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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제44대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미셸 오바마.
버락 오바마 제44대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미셸 오바마. ⓒ AP=연합뉴스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이 미국과 한반도는 물론이고 국제사회 전체에 커다란 이익과 희망을 줄 수 있지만, 이 과제를 완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북한의 전략적 결단과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의 협력에 앞서, 오바마 행정부가 문제해결 지향적인 대북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협상 상대인 북한과 공유할 수 있는 '큰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과거 미국 행정부들은 북미수교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 한반도 평화정착을 주도하기보다는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을 억제하고 이에 반응하는 메커니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예방외교'를 통해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고 해소하기보다는 대규모 병력과 무기 배치, 그리고 강력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통한 봉쇄와 억제를 선택했다.

이러한 정책은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동시에 초래했다. 2차 한국전쟁을 막고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의 안보와 경제성장에 기여한 것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그러나 강력한 억제 정책은 상대방에게도 억제의 필요성을 각인시키면서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의 원인을 제공해, '절반의 실패'도 가져왔다.

미국이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 평화문제에 관심을 갖는 방식에도 문제가 많았다. 자발적, 선제적으로 이러한 요소들의 중요성에 주목하지 못하고,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하면서 미국에 요구할 때, 비로소 이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소극적, 사후적 태도로 일관했던 것이다. 그러나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은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에 은혜를 베푸는 차원을 넘어선다. 미국에게 적대국 하나를 줄이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크게 기여한다. 불안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는 것은 주한미군을 포함한 미국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물론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는 한 억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억제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해진다. 억제와 함께 포용(engagement)이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적인 행동에 반응하는 형태의 소극적, 사후적, 단계적 포용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국과 북한의 우려와 요구 사항을 '포괄하고', 때때로 북한에 인센티브를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으며, 합의한 사항은 철저하게 이행하는 '협력적' 포용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포괄적이고 선제적이며 협력적인 포용정책'을 구성할 수 있을 때, 6자회담과 북미 직접대화에서 전략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을 기초로 오바마 행정부는 다음과 같이 대북정책을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협정과 관계정상화를 '목표'로 간주해야

군부대 시찰하는 김정일위원장 북한은 2008년 10월 1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 인민군 제821부대 산하 여성포중대를 시찰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시찰모습은 지난 8월14일 조선중앙통신이 그의 군부대 시찰보도를 내보낸뒤 이틀후인 16일 시찰 사진을 공개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군부대 시찰하는 김정일위원장북한은 2008년 10월 1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 인민군 제821부대 산하 여성포중대를 시찰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시찰모습은 지난 8월14일 조선중앙통신이 그의 군부대 시찰보도를 내보낸뒤 이틀후인 16일 시찰 사진을 공개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 연합뉴스

첫째,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수교를 한반도 비핵화의 수단으로 간주하지 말고, '큰 목표'의 구성요소로 설정해야 한다. 협상 상대와 이익과 목표를 공유하지 못하면 전략적 리더십은 발휘될 수 없고, 이에 따라 미국의 목표도 달성될 수 없다. 그런데 미국의 전임 정부들은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수교를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으로 이해했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북한으로 하여금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수교라는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한 카드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서게 하고, 비핵화 과정을 철저하게 미국의 상응조치에 맞추는 협상 전술을 낳고 말았다. 또한 평화협정과 북미수교를 비롯한 북한의 핵심적인 목표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미국의 목표 사이의 선후관계를 둘러싼 소모적이고 지루한 협상 형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물론 이러한 지적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 북미관계를 정상화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북미수교와 평화협정을 수단으로 바라보지 말고,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미국의 목표로 설정하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포괄적인 접근은 북한의 핵포기 의지를 시험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 사이의 선후관계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고 '동시에' 달성해야 할 공동의 목표라는 인식을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를 단순히 북핵 문제의 해결이라는 좁은 틀에서 이해하지 말고, 오바마 행정부가 큰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핵비확산 체제의 강화와 "핵무기 없는 세계 만들기"라는 더 폭넓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북한과 협상에서 가장 큰 난제 가운데 하나는 미국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 사이의 개념과 목표의 차이를 해소하는 일이 될 것이다.

미국은 남한에 핵무기가 부재하고 북한에 대한 핵무기 불사용을 약속했기 때문에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게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면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북한은 미국 핵무기의 남한 내 재반입 및 일시 통과 금지는 물론이고 미국의 핵우산 철수까지 '조선반도 비핵화'에 포함시키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관계정상화가 되더라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와 같은 비핵화의 개념과 목표를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고 문제 해결의 접점을 찾기 위해서는 미국도 핵정책을 변화시키면서 북한에게 추가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고 핵비확산체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미국 핵정책의 변화 방향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핵확산금지조약(NPT)를 개정하거나 별도의 국제조약을 통해 소극적 안전보장(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을 국제법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북한뿐만 아니라 이란 핵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둘째, 미국 핵무기의 남한 내 재반입 및 일시 통과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하거나 일시 통과를 하지 않겠다"고 함께 공약하는 내용을 추후 6자회담 합의문에 포함시키는 것을 주도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미국은 일방적인 양보가 아닌 다자주의로 문제를 풀 수 있고, 한반도 비핵화를 넘어 동북아 비핵지대 창설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셋째, 6자회담 합의문이나 한반도 평화협정에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완료되는 것과 동시에 핵우산을 철수한다"는 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에 요구할 사항으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핵 프로그램의 폐기" 및 NPT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복귀와 함께, 포괄핵실험금지조약(CTBT) 서명 및 비준, 핵분열물질금지조약(FMCT) 논의 참여 및 조약 발효시 서명·비준을 고려할 수 있다. CTBT와 FMCT는 오바마 행정부가 핵비확산 체제 강화를 위한 핵심적인 목표라는 점에서 미국의 적대국이자 대표적인 확산국가로 거론되어온 북한이 이들 조약에 가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경수로와 검증의 교환을

 북한은 2008년 6월 27일 오후 5시5분. 높이 20여미터, 600톤에 달하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폭파비용은 미국이 부담했으며, 한국과 일본은 참관하지 못했다. CNN 방송 화면.
북한은 2008년 6월 27일 오후 5시5분. 높이 20여미터, 600톤에 달하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폭파비용은 미국이 부담했으며, 한국과 일본은 참관하지 못했다. CNN 방송 화면. ⓒ CNN

셋째, 이행은 단계적으로 하되, 합의는 일괄적으로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검증과 경수로 문제의 해법을 찾는 데 이러한 접근법이 대단히 유용하다. 부시 행정부는 '시료채취'와 '미신고 시설에 대한 사찰' 등 이른바 '국제적 기준'의 검증을 북한에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요구가 NPT를 탈퇴해 핵실험을 한 북한의 '특수지위'를 무시한 것일 뿐만 아니라, 기존 합의에도 없는 내용을 요구한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이러한 이유로 2008년 12월 6자회담은 결렬되었고,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5개국의 에너지·경제 보상을 골자로 한 2단계 합의 이행 완료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미국 적대시정책 철회의 물리적 근거로 경수로 사업 재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괄타결에 기초한 '경수로와 검증의 교환'(light water reactor for verification) 전략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3단계 협상 의제에 경수로 ‘논의’를 포함시키고 3단계 합의시 공사를 재개하며, 북미간에 원자력협정을 체결하는 것과 북한의 IAEA 복귀를 '행동 대 행동'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엔 한반도 비핵화를 순탄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들이 있다. 우선 경수로 제공 의사를 명확히 하는 것은 북한의 핵포기에 대한 인센티브와 북한의 불응시 제재를 동시에 수반하게 된다. 경수로 완공에는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이 자신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공사 중단과 같은 벌칙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수로 완공에 반드시 필요한 북미 원자력 협정을 북한의 IAEA 복귀와 연계시키면, 북핵 검증에 ‘국제적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넷째, 대북 특사 파견과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비롯한 고위급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2007년 이후의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국무장관의 방북이나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고 북미 양측의 신뢰를 구축하며 전략적 결단을 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행스럽게도 오바마 행정부는 정상회담을 포함한 북한과의 고위급 회담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다른 사안들에 우선순위를 두고 외교적 정지 작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북한과의 고위급 회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부시 행정부 때의 실패가 되풀이될 수 있다.

특히 향후 협상 의제는 검증, 경수로, 북한의 핵무기 및 핵물질 포기,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북미관계 정상화, 미국의 핵정책 변화와 같은 근본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의제들을 실무급 회담에서 풀기는 대단히 어렵다. 북미 양측의 최고위급 차원의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오바마 행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대북 특사 파견을 추진할 필요가 있고, 아울러 북한과의 정상회담도 문제가 거의 해결된 다음이 아닌, 전략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서 성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오바마 행정부는 한미일 대북정책 공조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6자회담 참가국이라는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이들 국가의 입장과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반면 한국은 남북관계가, 일본은 납치문제가 걸려 있어, 한국과 일본 정부가 이들 사안을 이유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견제하고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오바마 행정부가 6자회담 및 북미 직접대화보다 한미일 삼각공조에 무게중심을 둔다면,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의 반발을 야기해 6자회담의 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남북관계와 북일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오바마 행정부의 딜레마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악화된 남북관계와 북일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 나라가 아니라 3개국 모두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3개국 모두로부터 신뢰를 확보해 ‘공정한 중재자’가 되어야 가능해진다.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에게 미국의 대북 특사 파견을 비롯한 대북정책이 한일 양국의 우려를 해소하고 6자간의 공동의 이익을 달성하는데 유용하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한국과 일본에게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북한에게는 남북관계와 북일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에너지·경제 지원과 경수로 제공, 북미관계 정상화 및 평화협정 체결 등 북한의 핵심적인 요구 사항이 '구조적으로' 충족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정책협의 못지않게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남북관계와 북일관계의 악화가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가속화시켜야 할 사유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끝으로 북한과의 협상 목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군사정책을 자제해야 하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핵무기 폐기는 강력한 억제력을 포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앞으로 북한과의 협상에서 군사문제가 대단히 중요해질 것임을 예고해주는 동시에, 오바마 행정부가 ‘상호위협감소’ 차원에서 군사정책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과제를 주고 있다.

미국은 외교적인 협상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력증강, MD 배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한미연합군 투입 계획 등을 강구해왔다. 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지만, 북한에게 군사적 위협감을 심어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자극해왔다. 미국의 양면 전략(hedging strategy)에 북한도 양면 전략으로 응수해온 것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극복하지 못하면, 북핵 문제 해결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오바마 행정부가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인센티브와 함께 군사정책도 재조정해야 할 까닭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PSI와 MD, 그리고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군사적 대응계획인 작전계획 5029 등을 전면 재검토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의 빈도수와 규모도 줄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북핵 문제 해결이 큰 진전이 있고 평화협정 논의가 본격화되면, 미국과 남북한이 참여하는 '한반도 군축회담'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할 법하다.


#오바마#북한#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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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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