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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하나의 커다란 비즈니스

 

.. 전쟁이 하나의 커다란 비즈니스가 된 셈이다. 그래서 미국은 이라크의 석유를 완전히 장악한 후 사담 후세인의 행방에 대해선 묘연하게 놔둔 채 전쟁 승리를 선언한 것이다 ..  《김수열-섯마파람 부는 날이면》(삶이보이는창,2005) 79쪽

 

 “하나의 커다란 비즈니스”에서 ‘하나의’는 덜어내거나 ‘어떤’으로 다듬거나 ‘이른바’로 다듬습니다. “이라크의 석유”는 “이라크 석유”로 손질하고, “완전(完全)히 장악(掌握)한 후(後)”는 “모두 손에 넣은 뒤”나 “꽉 움켜쥔 다음”으로 손질하며, “후세인의 행방(行方)에 대(對)해선”은 “후세인이 어디에 있는지”나 “후세인이 어떻게 되었는지”로 손질합니다. ‘묘연(杳然)하게’는 ‘아리송하게’나 ‘알 수 없게’로 고치고, “전쟁(戰爭) 승리(勝利)를 선언(宣言)한 것이다”는 “전쟁에서 이겼다고 외쳤다”나 “싸움을 이겼다며 외치고 있다”로 고쳐 줍니다.

 

 ┌ 비즈니스(business) : ‘사업’으로 순화

 ├ 사업(事業) : 어떤 일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경영함

 │   - 환경 사업을 육성하다 / 사업이 망하다 / 사업이 부진하다 /

 │     이 부장은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

 ├ 비즈니스가 된 셈이다

 │→ 장사가 된 셈이다

 │→ 사업이 된 셈이다

 │→ 돈벌이(돈장사)가 된 셈이다

 └ …

 

 비행기를 타면 ‘비즈니스 석’과 ‘이코노미 석’이라고 있습니다. 한국사람이 타는 비행기도 이런 말을 쓰고 있습니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분들은 낯설어 하게 마련이고, ‘내가 지금 비즈니스 하러 비행기를 타니 으레 비즈니스 석에 앉아야지’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영어로는 ‘비즈니스-이코노미’라 적더라도, 한국사람한테는 ‘고급 자리-여느 자리’라 하든지, ‘좋은 자리-여느 자리’라 하거나,  차라리 ‘1등석-2등석’으로 나누어 주어야 하지 싶습니다.

 

 ┌ 환경 비즈니스 (?)

 └ 환경 사업 (?)

 

 국어사전에서 ‘비즈니스’를 찾아봅니다. ‘사업(事業)’을 다시 찾습니다. 뜻풀이가 죽 붙어 있으니 어딘가 알쏭달쏭합니다. 보기글을 봅니다. “환경 사업”이라는 말이 보이는데, 요즈음 말씀씀이를 가만히 헤아리면, “환경 비즈니스”를 한다는 분들 이야기를 곧잘 듣습니다.

 

 “이 부장은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보기글을 봅니다. ‘직장(職場)’이란 “일하는 곳”, 그러니까 ‘일터’입니다. ‘사업’ 또한 ‘일’입니다. 일터는 다른 사람이 꾸려나가는 회사에서 한 가지 일을 거드는 곳이기도 하고, 자기 스스로 꾸려나가는 일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보기글을 달려면 “이 부장은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 일을 할 생각”으로 적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사업’이든 ‘비즈니스’든 알맞지 않은 자리에 얄궂게 쓰고 있으니, 국어사전에 싣는 풀이말이며 보기글이며 모두 엉성궂을밖에 없구나 싶습니다.

 

 ┌ 사업이 망하다 → 장사를 그르치다 / 일이 안 되다

 └ 사업이 부진하다 → 장사가 잘 안 되다 / 일이 어렵다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면서, 또 요사이는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우리들은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흔들고 우리 생각을 뿌리뽑습니다. 영어를 가르치거나 배우든, 일본말을 가르치거나 배우든, 이와 같은 나라밖 말은 나라밖에서 무엇을 하거나 나라밖 사람을 만날 때 쓰려고 배우거나 가르칩니다. 나라밖에서 무슨 일을 하고자, 나라밖 사람하고 만나고자, 나라밖 말을 배우거나 가르치는 일은 자연스러울 뿐더러 쓸모가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안 사람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쓸 말, 또 나라안에서 살아가면서 쓸 말은 어쩌지요. 나라안에서 쓸 우리 말과 글은 아무렇게나 써도 되나요. 아무렇게나 가르치고 대충대충 배워도 걱정이 없나요.

 

 지난날처럼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우리 나라를 식민지로 삼으며 말과 글을 못 쓰게 하지 않습니다. 미국이 우리 나라 살림을 억누르거나 휘어잡는다고 하지만, 우리보고 우리 말을 쓰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다. 모르지요. 한 나라 살림이 제힘으로 우뚝 서지 못할 때에는 한 나라 문화도 제힘으로 당차게 일어서지 못하는지도. 한 나라 정치가 제힘으로 이끌어 나갈 짜임새를 갖추지 못한다면 한 나라 교육도 사람들이 자기 나름대로 슬기를 갈고닦도록 도와주지 못하는지도.

 

 

ㄴ. 비즈니스 이야기

 

.. “뭐, 아무렴 어때요. 전 비즈니스 이야기 말고는 간섭 안 합니다.” ..  《마츠모토 타이요/김완 옮김-ZERO (1)》(애니북스,2008) 37쪽

 

 “간섭(干涉) 안 합니다”는 “끼어들지 않습니다”나 “뭐라 안 합니다”나 “마음 안 씁니다”로 고쳐 줍니다.

 

 ┌ 비즈니스 이야기 말고는

 │

 │→ 일 이야기 말고는

 │→ 돈버는 이야기 말고는

 │→ 돈버는 일 이야기 말고는

 └ …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은 ‘돈벌이’입니다. 돈을 벌고자 일을 한다면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셈입니다. 구멍가게를 열어 물건을 팔아도 ‘돈벌이’요 ‘일’입니다. 회사를 크게 꾸려서 수천 수만 사람을 일꾼으로 뽑아도 ‘돈벌이’요 ‘일’입니다. 나라에서 어떤 정책을 꾸려 나갈 때에도 ‘돈벌이’를 하는 한편, ‘일’도 합니다. 수출과 수입은 저마다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며, 국수 한 그릇을 말든, 붕어빵 하나를 굽든, 경기장에서 공을 던지든, 연구실에서 논문을 끄적이든, 모두 ‘돈벌이’이기도 하며 ‘일’이기도 합니다.

 

 ┌ 비즈니스

 ├ 경제 활동 / 경제 행위

 ├ 직업 / 직장

 ├ 사업

 └ …

 

 집에서 하면 집일입니다. 집 바깥에서 하면 바깥일입니다. 마을에서 하면 마을일이요, 나라에서 하면 나라일입니다. 학교에서는 학교일을 하고, 단체에서는 단체일을 하는 가운데, 우리들 혼자서 한다면 혼자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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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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