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개발과 관련된 소문은 실로 무성하다. 특히, 재건축 재개발 조합장에 대한 소문은 거의 ‘괴담’ 수준이다. 조합장 한번 잘 하면 팔자 고친다는 소문도 있고 조합장 하다가 ‘아차’ 하면 시쳇말로 ‘신세 조진다’ 는 소문도 있다. 실제로 증명된 사례도 있다. 팔자 고쳤다는 것이 증명된 사례는 없지만 ‘신세 조진’ 사례는 있다.
재개발 조합장이 이중 분양사기 사건을 일으켜 구속된 사례다. 지난 2008년 세상을 떠들 썩 하게 한 안양시 비산동 대림 재개발 조합 아파트 이중분양 사기 사건이다.
조합장 김모씨는 임의 조합원을 모집한다고 피해자들을 속여, 약360억원을 갈취했다. 이 사건 피의자 김모씨는 검찰에 구속, 지금도 수사를 받고 있다. 김모씨는 한마디로 실패한 조합장이다.
그렇다면 성공한 조합장은 없는 것일까? 조합장에 대한 흉흉한 소문 때문에 없을 듯하지만 사실은 많이 있다. 비교적 성공한 재건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안양 박달동 B 조합 조합장 김연우(가명) 씨를 1월19일 오전11시경에 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성공한 조합장이 되려면 우선 사고가 없어야 한다. 조합이 일을 잘 못하면 각종 사고가 발생한다. 사업성이 떨어져서 개발해도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이익이 없을 경우, 조합원들은 반발한다. 또, 시공사와 계약을 잘 못해서 조합원 부담금이 높게 책정 될 경우에도 반발한다. 그 밖에 여러 가지 이유로 조합원들은 조합에 반발을 할 수가 있다.
이 반발은 곧장 사고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재건축, 재개발 과정에서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가 출현, 소송을 제기해서 개발이 장기간 지연되는 경우도 있고 아예 비대위가 조합을 접수하는 경우도 있다.
김씨가 성공한 조합장이라 평가 받는 이유는 우선 추진위원 단계부터 지금까지 계속 별다른 사고 없이 조합장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6년부터 지금까지 김씨는 계속 조합을 이끌고 있다. 또, B조합은 지금까지 조합원들이 조합에 반발해서 문제가 된 적이 없다. 당연히 비대위는 출현하지 않았다.
재건축 반대하는 주민들과도 끈질기게 대화
조합이 성공 하려면 조합장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김 조합장은 말한다.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조합은 조합원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또, 조합 운영을 최대한 투명하게 하고 조합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조합을 마뜩치 않게 생각하는 조합원들하고도 대화를 해야 합니다. 대화하지 않으면 비토 세력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김 조합장은 최대한 조합원들을 많이 만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필요하면 직접 찾아가서 만나기도 했고 각종 모임을 만들어서 만나기도 했다. 심지어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끈질기게 만나서 대화로 문제를 풀었다.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그 분들과도 끈질기게 대화해서 결국 설득했습니다.”
B조합 아파트 조합원 분양가는 3.3m2 당 약 820만원, 주변 재건축 아파트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가격이다. 조합원 분양가를 낮게 책정 할 수 있었던 것은 시공사와 계약할 때 조합원들 이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김 조합장은 ‘협상력’ 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협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부 많이 했어요. 특히, 법률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각종 인허가 문제로 공무원들과 접촉 할 때나 시공사와 계약할 때 공부하지 않으면 조합에 유리한 방향으로 일을 진행시킬 수가 없어요. 또, 조합원들 설득할 때, 특히 재건축에 반대하시는 분들을 설득할 때는 해박한 지식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김 조합장은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비용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조합이 별도로 하도급을 줄 수 있는 철거 용역까지도 시공사에 맡겼다. 또, 주민동의서를 받을 때도 정비 사업소에 위임하지 않고 직접 동의서를 들고 뛰어 다녔다.
“이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칼바람이 부는 추운 날, 동의서 받으려고 문 두드리면 열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문 열었다가도 재건축하지 않겠다며 야멸차게 문 닫는 경우도 많았고요. 어떤 분들은 자기 얘기만 실컷 하고 결국은 동의서에 서명은 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실례임에도 불구하고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한가지 던졌다. ‘어떤 이권을 받는 대가로 금품을 준다는 제안을 받아 본 적이 있느냐?’ 라는 질문이다. 조합장에 대한 흉흉한 소문 중 하나인 ‘뒷돈이 많이 생긴다’ 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 김 조합장은 아무 망설임 없이 쉽게 대답했다.
“없었어요. 혹시 있었어도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나라도 받으면 할 말 못합니다. 시공사도 뒷돈 주다가 발각 되면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상 1년 영업 정지 당합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뒷돈 주고 어떤 대가를 챙기려고 하지는 않겠지요. 그래서 요즘에는 그런 일 없습니다.”
김 조합장은 재건축 재개발이 성공하려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조합장이 조합을 이끄는 것이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경험과 지식을 두루 갖춘 ‘전문 조합장’ 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조합을 위해 성실하게 일할 때 재건축 재개발이 성공 할 수 있다는 것.
인터뷰를 마치고 김 조합장은 사무실 부근에 있는 공사 현장으로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공사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아파트가 설계도 대로 잘 지어지고 있나 꼼꼼히 확인하는 것도 조합장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