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청소년 문학상 동상 출신…한의학이 작가로의 열망도 부채질
대전대 한의대 박슬기(25)씨의 제64회 국시 수석합격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대덕 중학교 수석졸업, 대전과학고 입학, 대전대 한의대 수석졸업 등 그녀의 화려한 경력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박씨는 공부라면 누구에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학생으로서 공부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국가고시)시험을 준비했어요. 실제로 수석합격을 목표로 했어요.(하하)”
중학교 시절부터 주변 환경은 그녀를 과학도의 길로 인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중학교가 대덕연구단지 내에 위치에 있어 자연스럽게 과학과 친해졌고 고등학교 또한 과학고를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그랬던 박씨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계기는 고교시절 국제생물올림피아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서울대학교에서 사전교육을 받게 되면서부터였다.
“최종선발전에서 탈락했지만 생물공부를 하면서 인체의 신비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마침 에이제이 크로닌의 ‘성채’라는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는데 저자가 의사였거든요. 그를 인생의 롤 모델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울러 그녀는 또 한명의 롤 모델을 여성으로서 노벨상을 수상한 ‘퀴리 부인’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노벨상을 타려면 한의학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의학을 단순히 비과학적인 학문으로만 규정짓는 시각들이 있는데 한의학의 과학적인 근거를 밝혀내 노벨상에 도전해 보려고요.”
박씨 생각에 따르면 과학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설명하려는 노력인데 한의학적인 통찰력을 통해 미리 본 이론들을 아직 이 시대의 과학수준으로 풀어내지 못했을 뿐이었다. 한의계 또한 이 시대의 용어로 풀어내지 못해 저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녀 자신이 그 일을 해내고 싶다는 것.
새로운 비전을 향한 행복감에 젖은 그녀가 밝힌 또 다른 꿈 얘기는 기자에게도 행복바이러스로 전염됐다.
“작가가 되고 싶은 것도 꿈입니다.‘한의사 겸’ 혹은 한의사 출신'이라는 수식어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실력 있는 작가로서 우뚝 서고 싶어요. 졸업하기 전에 국시수석과 장편소설의 골격을 세우는 것이 목표였는데 수석합격 축하인사를 받다보니 너무 바빠져 걱정인 것 있죠.(하하)”
박씨는 실제 중학교 시절 ‘은 청색 꿈’이라는 소설로 명성이 높은 ‘대산 청소년 문학상’ 동상을 수상할 정도로 촉망받는 문학도이기도 했다. 친구들이 자신이 만들어낸 얘기에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아서 글로 쓰다보니까 글쓰기가 좋아졌고 그러다가 문학의 세계에 빠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학고에 입학하면서 오전에 실험하고 오후에 수업하는 빡빡한 학업일정에 시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글 쓸 기회를 놓쳤다고 했다.
그러다 한의대 입학하면서부터 꿈틀거리는 창작열을 참지 못해 또 다시 펜을 잡았고 몇몇 단편들을 습작하면서 작가의 꿈을 다시 찾았다고 했다.
“중학교 시절은 소녀다운 감수성으로 문학을 가까이했던 것 같고 고등학교 시절은 대학입학 때문에‘문학의 암흑기’를 겪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배운 통찰력은 문학에 대한 잠재된 욕구를 마구 부채질했던 거 있죠.”
이밖에도 박씨는 지난 2007년 한의학연구원 주최 제1회 글로벌 원정대에도 참여해 미국을 다녀온데 이어 세계보건기구 선정 연구소인 경희대동서의학연구소의 '2008년 학생논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한의학의 세계화작업에도 많은 관심을 쏟기도 했다.
“미국 국립보건원과 여러 암 센터들을 돌아보면서 외국에서 한의학을 가장 잘 받아들이는 부분이 주로 난치질환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한의학이 치료의학으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기도 하죠. 한의사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박 씨는 동서신의학병원 수련의로 인생의 새로운 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환자를 볼 수 있고 연구도 마음껏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설레요. 한의대 6년 동안 한번도 수업을 빼먹은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함은 타고 났거든요.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한의사로서 또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여성으로 세계무대에 우뚝 설 그날을 향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나님과 교수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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