 단계(段階) : 일의 차례를 따라 나아가는 과정

 │   - 마무리 단계 / 다음 단계에 배울 내용은 뭐지? /

 │     한 단계 한 단계 착실히 밟아 나가라

 │

 ├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 하나씩 닫기로 했다

 │→ 차츰 없애기로 했다

 └ …

 

 일은 하나씩 해야 합니다. 재주가 좋으면 둘씩 셋씩 넷씩 할 수 있을 테지만, 여러 가지 일을 지나치게 한꺼번에 하려 들면 탈이 나기 마련입니다. 짐이 버거워 쓰러기지도 하지요. 차근차근, 하나하나, 조금씩, 찬찬히, 가만가만 일손을 잡아야지 싶습니다.

 

 ┌ 단계적 순서 → 단계에 따르는 차례 / 차례

 └ 일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다 → 일을 차근차근 하다

 

 말 다듬기도 한꺼번에 할 수 없어서, 하나씩 합니다. 차근차근 합니다. 처음부터 모든 얼거리를 깨닫거나 깨우칠 수 없는 만큼(비록 하루아침에 깨닫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스스로를 낮추어 이웃과 함께 갈 수 있는 마음으로 다독이면 참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말이 무엇이고 글은 어떠한가를 찬찬히 곱씹으면서 내 말씨와 말투를 들여다보고 이웃사람 말씨와 말투를 헤아려 봅니다. 알맞게 잘 쓰는 말과 글은 무엇인가를 짚어 나가는 가운데, 영 알맞지 않거나 썩 어울리지 않다고 느껴지는 말과 글은 또한 무엇인가를 살펴봅니다. 내 나름대로 받아들일 만한 말씨와 말투는 무엇이고, 내 깜냥으로 가꾸거나 북돋울 만한 말씨와 말투는 무엇인가를 찾아봅니다.

 

 달력을 보면, 거의 모두 요일을 ‘月 火 水 …’나 ‘mon tue wed …’처럼 적는데, 적어도 한글로 ‘월 화 수 …’로 써 주는 일만 해도, 말과 글을 북돋우는 일이 됩니다.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일 수 있다면 ‘달 불 물 …’처럼 써 줍니다. 소담스러운 일곱 가지는 ‘月 火 水 …’처럼 적어야 뜻이나 느낌을 살릴 수 있지 않습니다. ‘月’이라 적어도 ‘달’로 풀어내어 말해야 하고, ‘火’라 적어도 다시금 ‘불’로 풀어내어 말해야 합니다. 이럴 바에야, 처음부터 우리 말로 ‘달’이라 말하고 ‘불’이라 말하며 ‘물’이라 말할 때가 한결 낫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 말로 달과 불과 물과 나무와 쇠와 흙과 해를 말할 때, 시나브로 우리 말이 살아납니다. 우리 스스로 북돋우지 않고서는 우리 말이 살아날 길이 없습니다.

 

 

ㄴ. 단계적으로 철거

 

.. 2015년까지 기지를 모두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3기로 나누어 단계적으로 철거(정리 축소)해 나간다는 것이었다 ..  《아라사끼 모리테루/김경자 옮김-오끼나와 이야기》(역사비평사,1998) 123쪽

 

 ‘기지(基地)’는 그대로 둘 수 있지만, ‘군부대’로 고쳐쓸 때가 한결 낫다고 느낍니다. “폐지(廢止)하는 것을 목표(目標)로”는 “없애기로”로 손보고, ‘3기(三期)로’는 ‘세 차례로’로 손보며, ‘철거(撤去)해’는 ‘치워’로 손봅니다. ‘축소(縮小)해’는 ‘줄여’로 다듬고, “나간다는 것이었다”는 “나간다고 했다”로 다듬어 줍니다.

 

 ┌ 단계적으로 철거해

 │

 │→ 하나하나 없애

 │→ 차츰 없애

 │→ 차근차근 없애

 └ …

 

 일본에는 아직도 미군 부대가 고스란히 남아 있고, 이 미군 부대는 오끼나와에 잔뜩 몰려 있다고 합니다. 한국땅에도 미군 부대는 어마어마하게 들어서 있는 가운데 우리 삶터와 사람을 온통 짓누르고 있습니다. 미군 부대에서 쏟아버리는 쓰레기도 걱정이지만, 나라밖 군인들이 우리 정치와 사회를 휘어잡고 있는 꼴이니, 우리 스스로 우리 정치와 사회를 꾸리지 못합니다. 우리가 우리 기둥을 세우지 못하면서, 미국에서 저희 나라 대통령 뽑는 일을 놓고 이토록 마음을 빼앗기고 언론마다 법석을 떨어야 할 까닭이 어디에 있을는지요. 그렇게 취재를 하고 글을 쓰고 하는 땀방울을 이 땅 이 나라 이 겨레 이 사람 이 목숨붙이 들한테 베풀어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이 땅을 아름답게 가꿀 길을, 이 나라를 튼튼하게 북돋울 길을, 이 겨레를 오순도순 손잡게 할 길을, 이 사람들을 넋과 얼이 빠지지 않는 야무진 매무새로 추스르는 길을, 이 뭇 목숨붙이들이 제 터전을 막개발에 빼앗기거나 무너지며 다치지 않는 길을, 가만가만 돌아보면서 일구어야 하지 않느냐 싶어요.

 

 나라를 지키려고 미군 부대가 이 땅에 있도록 한다고 하지만, 정작 지키려고 한다는 나라는 누구네 나라이며 어떤 나라이고 누구한테 따스한 나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권력을 움켜쥔 이들한테 살기 좋은 나라일지, 가난한 낮은자리 사람들한테 살기 넉넉한 나라일지 모르겠습니다. 돈을 휘어잡는 이들한테 살기 괜찮은 나라일지, 힘여리고 변두리로 밀려나는 밑바닥 사람들한테 살기 쏠쏠한 나라일지 모르겠습니다. 영어를 우러르거나 섬기면서 지식장사를 하는 이들한테 살기 알맞는 나라일지, 겨레말을 보듬거나 돌보면서 이웃과 어깨동무를 하는 일꾼들한테 살맛나게 하는 나라일지 모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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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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