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ㄱ. 나의 상상

 

.. 비가 내리던 어느 오후, 나의 상상을 뛰어넘는 누군가의 글과 누군가의 음악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  《이상은-삶은… 여행, 이상은 in Berlin》(북노마드,2008) 33쪽

 

 ‘오후(午後)’는 ‘낮’이나 ‘낮나절’로 다듬습니다. ‘상상(想像)’은 ‘생각’이나 ‘마음’이나 ‘꿈’으로 손보고, “누군가의 글과 누군가의 음악”은 “누군가 쓴 글과 누군가 지은 노래”로 손봅니다.

 

 ┌ 나의 상상을 뛰어넘는

 │

 │→ 내 생각을 뛰어넘는

 │→ 내 꿈을 뛰어넘는

 │→ 내 마음을 뛰어넘는

 └ …

 

 보기글을 보면 ‘나의 상상’을 이야기하다가 ‘내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글을 읽고 노래를 들으며 흔들린 ‘마음’은 다른 사람 마음이 아니라 글쓴이 당신, 글쓴이 ‘내’ 마음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뭉클하고 노래를 들으면서 벅차는 ‘내’ 마음이지요.

 

 ┌ 나의 상상 (x)

 └ 내 마음 (o)

 

 어떤 느낌을 받아서 이와 같은 글을 썼을 텐데, 아무래도 앞과 뒤가 어긋나 있습니다. 어수선한 글월을 추슬러 봅니다. “비가 내리던 어느 낮, 내 꿈을 뛰어넘는 누군가 쓴 글과 누군가 지은 노래가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다시 한 번 추슬러서, “비가 내리던 어느 낮, 내 마음밭을 뛰어넘는 글과 노래가 나를 흔들어 놓았다.”처럼 적어 봅니다.

 

 

ㄴ. 나의 미적 센스

 

.. “오케이, 바르십시다.” “예쁘게 잘 해.” “훗훗훗, 나의 미적 센스를 믿으셔.” “발등 찍으란 소리잖아.” ..  《아즈마 키요히코/금정 옮김-요츠바랑! (7)》(대원씨아이,2008) 102쪽

 

 ‘오케이(okay)’는 ‘좋아’나 ‘됐어’로 고쳐 줍니다. “미적(美的) 센스(sense)”는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나 “아름답게 꾸미는 솜씨”쯤으로 다듬어 봅니다.

 

 ┌ 나의 미적 센스를 믿으셔

 │

 │→ 내 고운 손길을 믿으셔

 │→ 내 아름다운 솜씨를 믿으셔

 └ …

 

 이 자리에서는, 집에서 손으로 케익 만드는 일을 하는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케익에 크림을 예쁘게 잘 바르라고 이야기하니, 잘할 수 있다고 대꾸합니다. 잘할 수 있다는 대꾸라면, ‘크림을 예쁘게 바를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크림을 예쁘게 바를 수 있다고 한다면, ‘내 솜씨가 믿을 만하다’는 외침일 테고, 이 외침은 ‘내가 케익을 고운 손길로 예쁘게 꾸미겠노라’ 하는 다짐입니다.

 

 

ㄷ. 나의 스승

 

.. 스승을 만나지 못한 나는 철이 들면서 어머니를 닮으려 했다. 어머니는 나의 스승이다 ..  《김영갑-섬에 홀로 필름에 미쳐》(하날오름,1996) 137쪽

 

 자기가 닮고 싶은 사람이 스승일까요. 지식만 배우는 사람도 스승일 수 있지만, 스승한테 무엇인가 배운다고 할 때에는 그 사람이 나누어 주는 지식을 그 사람이 어떻게 알아서 품에 안게 되었는가까지 두루 살피지 싶습니다. 스승이 꾸려 나가는 삶을 사랑할 때 스승이 베풀어 주는 가르침도 잘 받아안겠지요.

 

 ┌ 어머니는 나의 스승이다

 │

 │→ 어머니는 내 스승이다

 │→ 어머니는 나한테 스승이다

 │→ 어머니는 내게 스승이다

 │→ 어머니는 스승이다

 └ …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어머니도 저한테 고마운 스승입니다.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 어머니가 몸으로 보여준 모습이 있어서 지금 제가 있으니까요. 제가 더듬으면서 살피는 제 어릴 적 말은 어머니가 가르쳐 준 말인 한편, 어머니가 늘 쓰던 말입니다. 제가 쓰는 글은 우리 어머니가 읽을 수 있는 눈높이와 눈길로 맞추고자 하며, 우리 어머니 또래나 손위나 손아래 사람들한테나 살가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씁니다.

 

 누구한테나 그 사람 스승은 가장 가까이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두들 제대로 느끼지 못할 뿐인 가운데.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토씨 ‘-의’#-의#우리말#우리 말#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작은책집으로 걸어간 서른해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