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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제는 제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지 딱 한 달 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2주 가까이 입원하였고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통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도가 없이 지지부진한
때문으로 여간 속이 상하는 게 아닙니다.

여전히 다리까지 아프고 불편하여 마치 병약한 노인이
겨우 걷는 것과도 같은 형국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긴 하더라도 다시 재입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여하튼 출근하여
오후 3시까지는 죽으라고 견디는 중입니다.

어제도 그처럼 겨우 ‘버티고’ 있는
중이었는데 문자 메시지가 하나 들어 왔더군요.
그건 바로 제 교통사고 가해자가 가입한
손해 보험사의 담당자가 보낸 문구였습니다.

<00화재 아무개입니다, 기축년에는
항상 기분 좋은 일만 있으시고 건강하세요.
쾌유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설 명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순간 크게 반가웠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쪽 마음이 편치 않았던 건
어떤 주객전도(主客顚倒)의 발견이란 때문이었지요.

저를 다치게 한 교통사고 가해자는 딱 한 번,
그것도 자의에서가 아니라 정말이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제가 입원한 병원에 왔다 갔습니다.

그렇지만 진실성이 없이 의무적으로
왔다 간 것임에 지금도 그 가해자의 면면을
생각하자면 별로 좋은 감정이 아닌 게 사실입니다.

여하튼 감사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기에
저 또한 당연히 답신의 문자메시지를 즉각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서 쾌유하여야
하는데 잘 안 되네요. (아무튼) 설 잘 보내세요!>

오래 전 제가 운전을 하던 중에
오토바이 운전자와의 추돌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기절한 그 운전자를 얼른 차에 싣고
인근의 병원에 응급조치를 취하도록 했으며
이어 경찰에도 신고를 했음은 물론입니다.

걱정이 많이 되기에 다시 병원에 찾아갔더니
다행히 의식을 되찾은 오토바이 운전자는
절 보고 어딜 갔다 오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신고를 하고 왔다고 했더니
자신은 무면허 운전자라서 신고를 안 하는 게
나을 뻔 했다며 퍽이나 곤혹스런 표정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여하튼 당시 그 운전자가 퇴원할 때까지
저는 그 사람을 서너 번도 더 찾아갔댔습니다.
저도 당연히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음은 물론이었지만 말입니다.

파란 신호등이 켜진 횡단보로를 정당하게
걷던 저를 달려와 친 가해자는 분명 실정법 위반자입니다.
그러했음에도 저는 그 사람의
처지를 봐서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겨우 한 번 병실로 잠깐 얼굴을 비춘 이후론
쓰다 달다 말 한 마디가 없는 걸 보자면 정말이지 너무도
농후한 어떤 이기주의의 현실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하겠습니다.

아무리 보험만능주의라지만 사람은
그 이전에 상식의 경우를 지니며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사족이지만 저는 보험 가입이 전무하여 올 설날을
그야말로 경제적 나목(裸木)의 상태로 맞게 되었습니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 법입니다.

“요즘은 어떠세요?
건강은 회복되셨는지요?
명절 잘 보내시고 올해는 부디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라는
한 마디의 전화라도 하면 어디가 덧납니까?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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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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