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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Desert. I Love Sahara

10월 24일 사하라 대회 이틀 전 이집트 카이로에 모인 참가자들은, 다음날 오전 장비 검사를 마친 후 대회 장소인 사하라 사막을 향해 7시간의 장거리 버스 여행을 떠났다.

이집트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카이로 시내를 벗어나 조금만 서쪽으로 달리면 어느 순간 끝없이 펼쳐진 모래 벌판을 만나게 된다. 아주 오래전 이집트 사람들은 피라미드를 기준으로 서쪽 사하라 사막을 죽음의 땅이라 하여 두려워했다고 전해진다. 그렇지만 옛날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죽음의 땅에서 열리는 죽음의 레이스를 우리는 즐기러 가고 있다. 이게 미치지 않고는 정상인이 할 짓인가? 그래서 우리는 서로 만나면 인사를 한다. "헬로우 크레이지! 하이 크레이지!"

 장비검사
장비검사 ⓒ 유지성

 사막으로 이동
사막으로 이동 ⓒ 유지성

지구상의 어느 사막이건, 사막을 실제로 가보면 황홀할 정도로 너무나 아름답다. 어느 사막은 초원, 모래, 산, 강들이 어우러진 반면, 어느 곳은 황무지 그 자체인 곳도 있다. 사하라는 우리의 이미지에 가장 근접한 사막으로 모래가 많고 색깔이 다양하다. 이곳 저곳에 어폐류 화석도 많아 나 같이 공부와 담 쌓고 살았던 사람도 과거 이곳이 바다였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따뜻한 사하라의 모래에 누워 하늘을 보면, 저쪽 지평선에서 반대편 지평선까지 끝없이 이어진 하늘의 별과 은하수를 만나게 된다. 눈 앞에 펼쳐진 신비로움은 지금 당장 손을 뻗으면 마치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은하수의 황홀함은 꿈속을 헤매는 듯한 몽롱함으로 다가와 사막의 고요함 속에 더욱 커져만 간다. 나와 사막과 우주가 하나로 결합되는 기분이다.

 한국팀 출발전 모습
한국팀 출발전 모습 ⓒ 유지성

 대회시작
대회시작 ⓒ 유지성

주변이 수십 미터 높이의 백색 바위로 둘러싸인 첫 번째 캠프 BAHARIYA에서 사하라와의 첫날 밤을 보내고, 10월 26일 모두 함께 미친 사람으로 거듭 나고자 일주일간의 사하라 레이스에 몸을 던졌다.

이번 대회는 한국에서 13명이 참가했다. 영국, 미국 다음으로 참가자가 많았고 아시아 지역에서도 일본을 제치고 가장 많은 참가자가 도전했다. 내가 2002년도 처음 모로코 사하라 대회를 참가했을 때 아시아 사람은 나 이외 일본, 홍콩, 대만 참가자가 전부였다.

한국 사람이 없기도 하고 한국이란 나라 자체를 잘 모르니 얼마나 무시를 하든지 정말 파운딩에 사커킥을 날리고 싶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때와 비교하면 대접을 잘 받는 편이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오지레이스 짠밥(오지레이스 12번 완주)이 국제적으로도 통용되고, 한국 참가자들도 꾸준히 10명 이상 참가를 하니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모두 확실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린 어느새 모두 민간 외교 사절단이 되었다.

 김기성,신영수,공호성
김기성,신영수,공호성 ⓒ 유지성

 듄데이
듄데이 ⓒ 유지성

 나종운,유지성,박상연
나종운,유지성,박상연 ⓒ 유지성

2008년 사하라 사막 대회는 첫날 35km, 둘째날 38km, 세째날 40.3km, 네째날 38.9km, 그리고 제한 시간 33시간의 롱데이 100.2km, 마지막 날 5km 마무리. 총 257.4km를 가야만 한다. 코스 거리 환산은 지도상에 선을 긋고 지도상 직선 거리로 계산을 한다. 그러니 실제로는 1.5배를 더 곱해야 현실의 거리가 될 수 있다. 하여튼 무지막지하게 뛰고 걷고를 반복해야만 골인을 할 수 있는 단순 무식함의 극치를 볼 수 있는 대회다. 사막에서는 남녀노소, 귀족, 천민 안 가리고 얼마나 사막에 적응을 잘하고 생존 본능이 뛰어난지에 따라 사막의 일상이 달라진다.

 시각장애인 정운로, 도우미 안기형
시각장애인 정운로, 도우미 안기형 ⓒ 유지성

 사막을 달리는 유지성
사막을 달리는 유지성 ⓒ 유지성

사하라 레이스 시작

첫날과 둘째날은 화이트 데저트를 지나는 코스다.

이집트 사하라 사막은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 백 사막이라 하여 새하얀 모래와 암석이 뒤섞여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보이는 사막과 작은 화산재와 화석들이 퍼져있는 검은색의 흑 사막, 그리고 신비로운 오렌지 색 모래 지역, 회색 빛의 모래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시간대와 태양의 각도에 따라서 시시각각 변하는 모래의 색상은 자연의 오묘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백사막의 바위들
백사막의 바위들 ⓒ 유지성

첫날 레이스는 모두 약간씩 흥분을 하기에 본인의 문제가 잘 안 나타난다. 하지만 둘째날부터 피로가 누적되기 시작하면서 작은 컨디션 변화에도 몸에 커다란 무리가 생긴다. 한국팀은 첫날 구간을 모두 무사히 마쳤지만, 둘째날 우승후보인 안 선수가 급체를 하는 바람에 포기를 하는 일이 발생됐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한국 참가자들이 놀라며 잔뜩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처음 대회에 출전하는 참가자들은 더욱 긴장하기 마련이다. 대회 진행 중 주변에 탈락자가 생기면 사람이 동요하는 경향이 있는데 다행히 모두 정신차리고 고비를 잘 넘겼다.

화이트 데저트를 지나 3일째의 듄데이(Dune Day: 커다란 모래 언덕을 넘는 코스)에서 사하라 사막의 진수를 맛 본다. 열기 가득 머금은 끝이 안 보이는 모래사막.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모래 밖에 없는 사막 한 복판에서 갑자기 용의 모양을 한 괴물(모래 언덕)이 불쑥 튀어 오른다.

순간 나는 기사로 돌변해 용의 등(모래 능선)을 타고 올라 괴물과의 사투를 벌인다. 오르락 내리락 숨가쁜 접전 끝에 용의 정수리(체크포인트)에 도달 후 최후의 필살기(물)로 마무리한다. 타는 듯한 목마름을 한 모금의 생수로 진정시키니 세상이 맑아 보이고 옆에서 웃고 있는 유카꼬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더욱 더 아름다워 보인다.

다음편에 계속….

 I Love Sahara
I Love Sahara ⓒ 유지성

 한국팀 단체사진
한국팀 단체사진 ⓒ 유지성

덧붙이는 글 | 사막의아들 유지성 / www.runxrun.com

사막, 트레일 레이스 및 오지 레이스 전문가. 칼럼니스트,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사막, 남극 레이스, 히말라야, 아마존 정글 마라톤, Rock and Ice 울트라 등의 한국 에이전트이며, 국내 유일의 어드벤처 레이스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사하라사막마라톤#사하라#사막#마라톤#오지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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