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여행담.. 헤어진 뒤에 학생들이 돌아와서 여행담을 들려줄 수는 있다 .. 《파멜라 메츠/이현주 옮김-배움의 도》(민들레,2001) 33쪽‘이후(以後)’라 하지 않고 ‘뒤’로 적은 대목이 반갑습니다.
┌ -담(談) : ‘이야기’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 - 경험담 / 무용담 / 여행담 / 성공담 / 체험담 │ ├ 여행담을 │→ 여행이야기를 / 여행얘기를 │→ 여행했던 이야기를 └ …어릴 적을 돌이켜보면, 어른들은 우리한테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면서, 으레 ‘무용담’이나 ‘체험담’이나 ‘경험담’을 들려주곤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우리들은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 이야기를 ‘무슨무슨 담’이라고 말하는 줄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리 말하니 그리 듣고, 이리 말하니 이리 들을 뿐이었습니다.
어른들은 왜 ‘여행이야기’나 ‘여행얘기’처럼 말하지 못했을까 궁금합니다. ‘겪은 이야기’나 ‘치렀던 이야기’나 ‘부대낀 이야기’처럼 말하기는 힘들었을까요. ‘싸운이야기’나 ‘꿈이룬이야기’처럼 한 낱말을 새로 지어 볼 마음은 품기 어려웠을까요.
┌ 경험담 → 겪은 이야기 ├ 무용담 → 싸운 이야기 ├ 성공담 → 성공한 이야기 / 꿈을 이룬 이야기 └ 체험담 → 겪은 이야기 / 몸소 겪은 이야기‘무용담’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는, 소리값은 같으면서 다른 한자말인 ‘舞踊’이 먼저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춤이야기’라는 소리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체험(體驗)’이나 ‘경험(經驗)’이나 마찬가지로 “자기가 몸으로 부딪힌 이야기”이지만, 어느 어른도 ‘겪은이야기’라 말하지 않았습니다. 글쓰기에서도 ‘체험글’이라 했지 ‘겪은글’이라 하지 않았어요.
― 노래이야기 / 책이야기 / 삶이야기 / 사진이야기 / 그림이야기살아가는 그대로 말하거나, 보는 그대로 글을 쓰거나, 부대끼는 그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을까 싶어 아쉽습니다. 지난날에는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이제부터라도, 또는 앞으로는 우리 스스로 다른 삶을 꾸릴 수 없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른 생각과 넋으로 다른 삶을 여미어 볼 수 없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배운 사람만 주고받는 말이 안 되도록 차근차근 추스르면 좋겠습니다. 아는 사람만 즐겨쓰는 글이 안 되도록 돌보아 주면 고맙겠습니다. 끼리끼리 나누는 이야기가 안 되도록 알뜰살뜰 손질해 준다면 더없이 기쁘겠습니다.
ㄴ. 무용담.. 축구 할 때 자기가 어떻게 다쳤는지를 무용담처럼 얘기했다 .. 《박효미-길고양이 방석》(사계절,2008) 51쪽“싸웠던 이야기”를 가리키는 ‘무용담’입니다. “무용담처럼 얘기했다”라는 글월은 겹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같은 말 ‘談’과 ‘얘기’가 잇달아 나옵니다. 살짝살짝 다독여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무용담(武勇談) : 싸움에서 용감하게 활약하여 공을 세운 이야기 │ - 무용담을 늘어놓다 / 무용담에 밤이 이슥한 줄을 몰랐다 │ ├ 무용담처럼 얘기했다 │→ 자랑처럼 얘기했다 │→ 으슥거리며 얘기했다 │→ 떠벌이면서 얘기했다 │→ 아주 큰소리로 얘기했다 │→ 어깨를 우쭐거리며 얘기했다 └ …‘싸운이야기’인 무용담입니다. 또는 ‘싸움이야기’입니다. 이 뜻 그대로 적으면 넉넉합니다. 다만, 보기글에서는 싸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축구를 하면서 자기가 얼마나 잘 뛰고 멋졌는가를 자랑하듯 이야기하고 있으니, “자랑을 늘어놓았다”라든지 “자랑처럼 떠벌였다”라고 풀어내면 됩니다.
ㄷ. 연애담.. 이밖에도 귀신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일화와 단장곡에 관한 맹열과의 연애담이 또한 그를 유명하게 하고 있다 .. 《박황-판소리소사》(신구문화사,1976) 25쪽“귀신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귀신한테 가르침을 받았다”나 “귀신한테서 배웠다”로 다듬습니다. ‘일화(逸話)’는 ‘이야기’로 손보고, ‘단장곡(斷腸曲)’은 ‘애끊는 노래’로 손보며, ‘-에 관(關)한’은 ‘-에 얽힌’으로 손봅니다. ‘유명(有名)하게’는 ‘널리 알려지게’로 고쳐 줍니다.
┌ 연애(戀愛) : 남녀가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사랑함 │ ├ 연애담 │(1)→ 연애 이야기 │(2)→ 사랑 이야기 │(2)→ 애틋한 이야기 │(2)→ 사귄 이야기 └ …사랑을 하는 이야기라면 ‘사랑 이야기’입니다. 서로 애틋한 이야기라면 ‘애틋한 이야기’이고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이야기라면 ‘그리운 이야기’나 ‘그리워하는 이야기’가 될 테지요 . 한자말 ‘연애’라는 낱말을 꼬 쓰고 싶으면 ‘연애 이야기’로 적어 줍니다. 누군가와 사랑을 했던 이야기라면, 서로 좋아하며 ‘사귀었던’ 이야기이니, “사귄 이야기”라 하거나 “사랑을 나누던 이야기”로 풀어내어도 잘 어울립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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