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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9일)는 조카 준영이의 백일이었다. 문득, 멸 달 전 딸의 백일이 생각난다. 딸이 뱃속에 있을 때만 해도 백일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생각했다. 부산하게 백일상 차리는 친구들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었었는데, 막상 아이를 낳고 100일 동안 길러보니, 기념해야 할 소중한 날이라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백일 맞은 준영이
백일 맞은 준영이 ⓒ 조정림

 조카 준영이의 삼신상
조카 준영이의 삼신상 ⓒ 조정림

갓 낳은 아기는 만지기가 두려울 정도로 약했다.  목도 가누지 못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고 잠 못 잘까봐, 소화 못시킬까봐 혹시나 손가락 발가락 하나 다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었다.

특히, 요즈음 아기들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잘못되는 사례가 왕왕 있어 자는 아이도 다시 보고, 혹시나 토할까봐 먹고 난 후 트럼 시키느라 20분 30분을 꼼짝없이 아이를 안고 등을 두드리기도 했다.

그렇게 더디게 더디게 하루 하루를 보내 100일 채워질 때 쯤. 아기는 조금씩 영글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은 부족하지만 목도 어느 정도 가누고 눈도 맞추었다. 웃음을 날려주기도 하고, 트럼도 알아서 하는 것이다. 낮밤이 바뀐 아기일 경우 대부분 100일 전후에 바로 잡기도 한다.

이렇게 자라나는 과정을 직접 보게 되니, ‘아기가 100일을 맞는다는 건 .아기 인생에서 중요한 한고비를 넘겼다’는 어른들 말씀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옛부터 삼칠일은 산모를 위한 날이고, 백일은 아기를 위한 날이라고 하였다. 100일을 맞이한 아기는 무사히 자란 것을 대견하게 여기며 잔치를 벌여 축하해주는 것이 우리 풍습이다.

이 날은 아침에 삼신상을 차려 아기의 건강과 복을 빈다. 삼신상은 흰쌀밥과 미역국, 생수 세 그릇을 차리고 복숭아를 제외한 제철 과일과 백떡을 덩어리채 차린다. 그리고 흰 실타래를 상에다 올려놓는다. 그리고 아이의 명이 길어지고 복을 받게 된다 하여 길 가는 사람들에게 떡을 나누어주기도 한다.

이 모든 게 미신이라며 천대시(?)하던 나는 결국 대부분 이를 따르게 되었다. 해 뜨기 전에 삼신상을 차려 신랑과 함께 딸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고, 양가 가족들을 모시고 식사를 대접했으며 떡을 해서 가족들과 직장동료들에게 돌렸다. 아마도 100명은 되었을 거다. 이것이 엄마의 마음일까?

 딸 근영이의 백일 사진
딸 근영이의 백일 사진 ⓒ 조정림

 딸 근영이 삼신상
딸 근영이 삼신상 ⓒ 조정림

미신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직접해보니, 아기에 대한 마음도 더욱더 애틋해졌다. 물론 격식을 차려서 꼭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탈하게 자라준 아기가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그리고 우리의 미풍양속이니 전통을 잇고 의미를 되새기는 것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

목만 제대로 가누면 좋겠다는 바람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짚고 일어서서 조금씩 조금씩 발을 뗀다. 하루가 다르게 제주가 느는 딸이 대견하고 돌보시는 분들께 감사하다. 100일 되었을 때 그 충만했던 마음을….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딸이 주는 기쁨을 세월이 지나도 잊지 말아야 할텐데…. 솔직히 자신은 없다. 이 순간들만 기억한다면 아이에게 거는 기대로 아프게 하지 않을텐데 말이다.

앞으로 100일을 맞을 부모들. 그리고 100일 잔치를 벌였던 부모들. 그때 그 마음 아로 새겨 아이 때문에 힘들 때마다 들춰보길 바란다. 한고비 넘긴 우리 아기가 얼마나 대견했는지.


#백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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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에서 시민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소통을 위해 여러방면으로..노력할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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