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7시 30분경 강화도 오마이스쿨에 그가 나타났다. 한국 부동산 실상을 파헤친 손낙구씨다. '오마이뉴스 기자 만들기' 강의를 위해서다. 손씨는 '오마이뉴스 기자만들기’에 참가한 수강생들에게 단호히 말했다. "한국의 부동산은 빠르게 오르고! 비싸고! 빈부격차의 원인!"이라고. 이는 손씨가 집필한 <부동산 계급사회>(378P, 후마니타스, 2008)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손씨는 1년에 한번씩 계간지나 월간지에 80장으로 이루어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책은 4년 동안의 보고서를 재편집해 나오게 됐다. 그는 "사진보다 실물이 더 낫지 않냐"며, 농담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총 13명의 수강생은 그의 이야기에 웃기도 하고, 놀라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의 말을 한 마디도 놓칠세라 모든 수강생은 노트에 기록하고 있었다.
손씨가 자료를 찾기 위한 노력은 남달랐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통계자료를 찾기 위해 수만 장이 넘는 자료를 들여다보고, 국회도서관에 3개월이나 출·퇴근한 사실은 일부분일 뿐이다. 그가 악착같이 통계자료에 매달린 이유는 무엇일까. 손씨는 우스갯소리로 "자신의 성격 때문"이라고 말한 뒤 진지하게 말을 잇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부동산 공부도 해본 적이 없는 나 자신을 검증하기 위한 장치였고, 두 번째로는 객관성, 공정성을 따지는 곳에 수치자료를 내밀면 큰 힘을 발휘한다."
손씨의 대화를 들으며, 한국 부동산의 현실을 파헤치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는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말대로, 주장과 함께 근거로 제시되는 수치자료는 현 상황이 그렇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신혼부부 혼수비용의 대부분이 집값이라는 점, 고령자가 노후에 갖게 되는 3억은 거의 가진 집이라는 점, 치솟아 오르는 집값이 월급쟁이인 노동자를 파업으로 이끈다는 점까지. 서민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비싼 집값의 실체를 벗겨냈다.
손씨를 부동산 문제에 파고들 게 한 열정,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그가 살아온 삶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학생운동만으로는 사회를 바꿀 수 없다고 느낀 그는 노동운동에 뛰어든다. 90년대 초 부동산 투기가 일어난다. 그 중 지하 셋방에서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이 죽은 사건이 일어나고, 전세 값 상승으로 13명이 자살하는 사태가 발생된다.
"그 땐 노동운동에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무력감, 회의감이 들었지. 집 없는 슬픔에 대해서 말이야. 그런데 2004년 국회에서 이 문제가 터지게 되고, '뿌리는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속수무책이었던 문제를 국회의원 때 풀어야 되겠다는 사무침이 있었어."
손씨는 자신보다는 사명감을 위해 몸소 발로 뛴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하게 되면 놀라지만 시간이 흐르면 잊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는 가슴에 사무치는 문제를 잊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힌 인물이다. 그의 용기와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의 행동을 묻자, 그는 "세상에 따뜻한 작은 일이라도 하고 싶다"며 웃음 지었다.
손낙구씨의 신간 <의자를 뒤로 빼지마(엘지카드 노동조합 이야기)>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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