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2일 오후 3시 5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에 유학중인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4·29 재보궐선거 출마문제와 관련해 한발 한발 출마 쪽으로 움직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전 장관은 2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은 (재보선 출마) 생각 안했고 무심한 상태로 지냈는데 이제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고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간은 국내에 전화도 잘 안했고, 듀크대에서 만나는 사람들한테도 말하지도 않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서 정 전 장관의 재보선 출마를 놓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 고통받는 분들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언제라도 누가 뭐라고 하든 들어가서 활동을 할 것이고, 지금 내가 활동할 때가 아니라고 한다면 누가 등을 떠밀어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런 차원에서 이제부터 주변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경제도, 남북관계도 다 좋지 않고, 용산 참사까지 터진 상황이어서 저도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 중국 칭화대로 옮기는 계획을 변경한 것에 대해서는 "칭화대에는 원래 3월에 가도 되고, 9월에 가도 되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 출범 이후 상황을 보는 게 중요해서 늦췄다"고 답했다.
'함구령'에서 "고심하겠다"로 변화, 왜?
이는 그동안 참모들에게 내렸던 재보선 출마문제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정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30일 <전북도민일보>와의 전화통에서는 "아직 재선거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급할 시점이 아닌것 같다. 때가 되면 논의하겠다"고 했었고, 올해 1월 9일 <연합뉴스>에는 "당분간 귀국 계획이 없으며 가만히 놔뒀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그러면서 국내에 있는 측근들에게는 "불필요한 말이 나가지 않도록 해달라"며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주까지는 기자들과의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으나, 이번 주부터는 전화를 받고 있다.
'함구'에서 '여론주시-공론화' 단계로 국면을 이동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그의 최측근인 최규식 의원은 "정 전 장관의 출마에 찬성의견이 높은 전북지역 언론들의 비공개 여론조사가 (정 전 의장에게) 전해진 것 같다"면서 "재보선도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본인도 더 깊게 생각하지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냐"고 했다.
그의 참모들의 기류도 변하는 분위기다. 그의 출마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던 상황에서 찬성쪽의견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정 전 장관의 '침묵'이 출마 결심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재보선 출마에 부정적이던 쪽에서도 "출마를 결단하려면 빨리 하는 것이 여러 차원에서 좋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찬반 팽팽하던 참모들, 찬성쪽 입장 많아져...지도부는 부정적 분위기
그러나 그의 결심이 당장 임박한 상황은 아니다. 최규식 의원은 "2월 임시국회는 'MB악법'저지와 용산참사문제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재보선 문제가 초점이 되는 것은 정 전 장관으로서도 부담스러운 문제"라면서 "임시국회가 끝나는 2월 하순쯤 돼야 심경을 밝히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월 하순이나 3월초쯤이 결심을 밝히는 시점이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의 참모들은 지난주 말 모임을 가지려 했으나, 외부에 알려질 경우 출마기정사실화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연기했다고 한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 쪽은 공개적으로는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신년회견에서 정 전 장관의 출마문제와 관련해 "전북도민들이 어떤 인물을 원하는지, 수도권선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공천이 무엇인지가 충분히 반영된 공천이 돼야 한다"면서 "시기도 그리 서두를 것도 아니다"라고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야당으로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공식표명과는 달리, 지도부쪽 인사들은 비공식자리에서는 "당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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