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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팔아서 신문 만드셨다면서요?"

"하하하 그 얘기는 어디서 들으셨어요. 신문 만들기 전에 소 키운 것도 사실이구 소 하나씩 팔아서 자금 마련한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1월14일 오전 11시경 이규민 <안성신문> 발행인을 안성시 당왕동에 있는 <안성신문> 본사에서 만났다. 소문은 사실 이었다. 진짜 소 팔아서 신문 만든 것이다. 다짜고짜 던진 질문에 이규민 <안성신문> 발행인은 너그러운 웃음으로 대답하고 친절하게 부연설명 까지 덧 붙였다.

 

"2003년에 소 팔고 후원금 모아서 5000만원 손에 들고 시작 했어요. 시작 하자마자 한 달 에 500만원씩  적자가 났어요. 결국 소를 한 마리씩 야금야금 팔아서 적자를 메웠지요. 1년도 안돼서 소 20마리를 다 팔았어요. 소 몽땅 판 다음 6개월간 휴간 했어요."

 

소 팔아서 신문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 다음에 뒤 따라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안성신문> 본사는 소 외양간을 수리해서 만들었다는 '괴담(?)'이 떠돌았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단지 소외양간으로  많이 사용하는 조립식 건물을 사무실로 사용 할 뿐이었다.

 

휴간이 6개월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은 박상순 편집국장 덕분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편집국장 '점괘' 덕분이다. 휴간 기간이 길어지자 이 대표와 박 편집장은 점집에 가서 점이나 한번 쳐보기로 했다. 점괘 나오면 다시 신문 만들고 점괘가 나오지 않으면 집어 치우자는 심산이었다.

 

놀라운 점괘가 나왔다. "지금 하는 일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라는. 박 편집국장 본인이 듣기에는 '섬뜩'한 점괘지만 이 대표에게는 놀랍도록 좋은 점괘였다. 명분이 생긴 것이다. 다시 신문을 만들어야만 하는 놀라운 명분이.

 

'점괘'에 힘을 얻어 <안성신문> 은 휴간 한지 6개월 만에 다시 발간을 시작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경영혁신'을 통해 군살을 쏙 뺀 상태였다. 우선 주간으로 발행하던 것을 격 주간으로 바꿨다. 인쇄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다.

 

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인원을 감축, 발행인과 편집인이 '북 치고 장구 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그 이전에는 5명이 함께 일했다. 이렇게 해서 지금과 같은 형태, 군살을 쏙 뺀 작지만 알찬 신문인 <안성신문> 이 탄생한 것이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동고동락(同苦同樂)하고 있는 박 편집장은 이 대표에게 개인적으로는 '형수님'이다. 박 편집장은 절친한 선배님 부인이다. 이 대표는 박 편집장을 "길에서 만났다"고 하고 박 편집장은 <안성신문>을 만난 것을 "제대로 엮였다"고 표현한다.

 

"길에서 만났어요. 절친한 선배에게 신문사 좀 도와 달라고 했더니 자기는 능력이 없고 대신 능력 있는 마누라 보내준다면서...하하하 국장님은 '실천문학사'라는 출판사에서 근무 했었어요."

 

"신문 만들지 않으면 당신 죽을 것 같아"란 점괘 덕에 다시 신문 발간

 

 왼쪽이 지강스님, 동평골프장 건립 공사장
왼쪽이 지강스님, 동평골프장 건립 공사장 ⓒ 이민선

 

이 대표는 동국대학교 국문과 87학번이고 재학시절 학생운동을 했다. 덕분(?)에 훈장도 하나있다. 그는 4학년 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1년6개월간 실형을 살았다. 저물어 가는 80년대를 뜨겁게 보낸 셈이다. 지역신문을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이다. 안성시 예산을 살펴본 후 신문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94년, 지자체 선거 때 모 후보 선거를 도와 준 적이 있어요. 그때 안성시 예산을 보고 굉장히 화가 났어요. 2000억원 이란 엄청난 돈이 엉뚱하게 쓰여 지는 것에 화가 났어요. 이런 문제를 시민들이 알기만 해도 세상이 바뀔 것 같았어요.그래서..!"

 

일단, 4년만 해보겠다고 아내와 약속하고 '자치안성'이란 주간지 편집국장으로 일하다 꼭 4년 만에 그만 뒀다. 이유는 자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4년 동안 자본금 5천만원을 다 날렸다. 월급 받는 편집국장이 아니라 자금 투자하면서 기사 쓰는 편집국장이었기 때문이다.

 

자본금 5천만 원은 신접살림 비용이다. 이 대표 아버지가 신접살림 차리라고 준 돈으로 이 대표는 신문사 사무실을 얻고 인쇄비를 충당하는데 썼다. 덕분에 이 대표는 지금까지 분가하지 못하고 아버지 집에 얹혀살고 있다.

 

그 이후 98년부터 아버지와 함께 소를 키우고 양어장을 했다. 학생운동가 출신 지역신문 기자가 '농촌 후계자'로 멋지게 변신 한 것이다. 돈도 좀 벌었다. 당시 소 값이 좋았기 때문이다.

 

소를 키우면서 1년간은 국회의원 보좌관도 했다. 당시, 그는 화물차를 끌고 여의도 국회까지 출퇴근 했다. 화물차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교통수단만 놓고 본다면 매우 특별한 보좌관 이었을 것이다. 소 똥 묻은 화물차가 국회 주차장에 서 있는 모습이 떠올라 대화 도중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보좌관은 1년 만에 그만 두었다. 왠지 이 대표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보좌관 이라는 것이 자기 뜻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의원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것이었어요. 그런 점이 나하고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1년 만에 그만두고 다시 안성으로 내려 왔어요."

 

제대로 알리기만 해도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생각에 ‘지역언론’ 시작

 

 안성신문
안성신문 ⓒ 이민선

<안성신문>에 가장 많은 기사거리를 제공해 준 것은 '골프장 건립' 문제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안성신문>이 쓴 골프장 관련 기사가 약200꼭지나 된다. 

 

안성에는 현재 32개의 골프장이 있다. 그 중 16개는 허가 받고 영업하는 업체고 16개는 허가 받으려고 대기 중이다. 이 대표는 골프장이 환경오염 문제 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더 이상 안성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예전에 산사태로 두 명이 사망한 적도 있어요. 산을 무분별하게 파헤쳤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골프장에서 잔디를 키우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지하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골프장 근처 마을 전체 물이 말라 버릴 수도 있습니다. 제초제 등 농약 때문에 환경이 오염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이 대료에 따르면 골프장 한 개 면적은 약99만 제곱미터다. 이 넓은 면적에 잔디를 심고 가꾸려면 근처에 있는 물을 다 퍼다 써야 한다. 또, 워낙 넒은 면적을 개발하기 때문에 멀쩡한 산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려야 한다. 때문에 더 이상 골프장이 안성시에 들어서면 안 된다는 것.

 

 골프장 관련 기사를 열심히 쓴 덕분(?)에 <안성신문> 은 거액의 소송사건에 휘말려 있다.

 

"골프장 건설 업체가 기사 때문에 명예가 훼손 됐고 업무가 방해 됐다며 작년10월에 480억 배상을 요구했어요. 어이없는 일이죠. 돈 액수를 보고 처음에는 입이 딱 벌어졌어요. 기사 내용은 사업 인.허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을 누락시킨 서류를 가지고 허가를 내준 안성시가 행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민들의 여론을 담은 것 이었어요."

 

<안성신문>을 고소한 것은 안성시 보개면에 ‘동평골프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주)스테이트 월셔라는 업체다. 지난 2008년 (주)스테이트 월셔는 이 대표와 박 편집국장을 상대로 48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스테이트 월셔는 <안성신문> 이 2008년 2월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고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 명예를 훼손했고 이로 인해 사업공사를 지연시키는 단초를 제공, 업무방해로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거액의 소송 건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거액인데 걱정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사실만 보도했기 때문에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실제 배상금을 요구하기 보다는 아마 더 이상 기사를 쓰지 못하게 목적 같다"고 대답했다.

 

 

골프장 관련 기사 열심히 쓴 덕분(?)에 '480억 소송'

 

 안성신문
안성신문 ⓒ 이민선

 

이 대표 머릿속에 있는 올바른 지역 언론은 '지역에 있는 약자들을 대변하는 언론'이다. '지역 언론이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지역에 있는 약자들 자존심을 지켜주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라고 대답했다.

 

언론에 대한 가치도 확고했다. 이 대표는 언론이 공정해야 되고 객관적이어야 하고 또, 사실만을 다루어야 하는 것은 기본적인 가치일 뿐 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이 되기 위해서 최소한 갖추어야 덕목일 뿐 이라는 것. 하지만 진짜 좋은 언론이 되려면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정, 객관, 팩트는 기본 일 뿐입니다. 이것으로 끝나면 의미가 없습니다. 지역사회가 장기적으로 추구할 가치가 무엇이냐? 는 질문에 답을 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즉, 기사에 미래 가치가 실려 있어야 시민들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지역신문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 재정문제 해결에 대한 해답도 시민들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 힘으로 해결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시민들을 유료 구독자로 만들어야 겠지요.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언론이니 만큼 시민들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지역 언론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대표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앞서 밝힌 대로 꽤 많은 액수의 돈을 날렸고 거액의 소송도 당했다. 이렇게 힘든 지역 언론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대표 대신 인터뷰 하는 동안 내내 동석해 있던 안성 실장사 주지 지강 스님이 답했다

 

"아 ! 옳은 일이면 맞아 가면서도 해야지!  그것이 부처님 섭리여, 하지만 언론이라는 것이 너무 부정적 일면만 부각 시키는 것이 문제여 긍정적인 면도 좀 부각 시켜야지 그렇게 하면 지역 언론 발전할거여."

 

흐뭇한 인터뷰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지역 언론인을 만난 것도 흐뭇했고 범상치 않은 공력을 지닌 듯한 지강 스님을 만난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지강 스님은 스스로를 <안성신문> 팬이라고 소개했다. 또, "<안성신문>에는 나 같은 팬이 수도 없이 많다"고 설명해 주었다.

 

이 대표에게서는 농사꾼다운 뚝심과 느긋함이 풍겨왔다. 이런 느긋함 과 뚝심으로 수많은 어려움을 물리치고 <안성신문> 의 오늘을 만들었으리라 상상해 본다. 또, 동석했던 지강스님에게서 <안성신문>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 <안성신문> 힘의 원천은 지강스님과 같은 팬들, 곧 시민들이었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안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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