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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만두피가 모자랄 것 같지?" "그러게 모자라도 많이 모자랄 것 같은데" "얼른 밀가루 반죽 더 해야겠다" 하니깐 남편은 "언제 반죽해서 만두를 만들어. 내가 시장에 가서 만두 피 사 가지고 올게. 나머지는 그것으로 하자" 한다. 아들도 그 말에 동의를 한다. 남편은 서둘러서 시장으로 향했다. 밀가루 반죽해 놓은 것으로 만두 피를 만들어 만두를 빚다가 보니깐 택도 없이 모자랄 것 같았다. 

 

 

설날을 며칠 앞둔  지난주였다. 매번 만두피를 사다 하다가 그날 만큼은 밀가루 반죽으로 만두 피까지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만두 피까지 집에서 하기는 처음이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반죽해 놓은 것으로도 충분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만두소가 1/3 정도만 사용했는데 만두 피가 동이 나고 만 것이다. 이번에 경험을 해보니  그만큼의 만두소를 해결하려면 3배~4배 정도는 밀가루 반죽을 더 했어야 했다. 밀가루 반죽을 하루 전에 미리 해놓아 숙성시켜서 피로 사용하니 쫀득쫀득한 것이 아주 좋았다. 반죽을 크게 홍두께 방망이로 얇게 밀어 주전자 뚜껑으로 꾹꾹 찍어서 동그랗게 피를 만드는 재미도 괜찮았다.

 

그렇게 만두 피를 만드는 것을 내가 시범을 보이고 아들아이가 만들기 시작했다. 아들은 생각보다 잘 안 되는지 "엄마 이게 보기보다 어렵네"한다. 다시 내가 시범을 보이자 "어 난 왜 엄마처럼 안 되지" 한다. 몇번 해보니 아들도 그런데로 잘 되었다. 역시 무엇이든지 쉬운 것은 없고 처음부터 잘 되는 것도 없었다. 

 

남편이 시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만두 만들기가 잠시 중단되었다. 남편이 만두 피를 3묶음인 135개를 사왔다. 한봉지에 45개씩이라고 한다. 다시 만두를 만들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만들어진 만두는 찜통에 쪄냈다. 쪄낸 만두 중에는 터진 것이 꽤 많았다. 하여 난 "이것 봐. 대충 대충 마무리 하니깐 만두가 터지잖아" 하니깐 남편과 아들은 서로 "그렇게 만두를 만들면 터져요. 이렇게 힘 주어서 마무리를 잘 하세요" "난 잘 하고 있어. 너나 잘해"라고 하면서 만두를 잘 만들라고 한다. 그러면서 다른 모양으로 만두를 만들어 자신이 만든 만두를 표시해 놓기도 한다.

 

물론, 먼저 쪄낸 만두는 맛을 봐야 했다. 그것도 터진 만두만 골라서 맛을 보았다. 일부러 고기를 적게 넣었더니 남편은 조금은 불만스러웠나 보다. 씹히는 것이 없단다. 하니 아들은 "엄마가 고기를 안 좋아하니깐 이 정도에서 해결을 봐요"하면서 중간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맛을 본 아들은 "가벼워서 먹기가 좋은데. 역시 깔끔해"한다. 나도 먹어보니 남편은 맛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이니깐 나도 먹을 수 있었다. 사온 만두피로도 만두소를 모두 해결하지 못하고 말았다.

 

만들어 놓은 만두를 봉지에 담아놓으니 8봉지나 되었다. 설날 떡국을 끓여 먹고 6봉지가 남았다. 끓여 놓은 만두를 보면서 장난기가 발동한 아들은 "이건 내가 만든 만두인데 안 터졌지요"하며 제 아버지를 힐끔 힐끔 쳐다본다. 남편도 질세라 "야 이것 봐. 이것은 안터졌잖아. 이건 니가 만든건데 터졌네" 하며 맞대응 한다.

 

설날 딸아이가 왔기에 "이거 갖다 먹고 입에 맞으면 더 갖다 먹어" 하며 한봉지를 내주었다. 딸아이는 만두를 들고는 커진 눈으로 "엄마가 집에서 만든 만두야? 우협이하고 힘들텐데 만두도 만들고. 아들하고 네 아빠가 많이 도와주었지. 엄마 혼자 하라고 하면 죽었다 깨어나도 못 만들었지"라고 말한다. 가족이 모두 모여 만든 만두를 나누어 먹으니 마음이 뿌듯했다.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다음에 동생집에 갈 때에도 맛이나 보라고 한봉지 갖다 주어야겠다.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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