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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혜택을 재시하면서 인터넷회선을 바꾸라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 혜선을 바꾸도록 이끌기 위해 정부까지 파는 곳도 있다.
각종 혜택을 재시하면서 인터넷회선을 바꾸라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 혜선을 바꾸도록 이끌기 위해 정부까지 파는 곳도 있다. ⓒ 이정환

며칠 전 인터넷통신사 중 하나인 L사 직원으로부터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인터넷회선을 신형 광랜으로 바꿔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자신을 내가 사는 아파트의 인터넷 담당자라고 소개한 후 정부 정책에 의해 올 3월부터 인터넷회선이 전부 신형 광랜으로 바뀌기 때문에 1월 중 신형 광랜으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신형 광랜 교체 지원한다고?

 

신형광랜 교체는 정부 지원사업이며 이를 위해 정부, 특히 '정보통신부'는 인터넷 회선을 바꾸면서 물어야 하는 위약금 전액은 물론 3개월간 인터넷회선 사용료와 설치비를 지원해 준다고 했다. 내가 3년간 사용키로 하고 인터넷회선을 바꾼 지 몇 달 되지 않았다고 하자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 내가 물어야 할 위약금까지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L사와 K사, S사 등 3곳의 인터넷회선 사업자 중 현재 내가 쓰는 S사는 2월이나 돼야 신형 광랜 교체사업을 시작하고 회선교체를 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1월 12일자 <매일경제신문>에 보도된 내용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1월 중에 바꾸면 한 달 사용료를 2만5800원만 내면 되는데(사용료를 카드로 자동이체할 경우 2만1400원) 2월에 바꾸면 8000원 더 많은 3만3800원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달이면 8000원, 1년이면 9만6000원이나 되는 큰 금액이었다. 그는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오늘 명단을 등록해야 한다며 시간이 없다는 말을 강조했다.

 

나는 남편과 상의 후 결정하겠다며 다시 통화하기로 한 후 정부에서 과연 내 인터넷 환경 개선을 위해 위약금까지 물어주는 등 '친절'정책을 펴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이런, 정보통신부는 이미 사라졌는데...

 

그 과정에서 정보통신부는 정부 행정기구 개편에 의해 현재 있지도 않은 부서이며(옛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를 합쳐 지식경제부가 만들어짐) 정부 어느 기관에서도 국민들의 인터넷환경 개선을 위해 인터넷회선 사용료나 설치비, 위약금을 지원하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L사 본사에서조차 정부에서 인터넷회선 설치비나 사용료, 위약금을 지원해 주는 일은 없다고 확인해 주었다. "분명히 L사 직원이 여러 가지 혜택을 열거하고 정부 정책지원 운운하며 회선교체를 권유했다"며 사실 확인을 요구하자 "아마도 대리점에서 회원 유치를 위해 이미 L사에서 실시하는 지원책을 과대포장해 선전한 것 같다"는 답변을 했다.

 

물론 회원유치를 위해서는 과대광고를 할 수도 있다. 영업사원들의 경우 회원유치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을 테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회원유치를 위해 소비자를 상대로 정부의 정책지원 운운하며 현혹했다는 사실에 불쾌감이 밀려 왔다.

 

단지 회원유치를 위해 있지도 않은 정부기관과 있지도 않은 정부정책 운운한다는 것은 소비자를 상대로 한 사기가 아닌가. 대한민국 정부라는 곳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의 직원들조차 영업을 위해 팔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곳인가.

 

정부가 됐든 L사가 됐든 누구든 간에 인터넷회선 변경에 따른 위약금과 사용료, 설치비를 지원해 준다면 소비자로서는 손해볼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위약금은 차치하고라도 회선변경을 함으로써 소비자들은 3개월간의 인터넷 사용료를 면제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회사 간에 오고가는 수많은 위약금들은 아무 의미 없이 버려지는 돈이 아닌가 싶다. 아마도 상당수 인터넷사용자들은 일정 기간 사용키로 하고 요금을 할인받거나 사은품을 받고 인터넷회선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계약기간 전에 사용을 끊으면 일정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손해다. 하지만 회선변경에 따른 위약금을 회사 측에서 물어주고 게다가 몇 개월간의 사용료를 면제해 준다면 인터넷사용자들로서는 굳이 회선변경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3개월마다 회선을 바꾸면서 계속 혜택 받을까

 

나 역시 몇 달 전 쓰던 인터넷회선을 L사에서 S사로 바꾸었다. 당시 나는 요금할인을 받고 3년간 쓰기로 하고 8년 가까이 쓰던 K사에서 L사로 이미 회선을 바꾼 상태였다.

 

하지만 위약금 보전 명목으로 S사측으로부터 14만원 현금과 3개월치 인터넷회선 사용료와 인터넷TV무료 이용이라는 혜택을 받고 회선을 옮겼다. 위약금 보전 명목으로 받은 현금보다 내가 물어야할 위약금이 더 적었기에 나로서는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는 거래였다.

 

그러면서 당돌한 계획을 꿈꿨다. '3개월간의 무료 사용기간이 지나 다른 업체에서 회선변경을 요구하면 그 업체에서 위약금도 물어줄 것이고 또 3개월간 사용료도 면제해줄 테니 또 바꿔야지' 하는.

 

그러면서 나와 같은 당돌한 계획을 꿈꾸는 이들에 의해 낭비되는 수많은 돈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내가 내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통신사들간 경쟁으로 인해 이 수많은 돈들이 '회원유치'라는 이름 아래 버려지는 셈이 아닌가.

 

차라리 그 돈으로 인터넷회선 사용료를 대폭 할인을 해준다면 인터넷사용자들이 더 고마워할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계약기간에 상관없이 회선변경만 하면 무조건 물어주는 위약금과 면제해주는 사용료를 1년 정도 자사 회선을 쓴 사용자들을 위한 파격 혜택으로 돌려준다면 훨씬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회원유치를 위해서, 영업실적을 위해서라지만 정부를 팔아먹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가뜩이나 뒤숭숭하고 온갖 사기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에서, 아무리 대리점이라고 하지만 있지도 않은 정부 기관과 정책을 만들어내면서 영업을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대기업까지 영업을 위해 정부를 팔아먹는 세상, 도대체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 나라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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