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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문효 기아차 디자인2팀 선임연구원은 "2006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기아차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가 개발한 콘셉트카(KND-3)가 좋은 반응을 얻자 그것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디자인센터와 계속 협업을 하면서 기아차 디자인팀이 지금의 양산 모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윤문효 기아차 디자인2팀 선임연구원은 "2006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기아차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가 개발한 콘셉트카(KND-3)가 좋은 반응을 얻자 그것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디자인센터와 계속 협업을 하면서 기아차 디자인팀이 지금의 양산 모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 이중현


"'미니 쿠퍼'에 이스트를 넣어 오븐에서 구워내면 '쏘울'이 된다?"

지난해 9월 기아자동차가 '쏘울'을 출시했을 때, 인터넷에 나온 평가 중 하나다. BMW의 미니 쿠퍼뿐 아니라 닛산의 큐브를 연상시킨다는 말도 나왔고, 스즈키 쉬프트를 베꼈다는 논란도 있었다.

얼핏 보면 혹평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장난기 많은 아기 코끼리'라는 사람도 있고, '귀여운 악동'이라는 사람도 있다. 쏘울을 두고 펼쳐진 다양한 평가는 대부분 디자인의 독창성에서 비롯됐다. 그만큼 쏘울의 디자인은 자동차 관련 이슈의 중심이었다.

실제 쏘울은 첫 출시 후 38일간 무려 5574대가 팔려나가는 대기록을 세우며 '톱10'에 들 만큼 대박을 누렸다. 금융위기 이후 내수경기 침체로 판매 증가세가 주춤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수출 전략용 차로서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국내 차로서는 유일하게 영국 연예 대중지 <더 선>이 선정한 '올해 센세이션을 일으킬 자동차 베스트 3'에 오르기도 했다. 

"쏘울은 콘셉트카에 최대한 가까운 양산차"

이 독특한 작품을 디자인한 사람은 누구일까? 윤문효 기아차 디자인2팀 선임연구원은 "한 사람이 아니라 나를 포함해 기아 디자인팀의 공동 작업"이라고 말했다. 쏘울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6년 1월에 열렸던 디트로이트 모터쇼다. 기아차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가 개발한 콘셉트카(KND-3·행사용 모델)가 모터쇼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양산화(대량 생산)에 돌입한 것.

윤문효 연구원은 "콘셉트카는 미국 디자인센터가 제작을 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디자인센터와 계속 협업을 하면서 우리 디자인팀이 지금의 양산 모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이 기아차에 합류한 것은 쏘울 양산차 모델 개발이 한창이던 2006년 9월이었다.

윤 연구원은 미국 디자인센터에서 쏘울 콘셉트카를 처음 디자인할 때부터 작업을 함께했다. 박스형 스타일의 콘셉트카 등장 이후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살려 양산차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콘셉트카였기 때문에 양산화하는 게 상당히 힘들었다"면서 "콘셉트카를 이렇게 양산화시키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최대한 가깝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넘치는 개성 때문에 '딴지'나 '질투'도 적지 않았다. 윤 연구원은 "어떤 사람은 (BMW) 미니를 카피했다고 하는데, 전혀 개념이 다른 차"라며 "미니는 아예 참고차로 보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지금 미니 쿠퍼를 몰고 있다. 

화제를 몰고 온 차이지만, 디자이너로서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램프류를 조금 더 고급스럽게 만들고 싶었지만, (자동차) 원가의 벽에 부딪혀서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첫 작품은 뉴스포티지다. 주로 SUV만 디자인했던 그는 쏘울 후속 작품으로 현재 세단을 디자인하고 있다.

그는 "세단의 차분한 스타일을 과격한 스타일로 만들고 싶다"며 "공격적으로 보이는 세단, 누가 감히 접근하지 못할 세단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문효 연구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2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기아차 남양연구소 인근 커피숍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윤 연구원은 취재를 위해 연구용인 빨간색 쏘울을 몰고 나타났다. 다음은 윤문효 연구원과의 일문일답이다.

"내 첫 작품은 뉴스포티지... 쏘울은 공동 작품"

 기아차 디자인팀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한 '쏘울' 디자인에 참여한 윤문효 기아차 디자인2팀 선임연구원
기아차 디자인팀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한 '쏘울' 디자인에 참여한 윤문효 기아차 디자인2팀 선임연구원 ⓒ 이중현
- 우선 자신의 소개부터 해달라.
"1996년에 기아자동차로 입사했고, 현대자동차 그룹에 전출됐다가 지금은 현대자동차 소속의 기아 디자인 담당연구원이다. 연구원은 다 현대차 소속이다. 하지만 디자인팀은 차별화 때문에 현대와 기아가 분리돼 있다. 예전에는 서로 들락날락했는데, 지금은 차별화가 안 된다고 해서 (기아 연구원이) 현대 쪽에 들어가지 못하게 (출입용) 카드키도 다 끊겼다. 계명대 공업디자인학과 출신이고, 촌에서 올라와 성공했다. 대학 2학년부터 자동차에 미쳐서 지난 13년 동안 자동차 디자인만 했다.

입사해서 첫 작품은 뉴스포티지였고, 모하비 등 SUV 쪽으로 많이 했다. 솔직히 쏘울을 상당히 기대했다. 워낙 경기가 안 좋다 보니까… (매출이 줄었다), 하지만 선방하는 것 같다. 반응을 보기 위해서 인터넷을 자주 뒤져본다. 외장 디자인 쪽은 특이하고 느낌이 좋다고 하니까, 저로서는 기분이 좋다."

- 기아차 디자인팀은 몇 명인가?
"우리 팀이 10명이다. 저희만 아이디어를 내는 게 아니고, 미국 디자인센터·유럽 디자인센터 등에서 외국 디자이너들이 와서 같이 했다. 협업을 하는 것이다. 외국 디자인센터와 항상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협업을 하고 있다."

- 그렇다면 쏘울은 한 사람의 작품이라고 할 수 없는가?
"그렇다. 공동 작업이다. 처음에 유럽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위한 콘셉트카(KND-3)로 출시가 됐다. 프로젝트명이 'AM'이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양산화를 시키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콘셉트카이기 때문에 양산화 시킨다는 게 상당히 힘들었다. 콘셉트카는 미국 디자인센터 담당 디자이너가 제작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계속 협업을 하면서 우리 팀이 양산화 모델을 만든 것이다."

- 콘셉트카를 최초 디자인할 때도 함께 작업을 했나?
"그렇다. 미국 디자인센터 쪽 담당 수석디자이너와 계속 협의를 했다. 그것을 진행하고 있는 중에 슈라이어 부사장이 부임해왔다. 슈라이어 부사장이 차를 보고 특이하고 괜찮으니까, 지원을 계속 해줬다. 제가 쏘울 디자인을 가지고 유럽도 가고, 슈라이어 부사장이 한국에도 오고 하면서 계속 발전을 시켰다. 그래서 최대한 콘셉트카에 가깝게 만든 것이 쏘울이다. 외국 디자이너들도 놀란다. 콘셉트카를 이렇게 양산화 시키는 것이 없는데, 최대한 가깝게 만든 것이다."

- 그래서인지 지금도 쏘울이 양산모델이냐, 아니면 콘셉트카냐는 논란이 있는데.
"양산이다. 쏘울이 1600CC인데, 18인치 휠은 처음이다. 외국차를 봐도 보통 16, 17인치다. 콘셉트카다 보니까, 22인치를 달았기 때문에 이것을 조정해 보자고 해서 고생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설계적으로 장착되기가 힘들었지만, 튜닝을 많이 해서 최초로 18인치가 됐다.

원래 1600CC라면 차 가격대가 있기 때문에 마냥 좋은 것만 전부 못 단다. 외장을 살리기 위해서 A필러(앞유리 좌우의 기둥)에 페인팅을 하느냐, 테이프를 붙이느냐, 커버를 씌우느냐, 여러 방법이 있었는데, 조금 고급스럽게 하기 위해서 커버를 씌웠다. 그런데 설계 쪽에서 비싸니까 빼자는 것이다. 하지만 '안 된다. 이게 디자인 콘셉트다'고 버텼다. SUV 연계선상에 있기 때문에 안 되는 일이었다. 끝까지 밀어붙여서 다른 쪽에서 (비용을) 빼주는 조건으로 관철시켰다."

- 쏘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바로 블랙 A필러다. 어떤 느낌을 강조한 것인가?
"랩어라운드 개념이라고 하는데, 안에서 탔을 때의 개방감보다 밖에서 봤을 때의 개방감을 강조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고글을 쓴 것처럼 보이고, 사이드에서 보면 전투기 창문처럼 처리가 됐다. 스피드한 느낌도 나고, 스포티한 느낌도 난다. 좀 더 강인하고 힘 있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했는데, 그 라인을 잡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 디자이너가 본 쏘울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아주 개성적이다. 자기만의 것을 표현해 줄 수 있는, 그래서 자기 차를 마음껏 꾸며서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있는 차를 타고 싶은 분들을 충족시켜 주는 디자인이다. 저도 정장보다 편하게 입고 왔다. 이게 쏘울에 더 어울린다. 쏘울을 작업할 때도 정장보다는 스포티하게 입었고, 음악도 젊은이들 음악을 많이 들었다. 아주 개성있는 차다. 그래서 커스터마이징(소비자 주문형 상품) 아이템이 생겼다.

국내는 아직 발달이 안 돼서, 투스카니 같은 것 보면 좀 과하다 싶게 붙여서 차의 기본 디자인을 해치더라. 그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아 디자인센터에서 그것까지 아예 손을 대주면 소비자들에게 과하지 않고 너무 심플하지도 않고, 어느 정도 중간 스타일을 제공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인지 의외로 여자분들도 상당히 좋아하더라."

"성능이 받쳐주면 좋지만... 램프류 고급스럽게 못한 것 아쉬워"

 "나이를 50, 60을 먹어도 직접 손으로 자동차 디자인을 하고 싶다. 외국 디자이너들은 나이가 먹어도 디자인을 직접 한다. 저도 그렇게 직접 실무를 같이 하는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다."
"나이를 50, 60을 먹어도 직접 손으로 자동차 디자인을 하고 싶다. 외국 디자이너들은 나이가 먹어도 디자인을 직접 한다. 저도 그렇게 직접 실무를 같이 하는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다." ⓒ 이중현


-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나?
"젊은이만을 위한 차라고 해서 너무 거기에만 국한되면 판매망이 좁혀진다. 원래 타겟이 Y세대다. 대학생이나 갓 졸업생들, 직장 초년생…, 부모가 차를 아주 가볍게 한 대 사줄 정도의 차라는 포지셔닝을 했다. 게임도 많이 하고, 다른 전시회도 가서 건축이나 그림도 본다. 양재 본사에 가면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다. 외국 나가서 자료 조사도 하고, 지난번에는 커스터마이징을 위해서 라스베이거스에서 하는 (자동차) 용품쇼도 봤다.

어떤 사람은 (BMW) 미니를 카피했다고 하는데, 전혀 개념이 다른 차다. 미니는 아예 참고차로 보지도 않았다. 제가 미니를 산 이유는 정말 타고 싶은 차였다. 디자인적으로 상당히 잘 돼 있는 차다. 참고를 조금 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게 만들었을까'하는 정도였다. 그것은 개인적으로 디자인적인 도움을 받은 것이고, 쏘울에 참고한 것은 없다."

- 일본 스즈키 자동차의 '쉬프트'와도 아주 비슷하다는 말이 있는데?
"그 차와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제가 쏘울 양산차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미국에 있었다. 'SUV룩으로 갈 것이냐, MPV룩으로 갈 것이냐' 등의 고민을 상당히 많이 했다. 조사도 많이 했다. '이번엔 기존에 없던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SUV룩에 콤팩트한, 스포티지보다는 좀 작은 차를 만들어보자', 그때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지금보다 더 과격했다. 거의 콘셉트카 수준까지 뽑아냈다. 그런데 마니아층을 향해서만 가면 안 되고, 전 소비층을 어느 정도 커버해 줘야 한다. 솔직히 전 쉬프트가 있는 줄도 몰랐다. 인터넷에서 비슷하다고 해서 처음 봤다."

- 외관에 대한 호평과 달리 인테리어나 공간활용성, 엔진 등 기능에 대해선 아쉬운 면이 있다. 인테리어나 성능이 외장디자인을 받쳐주지 못한다는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받쳐주면 더 좋다. 젊은 친구들도 성능을 많이 따지지 않나. 내장은 솔직히 제가 말 못하겠는데, 제 생각에 이번에는 외장을 살리기 위해서 조금 양보를 하지 않았나 싶다. 엔진은 그렇게 (다른 차에 비해) 떨어진다는 생각은 안 한다. 차를 좀 작게 만들면 소비자들이 타보고 안이 답답하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패밀리적인 느낌도 줬다. 그렇다보니 차체가 좀 커진 느낌도 있는 것 같다." 

- 쏘울 디자인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없나?
"아쉬움이 있다. 램프류를 조금 더 고급스럽게 만들고 싶었다. 콤비네이션도 넣고,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LED도 쓰고 싶었다. 처음 제안은 그렇게 했는데, 원가의 벽에 부딪혀서 못했다. 그런 작은 차에 그렇게 넣기가 솔직히 부담된다.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어차피 기업은 다만 10원이라도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어쨌든 램프류를 하고 싶은 방향으로 진행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나머지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다.

쏘울의 경우는 설계하는 분들이나 상품 기획분들도 디자인 쪽에 많이 지원해 줬다. 쏘울은 디자인을 강조하는 차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바디(몸체)를 보면 철판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것을 다 감싸주지 못한 것도 아쉽다. 역시 돈의 벽에 부딪혔다."

- 지금은 어떤 콘셉트의 디자인을 하고 있나?
"지금까지 10년 이상을 SUV만 하다 보니까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서 지금은 세단을 하고 있다. 분위기를 확 바꾼다고 하는데 집에 있는 책상 위치만 바꿔도 그렇지 않나. 그래서 세단으로 바꿔봤다."

- 어떤 세단을 만들고 싶나?
"지금 세단의 차분한 스타일을 과격한 스타일로 만들고 싶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 후드·엠블렘이 지금 세단은 차분하고, 얌전하게, 근엄하게 내려와 있는데, 이것을 역발상에 의해서 범퍼를 들어가게 하고 앞부분을 더 많이 나오게 해서 공격적으로 보이는 세단, 누가 감히 접근하지 못할 세단을 만들고 싶다. 부드러운 느낌의 대형세단은 많으니까,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과격하고 힘 있는 차를 만들고 싶다."

- 자동차 디자이너로서의 꿈은 무엇인가?
"나이를 50, 60을 먹어도 직접 손으로 자동차 디자인을 하고 싶다. 보통 실장·팀장·센터장을 하면 디자인을 못한다. 그러나 외국 디자이너들, 피터 슈라이어도 마찬가지인데, 나이가 그렇게 먹어도 디자인을 직접 한다. 저도 그렇게 직접 실무를 같이 하는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다."


#쏘울#기아차#자동차 디자인#과격세단#남양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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