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충남 연기군에는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간밤에 몰래 내린 눈은 이미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 놓았다.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폭설주의보까지 내린 상태다. 오늘부터 설 연휴가 시작된다. 고향 가는 길이 많이 불편할까 염려가 된다. 아침부터 어르신들이 나와 마을길을 쓸고, 도로에는 제설차가 다니며 제설 작업을 하고 있지만 계속 내리는 눈은 눈치 없이 쌓여만 간다. 귀향하는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바랄 뿐이다
창가에 서서 눈 내리는 주변 경치를 바라보았다. 제법 운치가 있다. 사선으로 내리는 눈은 격렬한 춤을 추며 들판에 소복히 쌓여가고 눈꽃은 앙상한 겨울나무에서 아름답게 피어난다. 들판을 날아다니는 새들은 굶을 것을 염려해서인지 들판을 분주히 움직이고 산속은 솜이불을 덮은 듯 하얗다. 눈이 내리면 새들도 먹이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뜻하지 않은 걱정이 있는 것처럼 눈 내린 설은 모두가 반갑지 않을 수 있다
미끄러운 도로를 따라 산으로 올라가 보았다. 산속은 이미 많은 눈이 쌓여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지금도 산속에 퍼붓는 눈으로 인해 그 풍경은 더욱 장관을 이룬다. 겨우내 회색빛으로 썰렁하던 산속은 눈이 소복이 쌓이면서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어느덧 변해 있다. 그 산 속으로 이따금씩 구름을 뚫고 맑은 햇빛이 쏟아진다. 그럴 때마다 산 속 풍경은 더 눈부시게 빛나며 황홀해진다.
눈이 덮인 산 아래 저수지에 강태공들이 모여든다. 곧 그들은 눈을 걷어내고 얼음낚시를 즐긴다. 벙거지를 뒤집어쓰고 하얀 빙판 위에 바위처럼 앉아 있는 그들은 눈 내리는 산마을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내일 모래가 설이다. 대지를 하얗게 뒤덮은 하얀 눈은 설날을 맞는 우리에게 좋은 선물이 아닐까? 설은 한해를 건너는 마음의 건널목이다. 지난해 있었던 아쉬운 일들은 눈 속에 깊이 묻어 버리고 하얗게 펼쳐진 새로운 세상에 마음을 새롭게 다짐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오늘 내리는 눈은 그런 의미에서 설 명절에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